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문
※ 본 웹진에 게재된 내용은 외교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브라질 신정부 주요정책과 협력 방안
보우소나루 신정부의 경제 및 산업정책에
따른 비즈니스 협력 기회
한국외국어대학교 권기수 교수

전대미문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탄생한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정부의 출범은 브라질 사회의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경제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신정부의 경제 및 산업정책은 정책의 방향과 내용에 따라 크게 시장개방정책, 투자주도 성장정책, 수평적 산업정책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신정부의 3대 경제・산업정책 방향은 시장개방, 투자주도, 수평적 산업정책
먼저 보우소나루 정부의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는 시장개방이다. 신정부는 경제위기의 원인을 개입적, 폐쇄적, 고립적 경제정책에서 찾고 있다. 정부의 지나친 경제개입과 이념에 쏠린 폐쇄적이며 고립적인 통상정책이 위기를 좌초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신정부는 대내적으로 국영기업 매각, 정부의 독점권 폐지, 각종 규제완화 등을 통해 지나치게 비대해진 정부의 역할을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국영전력회사(Eletrobras)를 비롯한 138개 공기업이 매물로 나온다. 심해유전개발에서 국영석유회사(Petrobras)가 누렸던 독점개발권도 폐지된다. 국내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되었던 국산부품의무사용규정(local content requirements)도 완화된다. 대외적으로는 관세나 비관세장벽이 낮추어진다. 또한 적극적인 양자 FTA정책을 통해 고립적이며 이념적인 통상정책에서 벗어나 개방적 통상정책이 추진된다. 그간 지체되어온 EU와의 FTA 협상은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EFTA, 캐나다, 한국 등과의 무역협상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러한 통상정책의 변화는 2019년 3월에 전격 체결된 브라질-멕시코간 자동차협정에서 단적으로 목격된다. 이번 협정을 통해 브라질과 멕시코는 그간 지체되어온 자동차분야에서 완전자유무역을 실현하게 되었다. 이러한 신정부의 시장개방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브라질 경제는 1990년대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개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추진된 시장개방은 개방의 폭과 깊이에서 브라질 현대사에서 전례없던 것이었다. 이번 보우소나루 신정부의 시장개방정책 또한 비록 1990년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폐쇄적 브라질 경제에 새로운 충격과 활력을 줄 전망이다.

둘째, 신정부의 경제정책은 투자주도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정부는 그간 브라질 경제를 이끌어왔던 성장모델을 소비주도에서 투자주도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소비와 투자가 내수경제의 양대 성장엔진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브라질 경제는 지나치게 소비에 의존한 불균형적인 성장을 보여왔다. 그에 반해 투자는 비즈니스환경 악화로 2010년대 들어 계속해서 위상이 축소되었다. 브라질 경제에서 투자(총고정자본형성)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1.8%에서 2018년에는 15.4%까지 추락했다. 이는 중남미 평균(약 18%)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꺼져 버린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투자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것이 신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신정부는 민간기업의 투자의욕 고취를 위한 각종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먼저 직접적으로는 법인세 인하(34% → 15%), 세제간소화 등을 통한 기업의 세부담 경감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노동계약의 유연화 등 추가적인 노동개혁을 통해 투자환경도 적극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9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자신의 임기 말인 2022년까지 비즈니스환경의 대폭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세계은행에서 매년 발표하는 비즈니스환경 순위를 50위권(2019년 기준 전체 190개국 중 109위)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신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OECD 회원국 가입도 브라질의 투자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신정부는 민간투자 확대를 위해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s:민관협력사업) 모델에 입각한 인프라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신정부의 인프라 개발에 대한 의지는 기존의 관련부서를 통합해 인프라부를 신설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브라질 경제의 자금줄인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도 인프라 개발에 우선적으로 금융을 지원한다고 정부 정책에 화답했다. 신정부는 정부 출범 100일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35대 과제 중에서도 공항, 항만 등 인프라 개발을 최우선시 하였다.

마지막으로 보우소나루 정부의 산업정책은 비즈니스 환경개선에 무게를 둔 수평적 산업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시장친화적이며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신정부가 특정분야를 선정해 지원하는 수직적 산업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로 보우소나루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특정 산업이나 기업군에 대한 정부의 개입적인 산업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브라질 산업계에서 보우소나루 정부가 산업정책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신에 신정부는 산업정책의 혜택이 전산업에 고루 미칠 수 있는 전반적인 비즈니스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둘 전망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신정부의 세 가지 경제 및 산업정책 방향을 토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협력 및 비즈니스 기회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인 시장개방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

먼저 전면적인 시장개방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다. 민영화, 규제완화, 수입관세 인하, FTA 확대 등을 통한 시장개방으로 닫혀졌던 시장이 열리면서 브라질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막대한 기회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그간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도 폐쇄성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아왔다. 실제로 GDP에서 차지하는 수입 비중을 기준으로 한 시장개방도를 측정해보면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개방도가 낮은 국가(2016년 기준 12.1%)로 분석된다.

