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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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동향”은 우리 현지 공관에서 작성한 중남미지역의 산업·경제 관련 최신 동향과 이슈를 소개합니다.

콜롬비아의 경제사회 개혁, 어디까지 왔나
주콜롬비아대한민국대사관 서성빈 서기관
1.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정부 출범

2022년 8월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정부인 페트로 정부가 출범하였다.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지난 10개월간 콜롬비아의 완전한 평화(Paz Total)와 사회적 및 환경적 정의 구현을 기치로 광범위한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조세, 의료, 노동, 연금, 에너지, 농지 등 경제 및 사회 분야에서 다양한 개혁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2. 경제·사회 개혁정책 추진 동향

먼저, 조세 개혁안이 2022년 11월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세수 확대를 위해 소득세 및 법인세를 강화하고 부유세 및 건강·환경세를 도입하였다. 또한, 탈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는 페트로 대통령 취임 후 첫 주요 성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의회 통과 과정에서 정부 계획에 비해 세수 확대 규모가 상당 부분 삭감되었다. 추가 세수 확보를 전제로 추진하던 농지개혁 및 복지 강화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의회에 여전히 계류 중인 다른 분야의 개혁안에 비하면 조세 개혁은 큰 성과를 거뒀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민간 의료보험 기관의 기능을 정부로 단일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료보험 개혁은 큰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의료개혁의 난항은 내각 개편 및 콜롬비아 연립정부의 종료를 초래하기까지 하였다.

이에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의료개혁에 반대해 온 정당과의 연정을 종료한다고 선언하고, 내각의 사임서 제출을 요구했다. 자유당, 보수당, U당은 정부 개혁안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노동 및 연금 개혁법안도 의료보험 개혁안과 마찬가지로 최근 콜롬비아 정세 급변으로 인해 의회 토의조차 중단된 상황이다. 다비드 라세로(David Racero) 하원의장이 6.5 정부 연정이 재구성될 때까지 개혁법안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페트로 대통령은 의회 논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번 일반회기(6.20 종료) 내 개혁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먼저 콜롬비아 정부가 3월 의회에 상정한 노동 개혁안은 주간 근무시간 점진적 감축, 휴일근무 추가수당 및 육아휴직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측에서는 올해 최저임금 16% 인상에 이러한 개혁안 내용까지 더해진다면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며 결국 서비스 및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비슷한 시기 상정된 연금 개혁안은 연금제도의 형평성과 연급 수급의 성평등 제고 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존에 연금 대상이 아니던 노년층에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한, 다양한 사적연금과 공적연금의 상호보완 체제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3. 최근 콜롬비아 정세와 향후 전망

이렇듯, 페트로 정부 출범 이후 개혁 드라이브가 순항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최근 대통령 비서실장의 민간인에 대한 불법 감금 및 도청, 그리고 페트로 대통령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및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개혁의 추진 동력이 더욱 꺾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정치 정세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경제 침체도 개혁 추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는 콜롬비아의 2023년 및 2024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1.0% 및 1.9%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이전 10년간 3.5% 이상의 연평균 성장률을 시현했던 것과 비교해 경제가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인근국인 에콰도르와 페루의 금년도 성장률 전망치인 2.9% 및 2.4%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치이다.

한편, 이러한 경기 침체는 콜롬비아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및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석에너지 부문을 줄이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컨센서스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감안한다면 단시간 내 페트로 정부의 주요 경제·사회 개혁안의 입법화가 이루어지고 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트로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콜롬비아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개혁 동향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진출 유망 분야를 식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