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문
※ 본 웹진에 게재된 내용은 외교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코로나19와 대중남미 외교
※ 동 기고문은 한·중남미협회 발간 「K-Amigo」 2020 겨울호에도 게재
황경태 외교부 중남미국장
중남미 내 코로나19 확산 현황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비교적 청정지역으로 인식되어오던 중남미는 4월 중순부터 가파른 확산세를 보이더니 5월 22일에는 WHO가 중남미를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앙지로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에도 중남미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계속 악화되어 8월엔 일평균 신규확진자수가 8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신규 확진자수는 다소 감소 추세로 돌아섰으나, 11월 20일 현재 여전히 일평균 5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5월 중하순의 신규확진자수가 3만 명 남짓이었음을 고려할 때 엄중한 상황으로 보인다.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적 초기부터 입국제한, 이동금지, 경제활동 제한 등 강력한 봉쇄(lockdown) 정책을 실시했음에도 확산을 막지 못한 원인으로는 중남미 각국 내 심각한 빈곤 및 불평등, 높은 비공식 경제 비중 등이 꼽힌다. 중남미 지역은 2019년 30.8%의 빈곤율을 기록하는 등 GDP 수준에 비해 높은 빈곤율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전체 인구의 약 20%가 ‘파벨라’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대도시 슬럼가에 거주하고 있어 열악한 위생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비누로 손 씻기’ 등의 기본적인 위생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감염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국가로부터 보호나 통제를 받지 않는 비공식 경제에 종사하는 현실도 코로나19의 확산 원인이 된다.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고용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이들은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중남미의 사회구조적 문제가 코로나19와 상호작용한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약 8.4%가 거주하는 중남미 지역이 현재까지 전 세계 누적확진자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IMF는 중남미 지역의 올해 평균 경제 성장률을 –8.1%로 예측하며, 중남미 지역 대다수 국가가 2023년까지 코로나19 이전의 GDP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렇듯 중남미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나지 못해도 외교는 계속된다

코로나19와 국경봉쇄로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들과의 하늘길이 막히고 서로 만나기가 어려워졌지만, 재외국민 보호와 방역 공조 등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전화, 화상회의 등 비대면 방식의 외교와 함께 주한 대사관들과의 협의가 보다 빈번해지고 있다.

정상급 외교에 있어서는, 중남미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콜롬비아 두케 대통령(4.2.), 페루(4.6.), 온두라스 에르난데스 대통령(6.12.), 아르헨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7.3.) 등 중남미 주요국 정상들과 우리 정상 간 통화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동의 대응방안을 논의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네 차례에 걸쳐 본부-공관 간 화상회의를 개최하여 현지 상황을 공유하고, 양자외교 일정과 방안을 점검하는 한편, 우리 재외국민과 진출 기업 지원 방안을 협의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외교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개최일 주재 대상 그룹 회의 참석 공관
4.2 장관 중남미 주요국 멕시코, 볼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칠레, 콜롬비아
5.19 1차관 메르코수르 그룹 브라질, 상파울루(총),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5.27 차관보 태평양동맹 그룹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
5.29 2차관 중미(SICA) 그룹 과테말라, 니카라과, 도미니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파나마
중남미 국가들과의 코로나19 대응 협력

우리 정부는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중남미 지역 코로나19 극복 노력에 동참하기 위하여 중남미 24개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고, 각국의 필요에 따라 진단키트,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을 지원하였다.

또한, 우리의 방역 경험을 중남미 우방국들과 공유하기 위해 한-중남미 방역협력 웹세미나(4.21.)를 비롯, 한-칠레(3.13.), 아르헨티나(3.19.) 관계부처간 컨퍼런스 콜, 인천공항 출입국·검역시스템 관련 한-콜롬비아 화상회의(4.29.) 등을 실시했다.

이러한 경험 공유는 다자 환경에서도 계속되었다. 한-유엔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 화상회의(7.1.),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FEALAC) 사이버사무국 워크숍(8.13.)을 개최하여 코로나19에 따른 사회경제적 위기를 진단하고 포스트코로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미주기구(OAS)의 요청에 따라 선거 경험 공유 화상회의(8.19.)를 개최하여 4월 총선에서의 선거 방역시스템을 중남미 지역과 공유하고 선거 분야 한-OAS 협력 확대를 도모하기도 했다.

