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 보고서
※ 본 웹진에 게재된 내용은 외교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브라질 상무관으로 부임 후 카톡으로 지인들과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 받은 문자 중에 가장 멀리서 날아 온 것이라고 말했던 인사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물리적 거리의 개념을 사라지게 한 디지털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브라질까지는 항공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20시간 이상 소요된다. 시차도 12시간으로 양국 기업인들간 비즈니스 활동의 어려움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디지털시대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에게 물리적 거리는 더 이상 협력의 장애요소가 아니다. 디지털은 앞으로 한국과 브라질 간 물리적 장애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양국의 경제협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 재조명과 함께 글로벌경제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인구 5위(2.1억명), 영토 면적 5위(한국의 85배), GDP 12위(1.3조 달러, 2020년 IMF 기준) 등을 자랑하는 경제대국이다. 석유, 가스, 철광석, 니켈 등 약 70여 가지 에너지 광물을 보유할 정도로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한국기업들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들은 이러한 브라질의 강점을 활용할 목적으로 일찍이 자동차, 전자, 철강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진출하였다. 지난 2011년에 한국과 브라질의 교역은 182억불을 기록하였으나 2020년에는 78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양국 정부는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등을 통해 교역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등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다. 한국과 브라질 간 디지털 협력은 경제뿐만 아니라 K-콘텐츠 등 문화 영역까지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정부가 코로나 이후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상통한다.
브라질의 인터넷 보급률은 도시 77%, 농촌 53%, 온라인 구매자는 5,300만 명, 모바일 이용자는 1억 5,300만 명에 이르는 등 디지털화 적응이 빠른 편이다. 무선통신 가입자와 인터넷 사용자 수는 각각 약 2억 2,200만 명과 1억 4,9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이며 중남미 지역에선 최고 수준이다.
브라질은 2017년 6월 산업통상서비스부(현 경제부) 주도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작업반(GTI 4.0)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50여개 기관의 참여로 첨단 산업기술 도입, 디지털 통합 정책 마련, ICT 분야 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브라질 ICT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2017년 12월에는 디지털 정책의 첫 단추로 낙후지역 브로드밴드 인프라 공급을 위한 ‘Internet for All'을 시행하여 27개 주를 대상으로 인터넷 접근을 높이는 정책도 도입하였다.
또한, 브라질 과학기술부는 2019년 6월, 국가 사물인터넷 정책(Plano Nacional de Internet das Coisas)을 통해 의료, 농업, 산업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IoT(Internet of Things) 기술개발 액션 플랜(2018-2022)을 마련하였다. 브라질이 기존 산업에 IT를 접목하는 만큼 ICT 분야에 강점이 있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의 정보화진흥원과 브라질 국가통신연구소(INATEL)는 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17년 3월 정보통신기술협력센터를 브라질 미나스 제라이스주에 설립하였다. 이를 통해 양측은 IoT와 5G 기술협력 및 정보교류 등 2019년까지 총 100만불을 투입하여 양국의 정보화 프로젝트, IT 신기술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였다.
또한, 1991년 체결된 한·브 과학기술협력 협정을 기반으로 2009년 양국 과학기술담당 부처 간 과학기술 공동위원회가 설립되었다. 2011년(서울)과 2014년(브라질리아) 등 두 차례 개최된 회의에서 양국은 ICT, 5G,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하였다.
우리 외교부와 과기정통부는 금년 3.17~18 기간 ‘2021년 한-중남미 디지털협력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디지털 뉴딜을 소개하는 한편 중남미 국가들과 디지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브라질 내 코로나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부 장관은 금번 행사에 참석하여 스마트시티 협력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 속담에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는데 브라질이 한국과의 디지털 협력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도 양국 간에 개설되어 있는 협력채널을 적극적으로 가동하고 우리의 협력의지를 전달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또한, 우리 정부와 브라질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한국-메르코수르 무역협정(2018.5월 협상개시 선언, 서울)도 조속히 마무리한다면 양국 혁신기업들이 디지털 분야 협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UN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는 한국을 중남미 국가의 성장 롤 모델이자 이상적인 파트너로 소개한 바 있다. 디지털협력 강화로 그간 한국에게 멀게만 느껴진 브라질과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동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