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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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인프라 건설시장 동향
주멕시코대한민국대사관 엄재영 상무관
1. 멕시코 인프라 시장 개관

멕시코는 세계 10위의 인구(약 1억3천만명)와 세계 13위 국토면적(약 200만㎢)에 달하는 대국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2.13으로 1위이다. 우리나라가 0.9임을 감안하면 성장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러한 빠른 경제성장속도에 비해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은 물론이고 정유·석유화학·제철 등 중공업 분야 제조시설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노후화된 상황이다.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 공항에 도착하여 시내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처음에는 눈부신 햇살과 야자수·선인장이 중앙분리대 가득 자리하고 있는 이국적인 풍경에 넋을 놓기가 쉽다. 하지만 교통체증으로 인해 목적지 도착시간이 조금씩 늦어지는 와중에 아스팔트 한 가운데에서도 수없이 나타나는 싱크홀과 덮개가 사라진 맨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차선으로 인해 차량이 이리저리 휘청이게 되면, 차량 내 손잡이를 꼭 붙잡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 또한 흔한 경험이다. 최근에는 수도인 멕시코시티 지하철 12호선이 지나가는 건설된 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은 교량이 붕괴하면서 20명 이상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멕시코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기반시설, 즉 인프라 현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멕시코 연방 정부도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뒷받침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회기반시설의 증설과 현대화를 위한 계획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2. 멕시코 정부 4대 우선순위 프로젝트

현 안드레아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이하 AMLO) 대통령은 멕시코 내 노후한 정유소를 현대화하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남동부 지역의 교통여건을 개선하여 관광을 포함한 경제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4대 프로젝트를 2018년 취임 이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① 도스 보카스(Dos Bocas) 정유소 건설
도스 보카스 정유소 프로젝트는 멕시코시티에서 동쪽으로 약 300km에 위치한 타바스코(Tabasco)州 도스보카스 지역에 하루 34만 배럴의 원유 정제 및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멕시코는 유정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신규 유정 개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과거에 비해 원유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미국 등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원유 순수출 국가이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들이 사용하는 휘발유 등은 정제시설의 부족과 노후화로 인하여 2019년 기준으로 일일소비량(100만 b/d)의 약 50%를 수입하고 있으며, 수입 휘발유의 80%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휘발유 순수입국가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국영석유회사(PEMEX) 주도로 도스보카스 정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이 1단계 설계용역을 19년 7월에 수주(4.2억달러)한데 이어 본격적인 건설이 진행되는 2단계 총 6개 세부사업 중 핵심설비인 2개 세부사업(총 36.5억 달러)을 2020년 11월에 수주한 바 있다.


② 트렌 마야(Tren Maya)
트렌 마야는 멕시코 동남쪽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유카탄 반도의 여러 도시를 연결하는 관광·화물 선로 건설 프로젝트로, 총 연장 1,554km에 달하는 7개 구간에 19개역과 12개 간이역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마야 유적이 남아있는 도시들을 연결함으로써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동 프로젝트 진행기간 중 50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멕시코 남부-남동부 지역(치아파스, 캄페체, 타바스코, 유카탄, 킨타나 로오)의 저개발과 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2024년 운영을 목표로 추진하였으나, 철도 관통구간내 원주민들과 환경보호단체 등의 반대를 설득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어 완공시기는 다소 유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 프로젝트는 국가 기간 교통망 확충 프로젝트이므로 한국기업을 포함한 외국 업체가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하거나 철로 및 역사를 건설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수익성도 높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철도 차량 및 기타 기자재 납품 등을 통한 참여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산타 루시아(Santa Lucia) 국제공항 건설
현 AMLO 대통령은 당선 직후 前 정부에서 추진 중이던 멕시코시티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멕시코시티 북부에 위치한 산타 루시아 공군기지를 개조하여 펠리페 앙헬레스 신공항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 멕시코시티 공항(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은 한국 직항편을 포함하여 미국·유럽 등에서 중남미를 연결하는 관문공항이지만 3,000미터에 달하는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2,200미터 고산지대에 위치한 지형조건으로 인하여 항공기 조종사들 사이에서 가장 기피되는 공항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시티 신공항은 총800억 페소(약 40억 달러)를 투입하여 2022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한국 기업들은 공항건설에 소요되는 기자재 납품과 여객 및 화물 처리 등 운영 시스템 수출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다만, 현 AMLO 대통령이 취소한 과거 멕시코 신공항 건설과정에서 자재를 납품한 국내기업이 대금회수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를 감안하여, 수출대금 회수 방안 등에 대한 사전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④ 테우안테펙(Tehuantepec) 지협 횡단 열차
멕시코 남부 테우안테펙 지협에 멕시코만(대서양)과 테우안테펙만(태평양)을 연결하는 화물 및 승객용 횡단 철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이다. 철로 건설과 더불어 주변 지역 항구·도로를 현대화하고 산업단지를 건설하여 낙후된 지역의 통합개발과 멕시코 내 지역 간 경제성장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으로 목표로 추진 중이다.

