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정세
※ 본 웹진에 게재된 내용은 외교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중남미 정세 변화 및 전망
고려대학교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소 손혜현 연구교수
□ 핑크타이드의 제동

ㅇ 금년 7월까지만 해도 중남미 대륙은 핑크타이드의 부활로, 남미 12개국 중 9개 국가, 중미 7개국 중 4개 국가에 좌파 정권이 집권했으며, 특히 역내 경제 규모 상위 6개국(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페루)에서 연달아 좌파 정부가 등장
- 이러한 중남미 내 좌파 정부 확산은 ▴경기 침체에 대한 국민의 실망, ▴빈곤·사회 불평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 ▴정부제도에 대한 불신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ㅇ 좌파 정부는 집권 시 공평한 분배, 복지 강화를 약속했으나 ▴중국의 경제 둔화, ▴선진국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부채 부담 증가, ▴여소야대로 인한 국정 운영 주도권 상실, ▴사회 양극화 심화 등으로 국내외 상황이 좌파 정부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
- 결국, 국민의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정서가 다시금 확산되면서 페루를 시작으로 새로운 우경화가 나타나기 시작

< 그림1. 중남미 정치지형의 변화(2023년 7월 → 11월) >

□ 새로운 우경화의 시작

(페루)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대를 상대로 강경 진압에 나섰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후지모리 추종 세력(우파) 일부를 내각에 임명하면서 우파와의 정치적 동맹을 형성
- 이 과정에서 우파 내 반체제와 보수주의가 결합한 새로운 강경 우파 세력(라파엘 로페스 알리아가의 민중혁명당)이 부상

(칠레) 작년 신헌법 부결 이후 ’23.5월 새로운 제헌의회 구성에서 우파가 51석 중 34석을 차지하면서*, 현재 보수세력이 개헌을 주도하는 상황
* 극우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이끄는 보수당이 35%의 득표율로 23석 확보
- 좌파연합인 칠레통합당은 17석 확보에 그쳐 거부권 행사가 불가하며 보수세력이 개헌에 다수 참여함으로써 헌법 개정에 특별한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 상황
- 또한, 경제위기, 치안위기, 칠레 북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주위기 등으로 현재 칠레 국민은 변화보다는 공공질서와 안정을 추구하고 있는바, 보리치 대통령은 극우 정당의 주요 의제인 ▴질서, ▴이민 통제, ▴경제 활성화, ▴재정 책임성 강화 등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예상

(브라질)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상황에서 보우소나루 세력이 하원 37.6%, 상원 31% 의석을 점유하며 의회가 보수화되자*, 룰라 대통령은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해 내각에 우파정당 인사를 임명하고 중도 우파와 동맹을 맺으며 우파와의 연합을 추진
* 좌파인 룰라 세력은 하원 28%, 상원 20% 의석을 점유
- 집권 초기에는 Unión Brasil, PSD, MDB 소속 인물, 복음주의자들을 내각에 임용했으며 최근에는 진보당과 보수당 소속 인물을 새롭게 장관직에 임명
- 그 결과 오랜 숙원이었던 조세 개혁안이 최근 의회에서 통과

(콜롬비아) 좌파 성향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고, 기존 정통 우파가 결집하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극우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

(아르헨티나) ▴경제 둔화, ▴페소 가치 하락, ▴빈곤화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11월 19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밀레이 후보가 12% 차이로 집권당에 승리
-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과 지방정부에 대한 낮은 장악력에 따른 국정 운영의 난관이 예상되며 ▴미국과의 관계 강화, ▴중국과 거리 두기, ▴좌파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고

ㅇ 2024년에는 엘살바도르(2.4), 파나마(5.5), 도미니카공화국(5.19), 멕시코(6.2), 우루과이(12.27), 베네수엘라(하반기)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우경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
- 다만, 멕시코는 현 좌파 정부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고, 우루과이는 집권당의 사회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좌파 광역전선으로 정권 복귀 가능성 존재
- 또한, 칠레는 총선, 브라질은 지방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며 우파 및 극우의 강세 예상

□ 2024년 전망

ㅇ 좌파 정부가 국민의 삶의 변화에 대한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고 민생 해결에 무능한 모습을 보이면서 극우의 득세가 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2024년 선거를 앞둔 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 존재
- 보다 급진적이고 충격적인 해법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증가로 극우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

ㅇ 중남미 경제 성장세가 미미하고 빈곤과 불평등이 효과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적자 증가로 긴축에 대한 압박이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불만이 누적되고 정치·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 다대

ㅇ 미-중 간 경제 탈동조화와 기술패권 경쟁이 고조화 될수록 미국과 지리적으로 근접해있고 핵심자원이 풍부한 중남미국가들은 미-중의 안정적인 자원 및 생산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남미국가들은 실리를 우선시한 적극적인 비동맹 외교를 강화하여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