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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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5일에 치러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멕시코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 문제가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미국 국경수비대에 체포(추방포함)된 이민자의 숫자가 2023년 2,475,669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그림 1 참고)1). 체포된 불법입국자들 중 미국 측에 구금된 85% 이상이 가석방됨에 따라 미국 내 불법 이민자의 수가 2020년 1,020만 명에서 2023년에는 1,680만 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2). 현재 미국 내 이민자(합법 및 불법) 인구의 규모는 4,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한다3).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이민자(합법 또는 불법)의 숫자는 월평균 137,000명씩 증가하여 전임자들보다 훨씬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그림 2 참고). 아래 표 1의 출신 지역별 이민자 비중을 보면 2021년 1월 이후 남미 이민자가 28% 증가하여 가장 많이 늘어났고 그다음이 중미지역 출신으로 25% 증가했다. 2023년 기준 미국에 거주하는 전체 이민자 중 중남미 출신이 63%를 차지한다.
지역 | 2021년 1월(천명) | 2023년 10월(천명) | 증가 수(천명) | 증가율(%) | 지역 비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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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 23,628 | 26,497 | 2,867 | 12 | 63 |
멕시코 | 11,966 | 12,054 | 87 | 1 | 2 |
카리브해 | 4,485 | 5,395 | 910 | 20 | 20 |
중미 | 3,831 | 4,780 | 949 | 25 | 21 |
남미 | 3,346 | 4,269 | 922 | 28 | 20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 2,285 | 2,767 | 482 | 21 | 11 |
인도 | 3,972 | 4,308 | 335 | 8 | 7 |
유럽 | 4,355 | 4,484 | 129 | 3 | 3 |
동아시아 | 7,801 | 8,236 | 436 | 6 | 10 |
캐나다 | 682 | 743 | 61 | 9 | 1 |
중동 | 1,921 | 2,180 | 269 | 14 | 6 |
오세아니아/기타 | 367 | 321 | - | -13 | -1 |
합계 | 45,010 | 49,535 | 4,525 | 10 | 100 |
2023년 5월 코로나19 비상사태의 종료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시기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입국자를 즉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타이틀 42’를 종료하고 새로운 이민법인 ‘타이틀 8’을 발표했다. ‘타이틀 8’의 핵심은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미국 관세국경보호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USCBP)의 앱(‘CBP One’)을 통한 망명 신청 제도에 있다. “합법적” 경로를 통해 질서 있는 미국입국을 장려하는 동시에 불법입국자 처벌을 목표로 한 새로운 망명 제도로, CBP One 예약으로 입국한 이민자는 인도주의적 가석방 권한에 따라 미국에서 일할 수 있고 나중에 망명 요청을 위한 이민법원 출두 통지를 받게 되지만 수년이 걸린다. 따라서 이민자들은 이민법원에 출두하기까지 수년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
‘타이틀 8’ 적용으로 이민자들은 망명 신청을 위해서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통과한 국가에서 했던 보호 신청이 거부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미국 국경을 넘기 전에 CBP One 앱을 통해 사전에 면담 일정을 예약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경을 넘을 경우 즉시 추방되고 향후 5년간 재입국이 금지된다.
CBP One 앱 예약은 이민자들에게 국경을 넘기 위한 필수 경로이지만 쉽지 않다. CBP One 앱은 최신 스마트폰, 원활한 인터넷 연결, 능숙한 스마트폰 조작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인터넷 접속이 불가한 대피소나 난민 캠프에 살고 있으며, 기기 조작에 서툴러서 실패하기 일쑤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작동하더라도 예약을 원하는 사람의 숫자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을 훨씬 넘어서면서 이민자들 중 다수가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못해 앱을 통한 예약을 포기하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다. 결국, 불법입국자의 숫자는 급증해 2023년 12월 한 달 동안만 역대 최대치인 23만 명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28%는 경제와 인플레이션 등 다른 이슈를 제치고 이민 문제를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5). 퓨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7%는 이민 문제를 위기 또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당파적 차이는 있지만 (공화당 89%, 민주당 73%) 응답자의 약 80%는 바이든 정부가 이민자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답했다6).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미국인들은 이민 및 국경보안에 대해 온건한 바이든 방식보다 강경한 트럼프 방식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7).
