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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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라틴아메리카 다자개발은행 (MDBs)의 역할과 대응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곽재성 교수

들어가며

2020년의 세계는 코로나 19의 충격으로 인한 경제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아시아, 유럽, 그리고 미국을 거쳐 라틴아메리카 대륙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라틴아메리카는 코로나 19 확산 초기, 중국에서 멀리 떨어진 지리적 이점으로 한때 청정지역으로 손꼽혔지만 7월 초를 기점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미국을 추월하였고, 8월 말을 기준으로는 66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라틴아메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보유한 지역이 되었다.

가장 심각한 국가는 브라질이며 10월 초 기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640만 명을 돌파하였다. 인구 대비 확진자의 수도 세계 평균이 10만 명당 105명인데 반해 라틴아메리카는 269명으로 두 배 이상 많다. 진단 역량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더 큰 문제점은 사망자 수인데, 세계 평균인 인구 10만 명당 5.78명의 두 배가 넘는 12.95명이다 (IDB 2020). OECD 회원국으로 모범적 경제발전 사례로 주목받던 칠레의 경우에도 확진자가 40만 명에 달해 인구대비 세계 최대 환자수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경제침체 현황과 다자개발은행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MDBs)의 대응,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파악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시대의 라틴아메리카 경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국제금융기구의 역할도 급변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사업 신뢰도 하락, 자본 유출 가속화,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금융·재정적 여건이 크게 위축되었다. 미주개발은행(IDB)은 금년도 라틴아메리카 경제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및 1980년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위축되어 -7.2%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이전 1월 전망치 대비 9%p 하락한 것이고 세계 평균 또는 신흥국 평균보다도 저조한 수준으로, 라틴아메리카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 타격에 특히 취약함을 의미한다.

< 그림1. 라틴아메리카의 성장률 변화 (World Bank 2020a, 83) >


당분간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정부 부채 확대에 따른 시장 불안과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역내 각국은 대규모 통화‧재정 지원 정책을 통해 위기에 대응 중이며, MDBs도 종래의 인프라 위주의 지원 대신 각국의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 그림2. 주요국의 정부부채 (World Bank 2020a, 83) >


< 그림3. 주요 원자재 가격 추이 (World Bank 2020a, 83) >


< 그림4. 관광산업의 GDP 비중 (World Bank 2020a, 83) >

국제금융기구의 대 라틴아메리카 지원

라틴아메리카 국가에 대한 MDBs의 지원은 총 800억 달러에 이른다(아래 표 1 참고). 세계은행의 경우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보건시스템을 강화하며, 팬데믹의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목적을 위해 라틴아메리카 국가에 450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세계은행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역내 국가는 콜롬비아인데, 코로나 대응에 총 7억 달러의 차관이 승인된 바 있다. 주로 보건의료, 취약계층지원, 기업에 대한 유동성 및 금융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볼리비아의 경우 2.5억 달러를 지원 받았으며 취약계층에 대한 재난지원금 및 긴급한 사회안전망 복구를 목적으로 한다. 역내 최빈국인 아이티의 경우 COVID-19의 직접 대응을 위해 2천만 달러의 무상 지원을 받아 진단역량향상을 도모하고, 추가적 의료인력 동원 및 의료장비 개선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World Bank 2020b).

IDB는 210억 달러를 역내 국가에 지원하는데, 2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차관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파나마,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벨리즈의 6개국에 집중되어 있다. 한편, 에콰도르, 볼리비아, 온두라스, 파나마, 벨리스 등 5개국에게 지원 예정인 1억 달러의 경우, 기존 사업의 내용을 변경하여 보건의료 분야로 수정 지원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멕시코의 경우 120억 달러의 초대형 IDB Invest 차관을 통해 민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Reuters 2020).

라틴아메리카개발은행(CAF)은 국가재정지원을 위한 25억 달러의 긴급차관을 역내 국가에 지원하며,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나마, 우루과이,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이 수혜국이다.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의 경우 19억 달러의 긴급차관 및 COVID-19 대응 프로그램을 위해 지원하며, 주로 온두라스,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에 집중되어 있다. 라플라타개발은행(FONPLATA)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등 남미국가에 8.8억 달러의 차관을 추진하며, 코로나 대응 의료장비 지원을 위해 110만 달러를 무상 지원한 바 있다.

대부분의 MDBs는 기존 지원 채널을 통해 주로 자본시장에서 재원을 조달하여 협력국을 지원한다. 예를들면, IDB는 대규모 긴급 재원 조달을 위해 3년 만기 425억 달러 지속가능개발채권(Sustainable Development Bond)을 발행하였고, 자회사인 IDB Invest는 10억달러의 채권을 별도 발행한 바 있다. 양자 협력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난 5월27일에 IDB와 스웨덴 정부는 양자간 리스크 전가 시스템을 구축하여 스웨덴 정부로부터 1억 달러 상당의 보증을 지원받았고, 볼리비아, 콜롬비아, 과테말라에 총 3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하였다.

