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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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국가리튬전략 평가 및 전망
주칠레대한민국대사관 황정한 공사참사관
1. 서론

리튬은 파리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e-Mobility와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 확산에 필수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이차전지(양극재)의 핵심 원소이다.

지난 4월 20일 칠레 정부에서 ‘국가 리튬 전략’을 발표한 이후, 국유화이니 자원 무기화이니 하면서 실제 민간투자 진출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외신에서 사용된 ‘국유화’라는 표현과 여러 맥락이 칠레 정부에서 의도했던 방향과 맞지 않아, 칠레 정부는 이를 바로잡으려는 공공외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칠레 리튬의 잠재성과 사업 여건 및 현재 제도를 알아보고, 4.20 발표된 ‘국가 리튬 전략’에 대한 전망 및 당면과제를 짚어보고,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접근해 나갈지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 칠레의 리튬 잠재성 및 여건

미국 지질조사국(USGS 2023)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은 9천8백만 톤이지만, 채굴 가능한 리튬양은 2천6백만 톤에 불과하다고 한다. 확인 매장량을 보면, 볼리비아(2천1백만 톤), 아르헨티나(2천만 톤), 칠레(1천1백만 톤), 호주(7백9십만 톤), 중국(6백8십만 톤) 순이지만, 채굴 가능한 매장량을 보면, 칠레(9백3십만 톤), 호주(6백3십만 톤), 아르헨티나(2백7십만 톤), 중국(2백만 톤), 미국(1백만 톤) 순으로 칠레가 세계 최대의 채굴 가능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리튬 생산량은 2022년 기준으로 호주가 6만1천 톤으로 1위이며, 칠레가 3만9천 톤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1만9천 톤, 아르헨티나는 6천2백 톤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칠레에서는 리튬이 염호에 부존되어 있어서, 경암형 광산보다 생산비가 낮은 편이다. 또한, 칠레의 염호(아타카마 염호)는 염수 내 리튬 함유량이 리튬 트라이앵글 내의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 비해 높은 편이다. 칠레 아타카마 염호의 리튬 함유량은 1,840mg/L이며, 아르헨티나 살리나스 그란데 염호는 800mg/L,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는 532mg/L 정도의 함유량을 보인다.

< 그림1. 리튬 트라이앵글(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 >
자료: Resource World Magazine

칠레에는 현재 45개 암염층과 18개의 염호에 리튬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아타카마 염호에서만 리튬이 생산되고 있다. 칠레 리튬 염호의 강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와 우수한 물류 환경이다. 칠레 아타카마 염호(2,400m)는 볼리비아 우유니(3,600m)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또(4,000m)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 위치하고 있고, 태평양에 면한 토코피야(Tocopilla)항까지는 360km 정도로 가까이 위치하며, 도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이처럼 칠레는 리튬 개발에 있어서 잠재성이 크며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칠레의 리튬 개발 현황은 다음과 같다. 현재 리튬 국유화의 논란이 있지만, 칠레 정부는 이미 1979년 냉전 시기라는 국제 정세 속에서 미국의 영향에 의해, 핵융합에 사용될 수 있는 리튬을 전략자원으로 지정하였다(Decreto Ley Nº 2886 광업법 개정). 이에 리튬을 개발 및 판매하기 위해서는 칠레 원자력위원회(CCHEN)로부터 사전에 할당량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다른 중요한 제도적인 분기점은 1932년의 구(舊)광업법과 1983년 이후의 신(新)광업법 체제의 구분이다. 1983년 신(新)광업법 체계에서 리튬은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거나, 민간과 작업계약 혹은 관리 허가를 통해서만 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1979년 이전에 광업권을 얻은 경우는 리튬을 포함한 어떤 광종도 개발할 수 있다. 신(新)광업법 체계에서도 이전 법체계에서의 기득권을 인정해 주고 있다. 이때 인정된 광구는 칠레생산진흥청(Corfo)이 광업권을 가지고 있는 아타카마 염호와 구리공사(Codelco)에서 보유한 마리쿤가 염호와 페데르날레스 염호이다.

