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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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방산수출(수주 기준) 173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우리나라는 올해에도 기세를 몰아 글로벌 방산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러-우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폴란드, 호주, 말레이시아, 이집트, 미국 등 글로벌 방산시장에 적극 진출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진정한 ‘글로벌 방산수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제10회 방위산업발전협의회’에서 국방부 장관은 올해 방산수출 200억 달러를 돌파해 2027년까지 ‘글로벌 방산수출 4강 진입’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1) 본고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중남미 방산시장 진출 노력과 성과를 살펴보고, 최근 중남미 방산시장의 동향을 분석한 다음, 향후 방산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을 제언하고자 한다.
1) 헤럴드 경제, ‘한, 폴란드 방산전시회 주도국 참가한다..’. 이종섭 ‘올해 200억불 방산수출 목표’, 2023.2.14.
2022년 기준 중남미 권역 33개 국가들의 국방예산 총액은 약 56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2) 이는 전 세계 국방예산의 3.0% 수준으로 중남미는 아프리카(약 370억 달러)에 이어 국방예산 지출이 가장 낮은 권역이다. 주요 이유로서 북미 및 유럽, 아시아·태평양 권역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한 GDP 규모, 중남미 국가간 갈등과 분쟁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 이에 따라 국가간 전면전에 대비한 대규모 무기체계보다는 마약과 반군 소탕 등 저강도 분쟁에 필요한 경공격기, 헬기, 초계함, 장갑차 등의 준 군사장비 소요가 높다는 점 등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대응으로 국방비의 상당 부분이 전염병 퇴치 예산으로 전용되어 국방비 지출이 더욱 감소했다.3)
그러나, 2022년 후반기부터 서서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간접적 영향 등으로 중남미 권역의 국방예산도 서서히 증가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Forecast International(2021)에 따르면, 2026년까지 이 지역 국방예산은 740억 달러를 넘어 2022년 대비 약 33%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5년(2022~26)간 중남미 국방예산은 연평균 5.9%의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 Forecast International, ‘The military market for Latin America’, 2021; SIPRI, SIPRI Military Budget, 2023을 기초로 산업연구원 작성.
3) Forecast International, ‘The military market for Latin America’, 2021.
중남미 권역의 국방예산은 2021년 기준 브라질(211.1억 달러)이 가장 높고, 이어서 콜롬비아(111억 달러), 멕시코(71.5억 달러), 칠레(24.1억 달러), 쿠바(20.9억 달러), 페루(19.1억 달러), 아르헨티나(16.9억 달러) 순이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멕시코 3개국의 국방예산이 전체 중남미 국방예산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국방예산 증가율 측면에서는 2021년 기준 멕시코가 전년 대비 39.5% 증가하여 1위를 차지하였고, 이어서 엘살바도르(12.5%), 파나마(10.2%), 베네수엘라(8.9%), 콜롬비아(8.4%) 순이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중남미 권역에 방산수출 교두보 마련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2012년 페루에 KT-1 훈련기(2억 달러) 및 해안경비정(0.7억 달러) 등을 수출하였으며, 콜롬비아에도 함대함 유도무기(해성)와 해안경비정(CPV) 등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2020년에는 에콰도르에 일부 무기류를 수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명 | 방산수출실적 | 수출제품 |
---|---|---|
콜롬비아 | 128 | 함대함유도무기, 해안경비정(CPV) 등 |
페루 | 352 | KT-1 훈련기, 해안경비정(CPV) 등 |
에콰도르 | 12 | N/A |
계 | 492 |
* TIV(Trend Indicator Value): 무기거래 추세를 나타내기 위해 무기의 생산 비용을 기반으로 산출한 보조지표
최근 10년(2012~21)간 중남미 권역의 주요 무기수출국은 미국이 단연 1위(20억 7,300만 TIV)로 멕시코, 브라질 등 17개국 이상에 무기수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4) 이어서 러시아(18억 7,600만 TIV)가 베네수엘라 등 6개국 이상에 수출하였으며, 프랑스(8억 9,800만 TIV), 독일(6억 1,300만 TIV) 순이다. 우리나라도 같은 기준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에 KT-1 훈련기, 해안경비정 등의 수출을 통해 이탈리아, 중국 등을 제치고 중남미 권역 무기수출국 5위권으로 올라섰다.
4) SIPRI, ‘SIPRI Arms Transfer DB’, 2023.2.