우리 국민들의 안전한 귀국 지원

중남미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각국의 항공편이 중단됨에 따라, 외교부는 중남미 각국에 고립된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였다. 그 결과, 중남미 23개국에서 2천명이 넘는 우리 국민이 정부의 지원을 통해 귀국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귀국 지원 사례를 하나 소개해본다.

페루 정부가 3월 중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내외국민의 입출국을 전격 금지함에 따라 페루를 여행하고 있던 우리 국민 다수가 현지에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특히 국내 이동까지 제한되면서 해발 3천미터인 쿠스코 지역에 체류 중이던 우리 여행객 일부가 고산증을 호소하는 등 긴급한 귀국 지원이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하고 신속한 귀국을 위한 페루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였으며, 현지 우리 대사관을 통해 페루 정부로부터 국내 이동과 출국, 전세기 이착륙 허가를 받아내고, 아에로멕시코(AEROMEXICO) 항공사와 협상하여 전세기를 마련하였다. 이어서, 쿠스코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을 리마로 이송하기 위해 라탐(LATAM) 항공사의 임시 항공편을 투입하고, 쿠스코 외 지방에 흩어져있는 우리 여행객들을 리마로 집결시키기 위해 버스 일곱 대를 이틀에 걸쳐 페루 열 네 개 지역에 급파하였다.

마침내 3월 26일 여행객, 코이카 봉사단원, 교민 등 우리 국민 198명을 태운 전세기가 리마 공군 공항을 출발, 멕시코(티후아나)를 경유하여 3월 28일 인천 공항에 도착하였다.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이루어진 긴박한 작전 후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 국민들을 맞이하였을 때의 안도감을 잊을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협력 기반 다지기

외교부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중남미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고 우리 기업인의 중남미 예외적 입국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7월 9일에는 국토교통부, KOTRA, 해외건설협회 등 관계기관들과 중남미 진출 우리 기업들의 애로를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였고, 10월 21일에는 한국-브라질소사이어티,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함께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여 코로나19 이후 중남미 건설·인프라 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또한, 8월에는 국토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국철도시설공단(KRNA), 현대엔지니어링, 아이원바이오와 함께 민관합동대표단을 꾸려 아순시온-으파라카이 경전철 사업 수주를 위해 파라과이를 방문하였고, 그 결과 KIND와 파라과이 철도공사 간 협력 MOU를 체결하여 G2G 협력의 교두보를 마련하였다.

전통적인 대면외교, 다시 시동 걸다

화상회의, 웨비나 등 새로운 외교 도구를 사용하여 중남미 지역과의 협력을 지속하여 왔으나,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질수록 직접 얼굴을 마주보는 외교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제한적으로나마 대면외교 재개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8월 말 로드리고 야네스 베니테스 칠레 외교부 국제경제차관의 방한으로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초로 중남미 국가들과의 전통적인 대면외교도 재개되었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8월 26일 야네스 차관과 면담을 갖고 코로나19 대응 협력과 포스트코로나 경제·통상 분야 실질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10월 19일에는 김건 외교부 차관보가 멕시코를 방문하여 멕시코 정관계 및 재계 고위급을 두루 면담하여 우리 진출 기업의 애로를 전달하고, 양국간 본격적인 포스트코로나 경제협력의 출발점을 마련하였다.

최근, 외교부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 한-중남미 간 방역·보건 연대 강화를 위해 11월 23일과 24일 양일에 걸쳐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을 개최하였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개최된 첫 대규모 고위급 행사에 에콰도르 외교부 장관, 콜롬비아 보건부 차관, 코스타리카 외교부 차관, 파나마 보건부 차관이 방한, 대면 참석하였다. 앞으로도 외교부는 대면외교와 화상회의 방식을 결합한 새로운 외교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기고자 소개

황경태 외교부 중남미국장은 스페인 콤플루텐세대와 영국 랭카스터대에서 공부했으며, 스페인, 페루, 교황청, 베네수엘라에서 근무했다. 외교부 남미과장, 중미카리브과장, 중남미국 심의관을 거쳐 2020년 3월부터 중남미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