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보고서
※ 본 웹진에 게재된 내용은 외교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최근 폭우, 폭염, 가뭄 등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과 러-우 전쟁이 촉발한 유럽발 에너지 위기 등으로 전 세계의 기후·에너지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남미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광활한 산림, 풍부한 광물자원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재생 에너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이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행보에 지구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고는 중남미 관련 다양한 보고서와 발표 자료 등을 바탕으로 환경 의제를 중심으로 중남미의 국제사회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기회 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발간하는 ‘Global Risks Report’를 통해 인류가 직면할 가장 심각한 리스크 1위로 기후위기(▴극단적 이상기후(2017-2021), ▴기후행동 실패(2022), ▴기후변화 완화 실패(2023))를 꼽으며 거듭 경고해왔다. 특히, 금년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10대 리스크 중 6개가 환경과 관련되어 있을 만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고(표1 참고), 전 지구적인 기후 행동의 시급성을 강력히 어필했다.
순위 | 리스크 | 카테고리 |
---|---|---|
1 | 기후변화 완화 실패 | 환경 |
2 | 기후변화 적응 실패 | 환경 |
3 | 자연재해 및 극단적 이상기후 현상 | 환경 |
4 | 생물다양성 손실 및 생태계 붕괴 | 환경 |
5 | 비자발적 대규모 이주 | 사회 |
6 | 천연자원 위기 | 환경 |
7 | 사회적 결속력 약화 및 사회 양극화 | 사회 |
8 | 사이버 범죄 및 사이버 안보 불안 | 기술 |
9 | 지정학적 대립 | 지정학 |
10 | 대규모 환경피해 | 환경 |
그동안 국제사회는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른 기후위기를 개별국가의 노력과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채택(’15)했으며, 매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를 개최하여 당면한 환경적 의제를 규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기후행동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국제협력 차원에서 다루었다.
이러한 국제적 노력 속에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보유하고 있는 중남미는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중요한 지역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동안 코로나19 및 러-우 전쟁 등의 여파로 중남미 정부들은 가중된 국정 운영 어려움과 산적한 내부 현안에 집중하느라 기후위기 대응 최전방에 나설 여력이 부족했다. 실제로 극심한 가뭄, 홍수 등 전례 없는 이상기후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벌목을 포함한 환경 의제를 국제사회에 피력하는 데에는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그 기류가 바뀌었다. 룰라 대통령은 취임하기도 전인 ’22.11월, 당선인 자격으로 제27회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에 초청받아 국제무대에 복귀했다. 전임 정부에서 소홀히 했던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한 환경 정책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기금 재개,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재건, ▴COP30(’25) 브라질 유치 의지 등을 표명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에 브라질이 적극 동참할 것을 천명했다.
특히 아마존 불법 벌채 근절을 향한 룰라 대통령의 의지는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졌다. 금년 1~5월 브라질 아마존 산림벌채 면적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1%(2,876㎢→1,986㎢)나 감소한 것이다(브라질우주연구소(INPE)). 이 같은 룰라 대통령의 강력한 행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제사회는 룰라 정부가 재개한 아마존기금에 출연을 결정하며 아마존 삼림벌채 완화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1).
1) ▴영국(1억 달러), ▴유럽연합(2천만 유로), ▴미국(5억 달러), ▴노르웨이*(아마존기금에 대한 재지원 약속)
* 노르웨이는 2008년 아마존기금 설립 초기 10억 달러의 기부금을 출연했으며, 전체 출연금의 90% 차지
환경 의제 측면에서 브라질이 주도적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룰라 정부는 환경 의제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중남미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역내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개최한 남미정상회의*(5.30)를 통해 이념을 초월한 남미 통합을 호소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참석을 놓고 일부 이견이 있기도 했지만, 역외국 없이 역내 국가 대표들만이 모여 국가 간 공통 분모를 찾고 공동의제를 모색하여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Voz de América, ’23.5).
*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12개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페루)가 참석
전 세계 각국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탈탄소화를 국가 정책으로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수백 년간의 산업화의 기반이 되었던 화석연료 체제를 단기간에 무력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사회의 의지와는 반대로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산업활동이 재개되면서 화석연료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고,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발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자 유럽의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하게 증가하면서 2022년 글로벌 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1% 증가(375t)했다2).
2) Global Carbon Budget 2022. Global Carbon Project
그러나 이러한 복합적인 변수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남미는 에너지 시장에서 ‘파워쇼어링(Powershoring)3)’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CAF, ’22.11). 과거 낮은 인건비가 산업 투자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였다면 기후위기 대응이 글로벌 도전과제로 부상한 현재,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이 산업 투자를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고려되고 있다. 중남미는 유럽 및 북미 등의 소비 중심지와 지리적으로 근접할 뿐만 아니라,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2021년 기준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은 57.5%로, 세계 평균(28.4%)을 2배 웃도는 수치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전환에 유리한 여건을 이미 갖추고 있는 중남미의 강점이 글로벌 에너지 추세(▴에너지전환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와 맞물리면서 투자 유치 활성화, 협력 프로젝트 확대 등의 성과가 기대된다.