순위 | 무기수출국 | 무기수입국 | 방산수출실적 |
---|---|---|---|
1(1) | 미국 | 멕시코, 브라질 등 17개국 이상 | 2,073 |
2(2) | 러시아 | 베네수엘라 등 6개국 이상 | 1,876 |
3(3) | 프랑스 | 브라질, 멕시코 등 10개국 이상 | 898 |
4(5) | 독일 | 콜롬비아, 브라질 등 8개국 이상 | 613 |
5(8) | 한국 |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 492 |
6(6) | 이탈리아 | 브라질, 페루 등 8개국 이상 | 451 |
7(4) | 중국 | 베네수엘라 등 3개국 이상 | 440 |
8(7) | 영국 | 브라질 등 6개국 이상 | 379 |
9(9) | 스페인 | 브라질, 에콰도르 등 8개국 이상 | 307 |
10(10) | 이스라엘 | 콜롬비아 등 6개국 이상 | 127 |
- | 브라질 | 칠레 등 5개국 이상 | 57 |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페루와 콜롬비아를 중남미 권역 방산수출 거점국가(Hub)로 삼아 주변국인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에콰도르 등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남미 권역 수출 유망제품으로는 콜롬비아의 FA-50 경공격기(10억 달러)와 해성, 신궁, 천궁 등 유도무기 수출이 유망할 전망이다. 아울러, 콜롬비아가 희망하는 소구경 및 대구경 탄약류와 탄약플랜트 수출, 방공레이더 등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페루는 KT-1 훈련기 수출과 연계하여 이에 대한 추가수출 및 창 정비, FA-50 경공격기와 수상함, 209급 잠수함의 수주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우리나라는 아르헨티나의 FA-50 경공격기 수출과 함께 에콰도르, 파라과이 등의 KT-1 훈련기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 중남미 방위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탄약 플랜트 수출과 함정 조선소, 전투기/훈련기 격납고 등의 인프라 시설 구축도 유망할 전망이다.
권역명 | 국가명 | 국방예산 전망 (2022~26) |
주요수출실적 | 수출유망품목 | 방산수출 거점·유망국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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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 향후 | |||||
중남미 | 콜롬비아 | 623(3.8%)* | 함대함유도무기, 해안경비정 등 | 탄약 플랜트, 유도무기, 수상함, FA-50, KT-1, 장갑차량, 방공레이더 등 | ◎ | ☆ |
페루 | 97**(0.6%) | KT-1 훈련기, 해안경비정 등 | KT-1, T-50, 수상함, 209잠수함, 잠수함 창정비, 전차, 전술통신망 등 | ◎ | ☆ | |
파라과이 | 15(3.7%) | - | KT-1, 탄약 플랜트 등 | ★ | ||
에콰도르 | 17(1.7%) | N/A | KT-1, 탄약 플랜트 등 | ★ | ||
아르헨티나 | 94(2.6%) | - | FA-50, 함정 등 | ★ | ||
계 | 2 | 5+ |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남미 권역은 ▲낮은 수준의 국방예산 및 무기획득예산, ▲중남미 권역 최대 방산국가인 브라질의 높은 위상, ▲미국, 러시아, 프랑스 위주의 높은 무기시장 점유율, ▲상대적으로 먼 거리 등으로 아직까지 우리나라 주력 방산시장인 중동, 북·동유럽, 동남아시아 수준의 무기수출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불모지에 가까운 중남미 방산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방산기업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페루와 콜롬비아 등에 무기수출 거점(Hub)을 마련하고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에 이어 중남미 무기수출 5위권으로 올라섰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향후 중남미 권역 방산시장 진출을 보다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 수출전략과는 차별화된 맞춤형 수출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남미 주요국들의 저조한 국방예산, 투명하지 않은 무기획득절차 등에 따라 무기구매국 정부에서 요구하는 정부간 거래(GtoG)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구매국 정부가 무기 수입 후 판매국 정부에게 요구하는 안정적인 장비의 운영·유지 보장과 가동률 제고 등을 지원하여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무기 구매를 위한 신뢰도를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간 거래(GtoG)의 연장선상에서 중남미 저예산 국가들의 무기구매의 예산적 제약을 고려하여 수출금융지원을 강화해 나가는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에서는 방산수출 확대를 위한 저리, 장기간 융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연계하여 중남미 국가들의 무기수요 우선순위와 연계, 수출 실적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중남미 주요국들의 낮은 무기획득예산 투자에 따른 중고장비 수출과 불용, 잉여장비 무상양도 등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페루에 A-37B 공격기 무상양도를 통해 2012년 KT-1 훈련기 수출에 큰 역할을 담당한 사례를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5) 이에 따라, 향후 중남미 주요국들이 희망하는 불용, 잉여물자의 식별과 이에 대한 무상양도 또는 중고·신규장비와의 연계 수출(Bundling)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남미 주요국가들이 요구하는 소총류 생산공장, 탄약 플랜트, 항만시설, 비행장 현대화 등의 수요와 연계하여 방산-건설 인프라 수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남미 주요국과의 방산협력협의체를 확대함과 아울러, 양국간 협력 의제에 방산-건설 인프라 제안을 통해 패키지 딜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 2027년까지 ‘중남미 방산수출 4대 강국’에 진입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5) 장원준 외, ‘페루 방산시장 분석과 수출전략’, 산업연구원,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