브라질 시장의 높은 폐쇄성으로 인해 그간 한국의 수출은 수출품목이나 수출기업의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미흡했다. 한국의 대브라질 수출은 현지 투자기업을 겨냥한 중간재와 자본재 공급에 편중(전체 수출의 93%, 2018년)되어 있다. 그에 반해 소비재 수출 비중은 7%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브라질 수출편중도는 경쟁국인 일본, 중국, 미국, 독일과 비교해 가장 높다. 또한 다른 중남미 국가에 비해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도 저조하다. 2017년 기준으로 대멕시코 수출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인데 반해 대브라질 수출에서 그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시장개방 효과에 힘입어 한국의 대브라질 수출품목의 다각화는 물론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신정부의 적극적인 FTA 정책에 힘입어 현재 두 차례의 협상을 마친 한-남미공동시장(MERCOSUR) 무역협정(TA)의 타결도 당초 예상보다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폐쇄성이 높은 국가와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시장선점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남미공동시장이 중남미 이외의 국가와 FTA를 체결한 사례가 거의 없어 그 효과는 더욱 확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첫 TA 대상국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그밖에 자금력 있는 우리기업에게는 대거 매물로 나오는 우량 공기업 지분 인수도 매력적인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개발 확대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

둘째, 인프라 개발 확대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다. 인프라 개발 분야에서는 전력 송배전, 공항, 항만 터미널 이외 철도가 유망할 전망이다. 현재 브라질에서 물류 운송의 65%는 도로가 담당하고 있다. 철도 운송에 대한 물류 의존도는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8년 5월말 발생한 트럭 노조의 파업으로 경제가 전면 마비되면서 대체운송수단으로 철도의 중요성이 커졌고, 정부는 2025년까지 철도의 의존 비중을 현재의 두 배인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곡물운송에서 트럭의 의존도를 대폭 낮춘다는 전략이다.

또한 인프라 개발 확대에 따른 건설경기 부활의 특수도 기대해볼만하다. 경기침체와 부정부패 스캔들 여파로 그간 건설경기는 크게 위축되었다. 최근에 들어와 건설경기의 침체 속도(2016년 –10.8%, 2017년 –7.4%, 2018년 –3.4%)가 둔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역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신정부 출범이후 그간 지체되었던 인프라 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건설경기도 회복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굴삭기, 휠로더, 굴착기 등 각종 건설중장비의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철도 건설 확대에 따른 철도 차량의 수요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그리비즈니스(Agribusiness)의 성장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

셋째, 애그리비즈니스 성장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다. 현 정부는 특정 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수직적 산업정책보다는 비즈니스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수평적 산업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신정부에서 특정산업이나 분야에 대한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애그리비즈니스(농목축 활동 및 관련 생산활동을 모두 포함)는 예외일 수 있다. 그 이유는 애그리비즈니스가 보우소나루 정부의 대표적인 지지 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신정부의 친(親)애그리비즈니스 지원 정책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보우소나루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세력을 흔히 3B라 부른다. 첫째가 농목축(Beef) 세력, 둘째가 개신교(Bible) 세력, 마지막이 총기(Bullet) 옹호 세력이다. 그 중에서도 농목축계를 대표하는 애그리비즈니스 세력은 현 상하원에서도 막강한 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신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입법 과정에서 반드시 도움이 되는 집단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후보시절이나 당선 이후 애그리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선 과정에서 보우소나루 후보는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브라질 경제를 구한 일등공신으로 애그리비즈니스를 추켜세웠다. 2019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는 브라질 경제에서 차지하는 애그리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애그리비즈니스는 현재 GDP의 24%, 고용의 30%, 수출의 42%를 차지하는 브라질 경제의 중추산업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사이익 등 외부 호재에 힘입어 애그리비즈니스는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USDA에 따르면 2027년까지 브라질의 곡물생산 증가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69%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애그리비즈니스의 성장에 힘입어 비료, 농약, 농기계 등 관련산업의 전망도 밝다. 현재 브라질은 소비되는 비료의 75%를 수입에 기대고 있으며, 염화칼슘 비료의 수입 의존도 또한 90%에 달한다. 농약도 전체 소비의 15%를 수입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발전과 더불어 Agtech분야의 성장이 크게 기대된다. Agtech는 농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개념으로,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등을 통해 농업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농가의 소득 향상을 목표로 한다. 애그리비즈니스 강국인 브라질은 미국과 유럽을 이을 차세대 유망 Agtech 투자국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Agtech 분야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이나 기술협력도 매우 유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