3) 파워쇼어링은 청정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고 소비 중심지와 가까운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CAF)
* 지난 한 해 동안 글로벌 에너지전환 기술에 1조 1천억 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집계(BloombergNEF)
권역 | 2015년 | 2021년 |
---|---|---|
라틴아메리카 | 51.8% | 57.5% |
유럽 | 33.6% | 40.7% |
CIS | 15.7% | 19.0% |
북아메리카 | 20.3% | 26.5% |
아시아 | 19.7% | 25.3% |
태평양 | 23.6% | 34.2% |
아프리카 | 18.0% | 22.1% |
중동 | 1.7% | 2.2% |
전 세계 평균 | 23.05% | 28.4% |
또한, 탈탄소화 측면에서 주목받는 친환경 전기차로의 전환 기조도 중남미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내연기관차를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가속화됨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등 전략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고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게 되면서 에너지·자원 측면에서 ‘안정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게 되었다. 중남미는 리튬, 니켈, 구리 등 핵심자원이 ‘풍부한’ 공급처일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중동, 아프리카 등)과 달리 정치적인 문제가 내전이나 주변국과의 전쟁으로 격화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지로서의 역할을 수행4)할 수 있을 것이다.
4) 권기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안보시대 한-중남미 경제 협력: 기회와 과제. 2023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5.16)
한편, 중남미가 가진 잠재력을 인식하고,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자원·에너지, 교역 등 다각화된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는 이른바 ‘환경 선진 블록’ 유럽연합(EU)이다. EU 집행위원장은 중남미 4개국(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순방(6.12-15)에 나서며 중남미와의 협력 의지를 행동으로 옮겼다. 먼저 남미공동시장(MERCOSUR) 회원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방문 계기에 EU와의 무역협정 진전을 바란다고 표명하며, 연내 비준을 촉구했다. 동 무역협정은 2019년 타결되었으나 당시 브라질 보우소나루 정부의 반환경적 행태에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반대하면서 중단되었다. 그러나 룰라 정부 출범으로 브라질의 환경 정책 기조가 바뀌자, 제동을 걸었던 EU 측이 먼저 연내 비준 의사를 내비치며 손을 내미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한, 칠레에서는 칠레-EU 간 ▴리튬*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연대, ▴친환경 수소 개발 협력 프로젝트 추진 등을 발표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이루어냈다.
* 칠레의 리튬 매장량(가채매장량)은 920만 톤으로, 전 세계 리튬 매장량 1위(35%) 차지(USGS)
이어 금년 7월부터 EU 의장국을 맡게 된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의장국 임기 동안 추진할 핵심 과제들을 발표했다(’23.6).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는 지역에 걸맞게 ▴녹색전환, ▴기후변화 대응(및 적응)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남미와의 협력을 수차례 강조하며 EU의 교역 관계 다각화 측면에서 “중남미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함(América Latina debería ser una prioridad)”을 천명했다.
중남미가 가진 강점이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이라는 전 지구적 의제와 맞물리면서, 환경 의제를 중심으로 협력 파트너로서 중남미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중남미가 이런 추세를 기회로 잘 활용하여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 Global Risks Report 2023, World Economic Forum (2023.1.11)
- What Lula Means for Latin America, Americas Quarterly (2023.4.25)
- Iberoamérica: espacio de oportunidades para el crecimiento, la colaboración y el desarrollo sostenible, CEPAL (2023.3.24)
- América Latina, un actor clave para la acción climática global, El País (2021.11.18)
- Brazil's Global Ambitions,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22.09.19)
- Brazil’s Rising Challenges in the New World Order, The Global Americans (2023.05.11)
- La crisis climática: una crisis de liderazgo e imaginación, Latinoamérica 21 (2023.2.4)
- Latinoamérica y el Caribe: Riqueza Natural y Degradación Ambiental en siglo XXI, PNUD (2020.7.2)
- US President Joe Biden pledges $500 million to curb Amazon deforestation, CNN (2023.4.20)
- Powershoring, CAF (2022.11.14)
- Declaración de Brasilia acuerda una hoja de ruta para la integración, Voz de América (2023.5.30)
- Deforestation in Brazil’s Amazon fell by 31% in January-May, INPE (2023.6.8)
- Global Carbon Budget 2022, Global Carbon Project (2022.11.11)
- Reino Unido promete US$100M para fondo Amazonía de Brasil, Bloomberg (2023.5.6)
- La UE anuncia 20 millones de euros para la Amazonía brasileña, Agencia EEF (2023.6.12)
- Energy transition’s new industrial landscape, BloombergNEF (2023.4.5)
- Pedro Sánchez presenta las prioridades de la Presidencia española del Consejo de la Unión Europea, La Moncloa (2023.6.15)
- Ursula von der Leyen aboga por acuerdo UE-Mercosur, DW (2023.6.14)
- EU and Chile to develop lithium and green hydrogen projects, Reuters (2023.6.15)
-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3, USGS (2023.1.31)
- ’23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본 미래 리스크의 변화, KDB미래전략연구소 (2023.2.13)
- 에너지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의무이자 기회, 삼정 KPMG 경제연구원 (2019.4)
- 신재생에너지 핫스팟 '중남미 시장', 산업일보 (2022.12.29)
- 남미정상회의 브라질서 개최…룰라 "이념분열 끝내고 통합하자", 연합뉴스 (2023.05.31)
- 칠레, EU와 리튬 및 친환경 수소 공동 개발 추진, Emerics (2023.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