리튬이 전략 광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리튬 개발은 국가기관이나 국영기업이 직접 개발하거나, 행정허가(양허) 또는 리튬생산 특별계약(CEOL, Contrato Especial de Operación de Litio)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기관과 국영기업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CEOL을 통해 민간기업이 생산에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현재 칠레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기업은 생산진흥청(Corfo)이 광업권을 가지고 있는 아타카마 염호에서 활동 중인 미국기업 Albemarle과 칠레기업 SQM이다. 이들은 각각 1986년과 1994년에 생산진흥청과 임대생산계약을 체결하여 수수료(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리튬이 전략자원이자 주력 수출품으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1위 수출품인 구리 생산량이 5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하락하였고, 2017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리튬은 정반대의 추세를 보인다. 물론 최근 국제 리튬 가격이 조정국면에 들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예년 대비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칠레의 리튬 수출액 총액은 9억7천만 불을 기록하여 전체 수출에서 1.02%(총수출액 947억 불)를 차지하였으나, 2022년에는 리튬 가격과 생산량이 함께 상승하여 80억 불 수출을 달성하였고, 이는 전체 수출의 8.2%(총수출액 974억 불)를 담당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전 세계적으로 리튬 수요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여, 칠레 정부도 동 자원을 전략자원이자 주력 수출품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리튬 개발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3. 칠레의 국가 리튬 정책(Estrategia Nacional de Litio)의 기본방향 및 당면과제

지난 4월 20일 칠레 보리치 대통령은 저녁 9시 TV 연설을 통해 국가 리튬 전략을 직접 발표하였다. 이는 현 칠레 정부에서 리튬을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 리튬 전략의 목적은 󰋲리튬생산량 확대 및 고부가 생산을 통한 국부 제고, 󰋲사회적 환경적 영향 최소화, 󰋲지속 가능한 산업발전, 󰋲세계 리튬 산업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을 들고 있다.

이를 위해 5개의 기본방향을 정했다. ①국영 리튬 공사를 설립하여 국가의 리튬 탐사·생산 전주기 참여, ②향후 리튬 탐사 및 개발, 생산은 정부 주도의 ‘민관 합작투자’를 통해 진행(민간기업 단독 수행 불가), ③생태계 영향 최소화를 위한 새로운 리튬 추출 기술개발 적용, ④지역사회와의 협의 후 리튬 프로젝트 진행, ⑤고부가 리튬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촉진을 기본방향으로 한다.

이는 정부에서 추구하는 여러 가지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정책추진 방향으로 보인다. 그리고, 민관 합작투자 방식은 기존 임대생산계약을 통한 것보다, 실제 지분투자가 이루어지고, 지분만큼 민간기업의 사업상 권리가 안정적으로 인정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원주민 보호 및 환경보호 기조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다른 친환경 생산방식과 생산고도화를 달성해야 하는 등 아래와 같은 당면과제도 가지고 있다.

첫째, 정부는 국영 리튬 공사 설립 법안을 올해 하반기 국회에 제출한다고 하는데, 토의과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야당이 다수이기에 정부안대로 통과된다고 장담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영기업 설립은 칠레 광업법에 따라, 리튬 개발을 정부와 국영기업이 직접 수행하게 되어있고, 칠레 구리공사(Codelco)처럼 칠레 경제의 중요부문을 담당하는 경쟁력 있는 리튬 전문 국영기업으로 키우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칠레의 경제 상황과 정부 예산, 인적자원을 고려했을 때, 현 정부에서 원하는 수준의 자본금과 역량을 가진 조직을 창설하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향후 민관 합작투자를 진행하려면, 실제 자본금과 금융 조달 능력도 필요하며, 리튬의 고부가가치 생산까지 고려했을 때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고급 인적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공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리튬 광구에 대한 이전도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영 리튬 공사가 설립되기 전까지, 잠정적으로 칠레구리공사(Codelco)와 칠레광업공사(Enami)가 민간기업과 리튬 탐사 및 개발계약 진행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둘째, 정부 주도의 ‘민관 합작투자’를 통한 리튬 개발 및 생산 관련 몇 가지 이슈가 있다. 현재 민간에서는 여러 다국적기업이 관심을 보이며 합작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면, 칠레 공공부문에서는 누가 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직 민관 합작투자에서의 지분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려면 정부에서 51%를 보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실제 51% 지분투자가 가능할지는 면밀히 봐야 할 것이다. 현재 공공기관과 공기업 중 리튬 함유 염호의 광업권을 가지고 있는 곳은 생산진흥청(Corfo), 칠레구리공사(Codelco), 칠레광업공사(Enami)가 있다. 현재 칠레 프로젝트에서 투자를 검토 중인 다국적기업들은 5억 불 이상을 언급하고 있다(美 앨버말 Albemarle 5억 불, 佛 에라메트 Eramet 8억 불 등). 그러면, 칠레 공기업 중에 어떤 기업이 매칭할 역량이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산진흥청(Corfo)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73억 불에 연 매출 37억 불에 영업이익 26억 불을 기록했고, 칠레 구리공사(Codelco)는 자산총액 447억 불에 연 매출 172억 불, 영업이익은 3억6천만 불이었다. 칠레광업공사(Enami)는 자산총액 12억 불, 연 매출 12억 불이나, 영업손실이 7천8백만 불이었다.

