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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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생물다양성 문제의 해법, 중남미 산림협력
산림청 김진아 국제협력담당관
들어가며 : 중남미 산림, 탄소흡수원이 아닌 배출원이 될 수 있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 아마존이 위치한 중남미의 산림이 급격한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중남미의 산림은 약 8억 7천만 ha로, 전 세계 산림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30년 전인 1990년보다 약 1천 3백만 ha 이상 감소한 수치로, 대한민국 면적의 13배가 넘는 숲이 중남미 지역에서만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 표1. 2020년 기준 대륙별 산림 현황 >
구분 총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미 중남미 오세아니아
면적(천ha) 4,058,931 622,687 636,639 1,017,461 722,417 874,479 185,248
비율(%) 100 15 16 25 18 22 5
자료: FAO, Global Forest Resources Assessment 2020 / * 유럽은 러시아 포함
< 표2. 대륙별 산림 면적 변화 현황 >
(단위 : 천ha)
구분 총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미 중남미 오세아니아
1990~2020 -17,750 3,730 -10,616 +2,314 +110 -13,314 +27
1990~2000 -7,838 +202 -3,275 +795 -160 -5,235 -165
2000~2010 -5,173 +2,355 -3,403 +1,171 +327 -5,391 -231
2010~2020 -4,739 +1,173 -3,938 +348 -57 -2,688 +423
자료 : FAO, Global Forest Resources Assessment 2020 / * 유럽은 러시아 포함

중남미의 산림훼손은 목초지와 농지로의 전환, 도로 건설, 도시 개발 등 인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등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중남미 지역에서 약 1백 5십만 건의 야생지역 화재(wildfire)가 발생해 3천 3백만 ha의 면적이 피해를 입었고, 이 중 3분의 1이 산림(forest)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1).

아마존 열대우림은 2021년 기준 연간 약 1억 톤(tCO₂)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있으나2), 많은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벌목과 산불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머지않아 산림이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양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3).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중남미의 산림이 파괴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1) 출처: United Nations Regional Collaborative Platform(Latin America and Caribbean), 2020.8.13., “Wildfires in Latin America” : 해당 보고서는 야생지역 화재(wildfire)에 대한 통계를 소개하고, 토지 유형별로 산림(Forest), 농지(Cropland), 초지(Grass/shrubland), 습지(Wetland), 기타(Others)에 대한 비율을 제시하고 있음
2) 출처: Nancy L. Harris 외 다수 (2021.1.21) “Global maps of twenty-first century forest carbon fluxes” Nature Climate Change : 2021년 기준 아마존 열대우림이 흡수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약 12억톤이고, 벌목․산불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약 11억톤으로, 순(純)흡수량이 1억톤임 (전세계 산림은 매년 약 160억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81억tCO2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76억tCO2의 온실가스를 순(純)흡수)
3) 출처: Simon Lewis 외 다수 (2020.3.4.) “Asynchronous carbon sink saturation in African and Amazonian tropical forests” : 약 100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연구결과에 따라 10년 뒤 아마존 열대우림은 탄소흡수원(carbon sink)에서 탄소배출원(carbon source)으로 뒤바뀔 수 있다고 기술함. 영국 가디언 지는 관련 내용을 2020.3.4. 기사로 소개함

중미 산림협력 : 산림과 사람이 공존하는 땅으로

중미 지역에서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는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태평양 연안에서 번갈아 발생하는 엘니뇨와 라니냐로 인해 이 국가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조회랑(Dry Corridor) 지역과 산간 지역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1991년과 2020년 사이 3국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한 사상자는 약 3만 3천 명에 달한다4).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건기(11월~4월)에는 강수량 감소로 산불과 병해충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우기(5~10월)는 점점 짧아지고 있으나 허리케인 등 자연재난으로 인한 피해로 산림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림 훼손은 수자원, 농업, 주거, 인프라 등 광범위한 분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가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4)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12.30., “중미 국가의 기후변화 적응 주요과제와 협력방안” : 1991~2020 자연재해 사상자 수 - 온두라스 27,815명, 엘살바도르 1,134명, 과테말라 4,146명

중미 지역의 기후변화 적응 실패는 사회경제 여건의 악화를 야기하였고, ‘캐러밴’이라고 일컫는 이주민들이 미국과 멕시코로 향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2021년 5월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미 북부지역 국민들의 미국으로의 이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녹색 협력에 대한 재정적 기여를 확대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이후 6월에 열린 한-중미통합체제(SICA)의 공동선언문에도 반영되었다.