2023년 운영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존 철로 복구 사업 등 초기 투자액 30억 페소(약 1.5억 달러), 최대 투자액 약 2100억 페소(105억 달러)가 예상되고 있다.
3. 멕시코 경제회복을 위한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멕시코 정부는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경기부양 인프라 개발 계획’을 2차에 걸쳐 발표하였다. 정부 재정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민간부문이 사업비용의 50% 이상을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추진하며, ▲교통·통신, ▲에너지, ▲환경·수자원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총 68개 프로젝트, 총 5,300억 페소(265억 달러)에 달하는 방대한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1차 인프라 개발계획(2020년 10월 발표)
총 39개 프로젝트 중 테후안테펙 지협횡단 프로젝트, 멕시코시티 신공항 건설과 연계된 고속도로·우회로 건설 등 7개 프로젝트(모두 교통·통신 분야)는 기존에 추진 중인 사업이며, 32개 프로젝트는 신규로 발굴된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이다.

부분별로는 교통·통신 분야에 25개 사업, 약 2,000억 페소(100억 달러)가 배정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멕시코시티·게레따로·몬테레이·누에보레온 등 중북부 경제중심 지역뿐만 아니라 오하까·치아파스·타바스코·캄페체 등 남부·남동부의 낙후된 지역 교통여건 개선 사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에너지 분야에는 PEMEX의 툴라·카데레타 정유소 고도화 설비 확충 등에 약 1,000억 페소가 투입될 계획이다.


② 2차 인프라 개발계획(2020년 11월 발표)
총 29개 프로젝트, 2,300억 페소(115억 달러)에 달하며, 교통·통신 분야의 경우 다수의 고속도로 및 우회로 선설사업과 함께 USMCA Park 및 수출용 중장비부품 생산공장 기반확충 사업 등 18개 사업 1,102억 페소가 배정되었다. 에너지 분야에는 6개 천연가스 발전소 및 천연가스 액화시설 건설 등 총 9개 프로젝트에 1,167억 페소가 배정되어 있다. 수자원 분야에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로스 카보스 담수화 플랜트 확충 및 수도관리 개선 사업 등에 17억 페소가 투자될 계획이다.
4. 한국 기업 인프라 분야 투자 및 사업 참여 경험
① 전력 분야
한국전력은 멕시코 북부 치와와州에 총사업비 4.3억 달러, 설비용량 433MW 규모의 노르떼 II 천연가스복합화력 발전소를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국기업이 건설(삼성엔지니어링)과 운영·관리(한전)를 모두 담당한 멕시코 내 최초의 대규모 전력사업이다. 선진적인 발전소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멕시코 내 발전소중 최고 수준의 발전소 가동률과 양호한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19 방역용품 기증 등을 포함하여 발전소 소재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CSR 사업 추진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로 멕시코내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필수적인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관계도 형성하고 있다.

또한 한전은 멕시코 북부 소노라주 및 중부 아구아스칼리엔테주 등에 총 294MW 규모의 3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멕시코의 풍부한 일조량과 경제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감안하여 멕시코 내 주요 공업지역 인근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 구축을 진행 중이다.


② 천연가스 분야
한국가스공사와 삼성물산 등은 멕시코 서부 태평양 지역의 관문인 만자니요 항구 인근에 천연가스 인수기지를 건설하여 2011년부터 운영 중이다. 멕시코 전력청(CFE)이 환경오염 저감을 위하여 발전원을 기존의 석탄 및 석유에서 천연가스 중심으로 전환해 가는 계획에 따라, 가스화력 발전소에 공급되는 액화천연가스를 인수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수행중이다.
5. 멕시코 인프라 시장 참여 방안 및 유의사항

멕시코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멕시코 정부의 의욕적인 인프라 개발 계획 등을 감안하면 멕시코는 매력적인 인프라 시장이다. 이러한 기회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멕시코 정부의 정책변화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인프라 사업 특성상 초기에 대규모로 투입되는 투자비용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최근 멕시코 정부는 전력산업법을 개정하여 국영 전력청(CFE) 소유 발전소에 급전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민간 및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화력 및 신재생 발전소의 급전순위를 낮추고 수익성을 낮추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현재 동 전력산업법은 멕시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적용이 유예된 상황이나 전력산업에 투자한 민간 및 외국계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그간 멕시코 노동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인정되던 하도급 계약형태의 고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노동관련 법률 개정도 단행되어 금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므로 다수의 인력을 투입하는 사업장 및 공사현장에서는 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도록 사전에 이행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한국 기업이 멕시코 정부와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인프라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에 한국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5월 위해 멕시코 재무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향후 멕시코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한국기업은 총 1조1000억 원(10억 달러) 규모의 저금리 중장기 금융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는 USMCA를 통해 미국·캐나다와 실질적으로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광활한 국토와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와 인구를 기반으로 하는 내수시장, 그리고 중남미 국가들에 진입하는 관문으로서의 지리적 특성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이러한 기회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분석과 남들보다 한발 앞선 과감한 의사결정 등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멕시코 인프라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더 많은 성공스토리를 써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