생산진흥청(Corfo)의 경우 광업권을 가지고 있지만, 광업이 주력 분야가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 추진 역량은 부족한 것으로 보이며, 칠레광업공사(Enami)는 재무적으로 봤을 때 대규모 차입을 하지 않는 한, 매칭 펀드 조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칠레구리공사(Codelco)가 상대적으로 칠레 리튬 사업을 추진할 역량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정부 재정 부담이 높고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영업이익은 감소세에 있다. 그러나, 동 세 기관이 염호에 대한 광업권을 보유하고 있고, 향후 정부에서 지분율 등 지침을 유연하게 적용하게 되면 협력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셋째, 칠레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추출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술은 직접추출기술(DLE)인데, 상용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요한 이슈는, 칠레 정부가 기존 기업(Albemarle, SQM)의 계약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 국가 리튬 전략에 따라 후발 진출기업들은 기 진출기업에 비해 더 많은 투자 비용을 들여 신기술을 도입해야 하지만, 기존 기업에는 신기술 도입을 강요할 수 없다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 리튬 가격 내림세에 맞춰, 신규기업의 투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넷째, 지역사회와 협의 후 투자를 진행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현재 리튬 염호가 많이 있는 북부지역은 아타카마 원주민 지역으로 현재도 기존 리튬업체에 대한 민원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염호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아직 이 30%를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고 합의를 이뤄나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또한, 환경영향평가도 실제 투자에서의 큰 쟁점이 되고 있는데, 만약 민관 합작투자를 진행한다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업무 분담에서, 대민업무와 환경영향평가 등의 인허가 문제는 공공기관이 담당해야 하지 않겠느냐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다섯째, 기술개발 촉진과 이를 위한 연구소 설립이다. 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부분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언제, 어디에, 어떻게 재원과 인력을 확보하여 설립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지켜봐야 한다.

4. 평가 및 전망

한국 배터리 기업(LG, SK온 등)들은 SQM, Albemarle과 장기구매계약을 체결하여 리튬을 공급받고 있다. 사실 우리기업들도 칠레 리튬 개발을 여러 번 시도해왔다. 2012년 리튬생산 특별계약(CEOL) 입찰에도 참여했으나 낙찰받지는 못하였고, 2018년 포스코와 삼성SDI가 칠레 생산진흥청(Corfo)의 리튬 양극재 생산프로젝트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었으나, 이후 칠레 생산진흥청(Corfo)과 앨버말(Albemarle)간의 계약상의 문제로 사업이 중단되었다.

현재도 우리기업들이 칠레에서의 리튬, 배터리 관련 현지 잠재 파트너들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우호적인 사업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칠레는 좋은 입지 조건과 정치적 안정성, 경제성과 물류, 미국과의 FTA 체결국 등 장점이 많은 국가임은 틀림없다. 칠레는 국가 리튬 전략의 큰 방향은 유지한 채로 리튬 분야에서 다양한 행위자(민간)들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지속가능한 리튬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고심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정책적 결정들이 지연되다 보니, 많은 기업이 투자에 대해서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이때, 우리도 민관이 긴밀히 협력하여 우리기업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고 우리 기업 진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이 정해지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칠레 정부에 전달하는 동시에, 칠레의 주요 공공기관 및 국영기업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