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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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EI를 활용한 우리 기업의 진출 확대 방안
- 인프라 협력을 중심으로
주온두라스대한민국대사관 이지현 참사관
1. CABEI 개관 및 내부 동향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은 1960년 12월 중미 5개국(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과테말라)의 경제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 설립된 이후 특화된 국제개발금융 기구이자 다자지역개발은행으로서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역내 경제개발과 통합을 촉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다자개발은행들 중 중미지역에 최대 규모(46%)로 투자하고 있으며, IDB, 세계은행 등 여타 금융기관들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자금 유치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내부 조직 운영에서도 이사회와 경영진의 분리 등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해오고 있어 최근 중미지역 내 신인도 1위(AA 등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작년 중미지역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와 두 차례의 허리케인은 CABEI의 운영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CABEI의 최대 주안점은 코로나19와 허리케인 피해로부터 중미지역을 복구하고 조속히 역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있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CABEI는 약 26억불에 달하는 「코로나19 비상 프로그램」을 발표, 역내 중소기업 활성화 및 백신 조달을 지원해왔다. 또한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위해 25억불 규모의 「중미 재건프로그램」을 승인하여 회원국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 중이다.

2. CABEI의 외연 확대

CABEI는 코로나19 및 허리케인,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미를 넘어 전 지구적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최근 남미, 유럽,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까지 활동의 외연을 확장해오고 있다. 실제로 1992년 멕시코와 대만이 역외 회원국으로서는 최초로 CABEI에 가입한 이후, 2005년 스페인, 2018년 쿠바, 2019년 한국에 이르기까지 총 7개국이 역외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특히 CABEI는 역외 회원국들 중 한국과 대만이 최대 자본금을 기여하고 있음에 주목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잠재력과 CABEI와의 협력 가능성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CABEI가 아시아 시장에서 총 1억불에 달하는 자금 유치를 위해 다자개발 은행으로서는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채권」을 발행한 것은 이러한 관심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3. 한국과 CABEI간 협력 심화

이처럼 CABEI가 그 활동의 외연을 넓혀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CABEI간 협력도 그 폭과 깊이를 더해가는 중이다. 우리는 2020년 1월 CABEI 가입 이후 CABEI 역사상 최초로 5년간 총 5천만불의 신탁기금을 기여하는 등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우리의 신탁기금을 활용하여 CABEI는 중미 지역에서 에너지, 보건, 인프라 개선 등 분야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동 신탁기금을 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 허리케인 피해 재건사업에 사용하는 등 한국과의 협력 사업의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아울러 CABEI는 금년 중 한국에 지역 사무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동 사무소가 개소하면 한국과 CABEI간에 협력사업 발굴 및 추진에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4. CABEI를 활용한 우리 기업의 수주 지원 활성화 방안

이처럼 코로나19 및 허리케인 이후 우리와 CABEI간 협력의 폭과 범위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이를 기회로 적극 활용하여 우리 기업의 중미 지역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의 방향성과 목표를 갖고 CABEI와 협력을 확대코자 한다.

가. 코로나19 및 허리케인 피해 복구 관련 인프라 진출 확대
우선 CABEI가 추진 중인 코로나19와 허리케인 피해 복구을 계기로 활용해 인프라 분야에서 우리 기업 진출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특히 CABEI는 코로나19 대응과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위해 도로, 교량, 보건, 교육, 주거시설 복구 등 26개 활동에 약 34.6억불 지원을 결정한바 있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송배전 시스템 현대화, 태양광 발전), 녹색 친환경 교통수단, 조립식 주택 등 주거 건설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중미내 코로나19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KF94 마스크 등 방역 물품과 백신용 특수 주사기, 코로나19 치료제 지원 협력사업 역시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일례로 CABEI는 지난 3월 총 320만장의 KF94 마스크 구매 계약을 한국 기업과 체결키로 했다고 발표했으며, 현재 입찰 절차가 진행 중이다.


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 뉴딜협력 확대
CABEI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우리의 전자정부 및 디지털 혁신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역내 국가들의 여성과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 시범 ICT 혁신 도시 육성, 전자정부 수립 지원에 큰 관심을 보이며 관련 사업을 일부 국가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의 중미 여성기업 대상 디지털 역량 강화, 온두라스 전자정부 수립, 아르헨티나의 중소기업 디지털 혁신사업 지원이 대표적 사례이다.

우리는 이러한 CABEI측의 관심과 코로나19 대응 기간 중 K-방역 협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전자정부 및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 확대 등 실질협력을 강화해나가고자 한다. 물론 아직은 디지털 분야에서 대부분의 사업들이 예비 타당성 조사 등 초보적 단계에 있다. 하지만 사업 초반부터 우리 기업이 로드맵 작성 등을 통해 적극 참여하는 것은 본 사업 수주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만큼, 우리는 앞으로도 이를 지속 장려해나갈 계획이다.


다. 중미 포괄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를 통한 연결성 확대
우리는 CABEI를 교두보로 삼아 역내 개별 국가들의 사업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중미의 연결성 확대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일례로 CABEI가 추진 중인 중미 6개국의 철도 연결 사업이 가시화단계에 있으며, 우리의 신탁기금을 활용한 타당성 연구가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에서 진행 중이다. 이는 총 225억불 규모의 대규모 사업으로 본 사업 수주 뿐만 아니라 철도 운영 측면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다.

또한 CABEI는 중미 지역내에 바이오‧제약 클러스터를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신탁기금 35만불을 기여하여 이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우리의 우수한 K-방역 기술에 대해 중미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여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를 모색해나갈 여지가 많은 영역이라 하겠다.

한편, CABEI는 중미 카리브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 의료, 교육, IT 등 20개 핵심 분야의 개발을 위한 인프라 사모펀드(KorBCIE)를 추진 중이다. 1단계 목표액은 약 5억불, 최종 목표액은 약 10억불에 달한다. 우리는 중미 지역내 인프라 시장의 높은 잠재력과 CABEI내 위상 제고 측면 등을 감안하여 이에 적극 기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중미 지역이 인프라 투자에 약 111억불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이러한 우리의 기여는 향후 우리 기업의 진출 확대에 좋은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5. 맺음말

중미 지역 내에서는 최근 코로나19와 허리케인을 경험하면서 전염병 및 기후변화 등에 있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의 필요성과, 이를 통해 역내의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데 공감대가 높아졌다. 이런 점에서 CABEI는 우리가 모범적인 K-방역 시스템은 물론이고 친환경‧디지털 뉴딜 전략을 수립한 점에 주목하면서,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우리와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된 환경은 우리의 중남미 진출에 있어 큰 기회가 될 잠재력이 높지만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CABEI와의 긴밀한 소통 및 협력을 지속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인프라, 디지털 분야에 진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