전문가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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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광해관리 사업
페루 광해관리 협력사업 추진 성과 및 시사점
한국광해관리공단 장항석 차장

‘잉카의 자원부국’이라 불리는 페루는 세계적으로 풍부한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으며, 특히 구리, 은, 아연, 금 등의 매장량이 풍부하다(세계 1~6위권). 또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자원민족주의 및 자원국유화 등으로 이슈가 되었던 중남미 자원부국들과는 달리, 외국 자본 및 기술 등에 대한 개방도가 높고, 정권과 무관하게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이 유지되고 있어 국내외 기업의 활발한 자원개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페루 내 총 외국인 투자액은 약 250억불 규모이며, 이중 광산업 분야는 56.5억불로, 약 23%를 차지한다.

페루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광업은 페루 GDP의 12%와 총 수출액의 61%를 차지하며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광업 의존적 산업구조 및 풍부한 자원매장량이 갖는 높은 잠재력에 따라 향후에도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 페루 자원매장량 현황 >
구분(단위) 매장량(톤) 세계비중(%) 세계순위 2018년 생산량(톤) 세계비중(%) 세계순위
2,600 4.8 6 145 4.4 6
8,300 10 3 2,400 11.4 2
몰리브덴 240 14.1 3 28,000 9.3 4
아연 2,100 9.1 3 160 12.3 2
11 19.6 1 4,300 15.9 2
※ 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19
광산 개발의 그림자, 광해(鑛害)

※광해(鑛害) - 광산안전법(제2조제5호)상의 광해의 정의는 “광해(鑛害)는 광산에서의 토지의 굴착, 광물의 채굴, 선광 및 제련과정에서 생기는 지반의 침하 및 균열, 폐석・광물찌꺼기의 유실, 갱수・폐수의 방류 및 유출, 소음・진동의 발생으로 광산 및 그 주변의 환경에 미치는 피해”로 정의하고 있음

페루에서는 광업 분야가 급속히 성장하며 경제성장 및 빈곤해결에 크게 기여 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광해로 인한 환경적,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페루에서는 2018년 기준 851개 폐광산과 7,000개 이상에 이르는 가행광산이 존재하며, 그 중 일부에서는 심각한 광해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광해는 ‘광업의 환경적 채무’ 라는 의미의 PAM(Pasivos Ambientales Mineros)이라 칭해지고 있다.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및 사회 갈등이 표출되면서 광산개발 반대 시위가 빈발하며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사례가 많으며, 대규모 광산개발 이외에도 불법적인 소규모 광업활동(금의 경우 금 생산량의 약 20% 육박)으로 인한 환경오염, 산림파괴, 인체피해 등 경제적 성장의 이면으로 다수의 소외된 국민이 생활에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광산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 아동, 임산부 및 태아 등에 보다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재 발생·확산되고 있는 광해의 시급한 복구와 친환경 광산개발 및 추진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마드레 데 디오스(Madre de DIOS) 지역의 경우 페루 남쪽 아마존강에 위치하며, 페루의 법(No.26311)에 따라, ‘생물다양성의 보고(capital of biodiversity)’로 지정되었으며, 이곳에 위치한 마누국립공원(Manu National Park)은 1977년 UNESCO 세계유산(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금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불법적 광산 난개발로 인한 산림훼손 및 수은 등 유해 화학약품의 사용으로 ‘지구의 폐’로 불리는 아마존의 자연환경 및 생태계를 파괴하여 기후변화대응 및 환경보호 측면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페루 내 광산환경 오염으로 인한 분쟁 발생 사례

① 라오로야(La Oroya) 광산 납오염, 세계 10대 오염지역 선정(2007년)
미국 자원개발 기업(세계 납 생산 2위)이 보유한 제련공장에서 분진이 발생, 식수 등이 납, 카드뮴, 비소로 오염됨. 주변지역 대부분의 아이들이 납중독 상태로 나타남
② 세로데파스코(Cerro de Pasco) 중금속 오염. 환경 비상사태 선포(2007년)
세로데파스코의 마을에 대규모 광산이 개발되면서 장기간 동안 지역주민이 건강이상을 호소. 세로데파스코의 약 90%의 어린이들의 혈액 내 유해화학물질 농도가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고, 통증, 발작, 장기기능 장애 등 많은 부작용이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음

