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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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20.8월 멕시코에 부임해 현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니어쇼어링’이다. 니어쇼어링은 오래전부터 등장했던 단어이지만, 본격화된 미-중 경쟁 및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 등으로 촉발된 미 바이든 정부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따라 보다 전략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미국은 작년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을 통해서 전기차, 반도체 분야의 북미 생산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니어쇼어링의 흐름은 멕시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줄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것인가? 한국은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 본고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멕시코 내의 니어쇼어링과 관련해 대표적 분야로 전기차를 주목하고, 미래의 니어쇼어링 수혜 예상 분야로 반도체 후공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2.8.16(화)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르면 멕시코를 포함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최근 멕시코에 불고 있는 전기차 공장 건설 붐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다.
23.2.28(화) 발표된 테슬라의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투자 결정은 이런 추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테슬라 측은 전기차 생산 및 배터리 공장까지 이어진 “기가 팩토리”를 멕시코에 건설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멕시코에 불고 있는 전기차 제조 붐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이미 테슬라가 22.4월 텍사스 공장을 가동함에 따라 이에 따른 공급업체 40여 개가 누에보레온주에 진출하였다.
한편, 쉐보레(Chevrolet)는 멕시코 현지에서 블레이저 전기차(Blazer EV)를 2023년부터 생산할 계획임을 발표하였으며, 포드(Ford)는 이미 2021년부터 멕시코에서 전기차(Mustang Mach-E 모델)를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아우디(Audi) 역시 2027년부터 푸에블라 공장에서 전기차(Q5 모델)를 생산할 예정이다. 멕시코 측은 23.1월 BMW가 멕시코 중북부의 산루이스포토시주에 약 8억 유로를 추가 투자하여 전기차 생산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멕시코에 불고 있는 전기차 제조의 붐을 한국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22.7월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코아우일라주 라모스 아리스페에서 전기차 구동모터코아 생산공장 착공에 나섰으며, LG 마그나는 22.4월에 포스코 인터내셔널과 같은 지역에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건립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LS 이모빌리티솔루션도 두랑고주에 전기차 부품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22.7월에 주정부와 체결한 바 있다. 또한, 전기차 제조에 따른 전기강판 수요의 증가는 멕시코에 소재한 포스코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멕시코 시장 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인프라 및 정책은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성공적인 전기차 산업 구축 및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이 시급하다. 현재 멕시코 전역에 구축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2,100여 곳에 불과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테슬라 측이 구축한 충전소이고 부유한 4개 지자체(멕시코시티, 멕시코주, 누에보레온주, 할리스코주)에 집중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Evergo* 측은 BMW와 공동으로 멕시코에 2억 달러를 투자하여 앞으로 5년간 4,000개의 충전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 Evergo: 스페인 및 미주 지역 내 전기차 충전 플랫폼 운영 기업
결론적으로 다수의 한국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멕시코를 북미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활용코자 현지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전기차 관련 첨단 기술력을 가진 한국과 생산 거점으로서 경쟁력을 가진 멕시코 간 전기차 산업 관련 협력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멕시코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노력에 편승하여 ‘제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의 북미 공급망에 편입하고자 한다. 미국은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자국 내 반도체공장을 유치하고자 약 527억 달러의 인센티브(22-26년 간)를 제공하고, 투자자금의 25%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미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였다. 멕시코는 북미지역으로의 반도체 제조시설의 이동에 주목하며 북미지역 내 반도체 분업의 차원에서 반도체 후공정 산업 유치에 관심을 표하며 이를 토대로 점차 반도체 분야에서의 입지를 쌓아가고자 하고 있다.
23.1.10(화) 개최된 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3국은 북미지역 반도체 정책 조율 및 공급망 투자 확대를 위한 3국 반도체 포럼을 개최키로 하고, 공급망 맵핑(mapping)을 통해 미충족 수요에 대한 공동이해를 증진하고 투자기회를 식별키로 했다. 그에 앞서 22.9월 미-멕 고위경제대화에서도 멕시코가 반도체 후공정 등의 산업을 유치하여 북미지역 반도체 공급망에 편입하는 데 대한 내용이 논의된 바 있다.
현재 멕시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반도체 후공정 산업은 어떤 상황인가? 당관이 멕시코의 반도체 산업 현황 파악을 위해 22.11월 바하캘리포니아주 소재 인피니언(Infineon) 반도체 후공정 공장 관계자와 면담한바, 동인은 멕시코의 반도체 후공정 산업 현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멕시코 전역에 반도체 관련 후공정 공장이 3개 정도 운영 중이다. 가장 큰 공장은 바하캘리포니아주 멕시칼리에 있는 스카이웍스(Skyworks)로 현재 6,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고, 두 번째로 큰 공장이 인피니언(Infineon)으로 1,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한, 아구아스깔리엔떼스주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가 소재하고 있다. 현재 멕시코 내 파운드리 공장은 없는 상황이다. Infineon의 경우 4년 전부터 멕시코에서 반도체 후공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웨이퍼를 미국, 유럽으로부터 들여와서 후공정 가공을 한 후 미국, 유럽 등지로 재수출하고 있다. 멕시코는 마킬라도라 시스템을 활용하여 관세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멕시칼리에 있는 Skyworks는 텔레커뮤니케이션, Infineon은 자동차 및 항공우주산업의 반도체를 다루고 있어 경쟁관계는 아니다. Infineon의 경우,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들어올 TSMC와는 아시아 지역에서 이미 협력을 하고 있어 향후 북미에서도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인프라와 관련, 파운드리의 경우, 물과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고,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유리하지만, 후공정의 경우는 그보다는 훨씬 적은 인프라가 요구되며 투자 규모도 클 필요는 없다.”
이미 일부 반도체 후공정 업체가 멕시코에 들어와 있으며, 향후 미국 내 반도체 제조가 증가함에 따라, 보다 노동집약적인 반도체 후공정 산업의 멕시코 추가 진출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바하캘리포니아, 누에보레온, 할리스코 등 주요 과학기술, 산업 관련 주정부는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국제협력 관련 예산(약 5백만 달러)을 할당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연방정부 차원에서 산업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나 전략 등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많은 반도체 전문가들은 한국이 반도체 후공정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후공정 분야의 육성 필요성을 언급한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고 어려워질수록 투자비용과 제조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후공정인 패키징 기술로 집적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등 보완적 수단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10년 안에 후공정이 전공정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시스템화, 3차원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미세공정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다.”1)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반도체 후공정 산업의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북미지역의 반도체 분업 추세를 면밀히 관찰하고, 선도적으로 진출을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 ‘(인터뷰) 진대제, 1000억달러 반도체 패키징 시장 잡아야 산다 (조선비즈, 22년 8.19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멕시코에 첨단산업 분야 니어쇼어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우리의 속담처럼 북미지역, 특히 멕시코의 니어쇼어링 현상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멕시코에 불고 있는 니어쇼어링 바람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아울러 한-멕간 첨단산업 협력의 잠재력을 멕시코 국민들에게도 알리기 위해 6월 말 한-멕 경제협력포럼을 멕시코에서 개최코자 한다. 전기차, 반도체 후공정, 생태산업단지 등 양국의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