< 표1. 2020년 다자개발은행의 라틴아메리카 지원 계획 >
다자개발은행 2020년 지원 계획
세계은행
(World Bank)
450억 달러 신규 차관 추진
미주개발은행
(IDB)
신규 차관으로 210억 달러 추진 - 120억 달러는 공공차관, 70억 달러는 자회사인 IDB Invest를 통한 민간 중소기업지원, 13억 달러는 기존 프로젝트 승인액의 전환 등
라틴아메리카개발은행
(CAF)
국가재정지원을 위한 25억 달러의 긴급차관 추진, 보건 분야에 대한 국별 긴급여신 5천만 달러, 국별 기술협력 40만 달러 할당 등
중미경제통합은행
(CABEI)
19억 달러의 긴급차관 및 COVID-19 대응 프로그램 준비 – 10억 달러는 중앙은행에 대한 자금지원, 800만불의 무상지원, 210만불의 의료기기 및 의약품 지원 등
라플라타개발은행
(FONPLATA)
8.8억 달러의 차관 추진
카리브개발은행
(CDB)
2019년에 기승인된 3.4억 달러를 전용. 300만불의 의료기기 지원
출처: Yale School of Management (2020)
위기의 특성과 대응

이번 라틴아메리카의 COVID-19에 대한 MDBs의 역할과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역내 3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나, 650억 달러의 외채에 허덕이고 있는 관계로 위기 상황에서 이자를 제대로 못 갚아 또 한 번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IMF의 도움을 받아 채무조정에 들어갔으며, 다수의 MDBs로부터 6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에콰도르의 상황도 유사한데 주요 외화 가득원인 원유값이 폭락하면서 40억 달러이상의 자금 수요가 발생하여 큰 위기를 맞았으나, 일단 10억 달러를 해외에서 긴급 수혈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또한, 브라질과 멕시코는 자국의 통화 가치가 20%나 하락하자, 중앙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여 위기를 예방하고 있다.

둘째, 코로나 진단 및 방역과 복지 부분에 대한 직접 대응으로 쓰인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코로나에 제대로 대응할 만한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긴급 지원을 통해 의약품, 진단기기 및 진단키트, 방호 물자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셋째, 중소기업을 지원하여 일자리를 살리고 경제의 기본 축을 유지하는데 쓰인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40억 달러의 재원을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하였는데,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18-24개월간 긴급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코로나 방역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경제위기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면에선 MDBs과의 파트너십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극복해나가고 있다. 과거에도 여러가지 경제위기를 겪은 바 있어, 국제금융기구나, 각국 정부, 민간 부문 등도 위기에 대한 대응이 한층 더 기민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MDB의 변화된 역할이 당분간 지속될 경우, 우리 기업의 대 라틴아메리카 진출전략도 불가피하게 수정이 필요하다. 발주 예정이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취소 또는 연기되었고 대신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각국 예산이나 MDBs룰 비롯한 대규모 원조재원을 통해 진단장비, 진단키트 및 방역물품 등에 대한 조달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이미 동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의 수주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에도 다양한 감염병 진단에도 활용가능한 분자진단 장비의 수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시약이나 키트의 지속적인 수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은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침체 국면이 쉽게 호전되지 않을 전망이나, 여러번의 위기 극복사례에서 보았듯이 위기의 끝에는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연기 또는 취소되었던 MDBs 지원 인프라 사업에 대한 수주 기회를 잡으려면 타당성 조사를 비롯한 소규모 기술협력 사업 추진과 현지 유력기업과의 파트너링 등 정지 작업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미코바이오메드, 아르헨티나서 코로나19 분자진단제품 대규모 수주”
http://vip.mk.co.kr/news/view/21/20/1837773.html


참고문헌
Reuters (2020), Mexican private sector, IDB agree $12 billion loan scheme, 27 April 2020
https://www.reuters.com/article/us-health-coronavirus-mexico-business/mexican-private-sector-idb-agree-12-billion-loan-scheme-idUSKCN2280Q5
World Bank (2020a), Global Economic Prospects (June 2020)
https://www.worldbank.org/en/publication/global-economic-prospects
World Bank (2020b), World Bank’s Response to Covid-19 (Coronavirus) In Latin America & Caribbean
https://www.worldbank.org/en/news/factsheet/2020/04/02/world-bank-response-to-covid-19-coronavirus-latin-america-and-caribbean
Yale School of Management (2020),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s in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
https://som.yale.edu/blog/multilateral-development-banks-in-latin-america-and-the-caribb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