③ 라스밤바스(Las Bambas) 광산개발 반대 시위, 국가 비상사태 선포(2015년)
페루 동부 코타밤바스와 그라우주에 중국 광산업체가 광물처리 시설 개발을 추진하면서 강경시위 발생. 4명 사망, 다수 부상자가 발생하며 6개주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
④ 마드레데디오스(Madre de DIOS) 수은오염, 환경 비상사태 선포(2016년)
90%이상 불법광산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아마존강 인근 마드레 데 디오스 광산지역에서 수은을 이용한 금 추출을 진행하면서 아마존 우림지역 약 53,000ha가 수은에 노출. 수생생태계 심각한 오염이 발생한 한편 지역주민 41%가 수은오염, 납 등 중금속 오염에 노출 및 중독됨
< 불법 광산개발에 따른 아마존 밀림훼손 비교(2015~2017) >
※ 출처 : environmental justice atlas >

남미 페루 인근 서해안에서 발생되는 엘니뇨 등 기후변화에 따라 빈발하는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도 광업 분야 리스크를 증대시키고 있는 요소이다. 페루는 고산지대에 세계 열대 빙하의 약 70%가 형성되어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의 감소로 수자원 고갈, 대규모 홍수 및 산사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광산 폐기물의 대규모 유실 등 재해 발생 우려로 인해 적절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 강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광산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광해 발생은 보다 큰 환경오염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100년간 광산폐기물 적치장의 유실 사례를 보면, 이상기후와 함께 최근 들어 유실거리 및 유실량이 증가함에 따라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5년 발생한 브라질의 Samarco 광산의 경우 광산폐기물 유실거리가 약 600km에 이른다.


< 브라질 Córrego do Feijão 광산 광물찌꺼기 적치장 붕괴(2019.1월) >
출처 : TV NBR

중남미 광업분쟁연구원(Observatorio de Conflictos Mineros de América Latina, OCMAL)에 따르면, 페루는 중남미 국가 중 칠레와 멕시코 다음으로 광업 관련 분쟁이 많은 국가로 2019년 기준 42건의 광업 분쟁이 진행 중이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광업환경 분쟁 발생 및 사회갈등이 예상되는 실정이다.

페루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2011년에 수립한 국가개발전략인 페루 200년 계획(Bicentennial Plan)의 6가지 전략분야 중 하나로 ‘천연자원 및 환경 분야’ 를 제시하고 있으며, 에너지광업부가 수립한 2021년 목표전략(2016~2021)에서는 [페루 광업이 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갖고 운영되고, 주민들로부터 페루 광업 분야의 지속적 및 포괄적 개발 기여를 인정받는 것] 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6대 정책 우선분야로 △광산지역(주민) 인식개선, △불법광산 합법화, △광산규정 개선 및 현대화, △광해복구 추진, △광해 오염지역 관리 개선, △내외부 통합 정보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한 정책결정 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폐광산 광해실태조사 경험 부족, 업무 프로세스 표준 부재, 폐광 관리 시스템 부재 등에 따른 제도 시행 어려움에 따라 2013년에 한국 정부에 폐광산 광해 문제 해결을 위한 ODA사업 지원을 요청하게 되었다.


지속가능한 광산 개발 및 자연보호를 위한 한국-페루 협력

한국과 페루는 지속가능한 광업 발전 및 심각한 광해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협력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KOICA ODA 사업으로 “페루의 지속가능한 자원개발을 위한 광해관리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였다. 본 사업은 크게 ① 폐광산 광해 시범조사, ② 폐광산 광해복구 제도 컨설팅, ③ 광해관리 업무 정보화시스템 구축으로 구성 되었으며, 광해복구 분야 공공행정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가 양성 등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양면의 역량강화 지원이 이루어 졌다. 본 ODA 사업 수행은 주관기관인 한국광해관리공단과 국제개발협력 컨설팅 기업, IT 기업, 국내 전문광해방지업체 등 국내 중소기업이 참여하여 산학연 협업으로 추진되었으며, 총 31명의 국내 전문가가 참여하였다.