이에, 산림청은 온두라스(’21.11월), 엘살바도르(’22.1월), 과테말라(’22.1월)와 산림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3국이 필요로 하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국의 사업은 황폐된 산림을 복원하고, 산불 등 재난을 대비하고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는 한편, 임업과 농업 또는 임업과 목축업을 병행하는 혼농·혼목임업 시스템을 구축하여 산촌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제 시작한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이행되어 중미 지역 산림의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활용하는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 중미 3국 산림협력 ODA 사업 현황 >
◇ 온두라스 Santa Bárbara 주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탄력성 대책으로서 산림의 생산 전 복원과 보전 촉진(2023~2027, 26.2억)
◇ 엘살바도르 Lempa 하류 Sumpul 강 일대 수원함양지의 황폐림 복원사업(2023~2027, 26.2억)
◇ 과테말라 기후변화 영향 완화 및 적응을 위한 산림복원 및 역량강화 사업(2024~2027, 26.2억)
남미 산림협력 : 목재자원 확보에서 기후위기·생물다양성 공동대응으로

산림분야에 있어 남미 지역 국가들과의 인연은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산림청의 초기 국제협력은 해외 목재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였다. 2008년부터 우루과이, 파라과이, 칠레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한국 기업들의 조림(造林) 투자를 지원하였다. 파라과이의 경우, 산림청 소속 공공기관인 한국임업진흥원이 현지 법인을 설립해 직접 조림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여전히 몇몇 기업들이 중남미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남미에서 생산한 목재를 국내로 반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산림청의 대(對)남미 협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해 제정한 「개발도상국 산림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및 탄소 축적 증진 지원에 관한 법률(2023.8.16., 2024.2.17. 시행)」을 기반으로, 남미 국가들과 REDD+5)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고 있다. REDD+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중남미의 풍부한 산림을 보전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국외감축 실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산림청 소속 공공기관 중 하나인 국립수목원정원관리원은 경북 봉화에 위치한 시드볼트(Seed Valut)를 활용해 파라과이와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종자보전 협력과제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5) REDD+(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and the role of conservation, sustainable management of forests and enhancement of forest carbon stocks): 개발도상국에서 산림전용 및 산림황폐화를 방지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활동, 산림의 보전 활동, 지속가능한 산림 관리 및 탄소 축적 증진 활동

산림청은 최근 남미의 북동쪽에 위치한 수리남, 가이아나와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리남과 가이아나는 국토면적 중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97%, 94%로 이 분야에서 전 세계 1위와 3위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들이다.6) 또한, 이들은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을 잘 보전하는 대표적인 HFLD(High Forest, Low Deforestation) 국가들로, 최근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위한 재정·기술지원을 받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수리남에 한 번, 가이아나에 두 번 방문해 양국 산림분야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 방향을 모색하였다. 특히, 가이아나의 경우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를 통해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무상원조사업(2024~2027년, 3백만 불)을 올해부터 시작하였다.

6) 출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Global Forest Resources Assessment 2020

국제기구와 공조 사업 : 한국의 산림복원 성공 경험을 중남미 국가들에게

산림청은 국제기구와의 공조를 통해 중남미 산림의 보전과 복원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추진 중인 건조지녹화파트너십(GDP, Greening Drylands Partnership)을 들 수 있다. 2011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의장국이었던 한국의 제안으로 ‘창원이니셔티브’가 출범하였다. 이후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 가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GDP 시범사업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서 실행되었고, 페루와 에콰도르의 황폐산림 복원을 지원하였다.

산림청은 또한, 한국의 성공적인 산림복원 경험을 토대로 국제사회의 산림목표 달성에 기여하기 위한 협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산림경관복원메커니즘(FLRM, Forest and Landscape Restoration Mechanism)은 우리나라의 시드머니를 기반으로 2014년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받아, 다양한 국가와 기관에서 펀딩에 참여하고 있어 수원국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7) 본 프로그램을 통해 페루와 과테말라는 산림경관복원 전략·계획 수립과 측정·평가를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7) FLRM 2014~2020 펀딩 확보성과 : 누적 약 6,500만USD (한국 기여분 370만USD) / 수원국 : 8→20개국

아울러 2014년 10월 평창에서 열린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에서 산림생태계복원 이니셔티브(FERI, Forest Ecosystem Restoration Initiative)가 채택되었다. 당시, 한국의 산림복원 성공 경험을 높이 평가하며 CBD 측에서 먼저 제안하여 시작된 본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의 산림생태계복원 역량 개발과 사업 실행을 지원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칠레, 콜롬비아, 우루과이, 과테말라, 페루, 멕시코를 대상으로 지원이 이루어졌다.

맺음말 : 중남미 산림을 다시 지구의 허파로

중남미는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많은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사라짐에 따라 지구의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높아지고, 이는 중남미 지역의 이상기후를 야기해 산림 훼손과 생물종 손실이라는 결과를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남미의 산림이 탄소흡수원이 아닌 배출원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산림청은 과거 아시아 위주로 이루어졌던 산림협력을 최근 중남미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양자협력 관계를 구축한 39개 국가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2개국8)이 중남미 국가들이다. 중남미 국가들과의 양자협력 뿐만 아니라 다자협력을 통한 측면 지원 역시 확대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과의 산림협력은 지리, 언어, 문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일에 힘을 더욱 쏟는 것은 ‘중남미의 산림을 다시 지구의 허파로 만드는 것’이 신음하고 있는 지구와 불투명한 미래를 우려하는 미래 세대들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8) 우루과이(2008년), 파라과이(2009년), 칠레·브라질·에콰도르(2012년), 아르헨티나(2013년), 도미니카공화국(2015년), 코스타리카(2019년), 온두라스(2021년), 엘살바도르·과테말라·페루(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