① 폐광산 광해 시범조사
폐광산 시범현장 조사에서는 페루 에너지광업부 담당자들과 함께 20여개 폐광산에 대하여 공동 조사를 실시하였다. 육안조사 위주로 이루어지는 현행 조사방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시료분석을 통한 조사 결과의 정량화 등 개선방안 도출이 이루어졌다. 시범조사는 수질측정 장비, GPS 등 ODA 사업 공여 기자재를 활용하여 페루 측 담당자를 대상으로 현장 OJT 교육이 함께 이루어 졌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광해현장 조사에 활용되고 있는 드론 조사기법 등을 포함하여 조사의 정확성, 신속성, 효율성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교육이 진행되었다.
* OJT(On the Jop Training):업무 및 산업현장 또는 기업교육등에서 이루어지는 직무간 훈련
② 폐광산 광해복구제도 컨설팅
제도 컨설팅을 통해서는 페루의 내·외부 환경 및 기존 제도, 업무현황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페루 실정에 적합한 광해복구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폐광산 조사, 복구계획 수립, 폐광복구계획 심사에 이르는 광해복구 절차에 대한 업무 가이드라인 3종(폐광복구계획 심사 가이드, 복구완료 증명서 발급심사 가이드, 광해관리시스템 사용 가이드)을 수립하여 업무에 활용토록 하였다.
③ 광해관리 업무 정보화시스템 구축
정보화시스템 구축에서는 기존에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폐광계획서가 오프라인 형태로 접수 및 검토·승인이 되도록 하였던 비효율적 업무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폐광복구와 관련된 전체 업무절차를 정보화시스템으로 구현하였다. 광해정보 DB 시스템(SIGEPAM) 및 현장 조사 시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광해정보시스템(PAM mobile), 이와 연동되어 폐광복구 온라인 업무처리 시스템(PCPAM), 광해 통계분석 시스템(PAM control) 등 총 4개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개발된 시스템은 인트라넷, 익스트라넷, 인터넷 등에서 접근이 가능토록 개발되었다. 기존의 폐광산 정보는 개발된 시스템에 모두 업로드가 완료되었으며, 향후 광해복구업무 처리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ODA 사업을 통하여 광해실태조사 및 광해관리방법에 대한 과학적 기법 활용으로 정량적 광해 오염도 파악이 가능해 졌으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던 광해복구 관련 업무에 대한 표준 프로세스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8,000여개에 이르는 광해 요소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효율적 폐광산 광해복구 정책 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이루어졌다.

향후 후속사업으로는 기존 사업과 연계하여, 복구재원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 클라우드 기반 유관기관간 정보공유 시스템 개발, 폐광산 배수처리 시범사업 및 기술전수 등 페루의 광해복구 분야 기술역량 고도화를 위한 후속사업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중남미, 아프리카, 인도 등 자원부국 협력사업 대표 모델로..

광산개발에 따른 환경적·사회적 문제는 20세기 후반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슈화되었으나 현재는 중남미를 비롯하여 아프리카, 동남아, 중앙아 등 전 세계 자원개발국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또한 POST-2015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프레임워크인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의 17개 목표 중 건강, 환경 및 위생, 생태계 보호 등과 관련된 6개의 주요 개발목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광산 개발로 투자자는 부를 축적하는 반면 지역주민 및 근로자는 보다 열악한 생활환경에 내몰리는 등 심각한 경제적, 환경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자원개발에 따른 부작용은 해당국뿐만 아니라 광산물을 수입하여 공산품 생산 및 일상생활에 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대응해야 할 문제로 판단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개발 협력을 통하여 자원개발국 실정에 맞는 균형 잡힌 경제성장 지원 및 호혜적 관계 구축, 원재료 안정적 확보를 통한 상생발전 등 협력국과의 보다 긴밀한 관계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남미 등 글로벌 광산·환경 분야의 연계 시장 잠재력은 매우 큼에 따라, 광업 분야 ODA 등 G2G 협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민간기업 참여 연계 시 향후 IT, 신재생에너지, 광해복구 설계·컨설팅 분야 등에서 중소기업 해외 신흥시장 개척 및 동반진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협력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국 기업의 친환경 자원개발사업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페루에서의 광해관리 ODA 협력모델이 볼리비아, 콜롬비아 등 중남미는 물론 아프리카와 신남방 및 북방협력국 나아가서는 남북 협력사업의 모델 등으로 확장되어 글로벌 경제성장과 환경, 인권보호에 기여하는, 자원개발국과의 대표적인 협력사업 모델이 될 수 있기를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참고- SDGs 중 광해 관련 개발목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