이민 및 국경 문제를 두고 정치판도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Alejandro Mayorkas) 국토안보부 장관이 불법 이민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탄핵안이 가결됐고,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바이든 정부의 국경 강화 예산안을 부결시켰다. 이렇게 민주당과 공화당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시에 국경 지역인 텍사스를 방문하였다. 불법 이민자 증가로 수세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보안 강화 및 이민자 정책 변경을 위한 예산집행을 방해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 범죄를 언급하며 현재의 국경 위기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리고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경을 봉쇄하고 불법 이민자를 대대적으로 추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민 문제가 이번 미국 대선의 판도를 흔들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국경 위기의 책임과 해결방안을 놓고 두 후보자 간 선거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들에게 일단 미국 땅에 도착하면 쉽게 체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바이든의 느슨한 이민 정책이 문제라며 자신이 당선되면 대규모 추방을 실시하고 출생시민권 제도를 철폐하는 등 보다 강경한 이민통제와 이민 문제의 안보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 급증의 핵심 원인은 이민자 모국의 폭력과 경제적 궁핍에 있기 때문에 이민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합법화하는 규제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당파적 차이를 떠나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공통적으로 이민자 문제와 국경보안을 가장 시급한 국가 현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의 대(對)중남미 정책의 초점은 이민 문제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미는 지리적으로 근접해있고 역사적으로 긴밀한 정치·경제적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發 이민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1980년~1990년대에 이미 군부독재와 내전을 피해 많은 중미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캐러밴”이 시작되면서 중미 이민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이민 캐러밴은 온두라스에서 시작하여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를 거쳐 멕시코의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멕시코 국경까지 4,000km가 넘는 먼 길을 수천 명이 육로로 이동하는 대규모 이민 행렬로, 이민자들의 절박함과 이주 현상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부각시켰다. 초기의 캐러밴은 소규모의 도보 행렬이었으나 점차 수천 명으로 규모가 확대되고 도보 대신 차량을 이용해 이동시간도 단축했다. 이민 캐러밴이 개인 여행보다 안전하고 경유국의 지역사회 및 정부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기 수월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재까지도 캐러밴은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자들이 선택하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2019년 이후로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중미를 떠났고 국경에 도착하는 가족 단위와 보호자 없는 어린이 수가 급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폐쇄와 제한조치로 인해 이주자가 일시 급감했지만, 많은 정부들이 제한을 완화하면서 그 수가 다시 급증했다. 2023년 미국 국경에서 체포된 중미 4개국의 불법입국자 수는 약 60만 명으로 ▴과테말라 22만 명, ▴온두라스 21만 명, ▴니카라과 9만 9천 명, ▴엘살바도르 6만 2천 명 순이었다(표 2 참고). 이전보다 숫자는 감소했으나, 미국의 전체 불법입국자 중 중미 4국 출신은 약 25%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부 이민자들은 멕시코나 다른 나라에서 망명이나 경제적 기회를 찾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위험한 여정을 선택한다.
국가 | 2021 | 2022 | 2023 |
---|---|---|---|
엘살바도르 | 96,690 | 97,030 | 61,515 |
과테말라 | 283,035 | 231,565 | 220,085 |
온두라스 | 319,324 | 213,023 | 213,686 |
니카라과 | 50,109 | 163,876 | 99,496 |
중미 4개국 | 751,158 | 705,494 | 594,782 |
※ 회계연도는 전년 10월부터 당해년 9월까지이다.
2021년 기준,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중미인들은 약 38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이민자의 8%에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중미 북부 3국(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가 전체 중미 출신 이민자의 약 86%를 차지했으며, 2010년 이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민자는 온두라스 출신으로, 2010년에서 2021년 사이에 47%가 증가했다9).
국가 | 이민자 수(명) | 비중(%) |
---|---|---|
엘살바도르 | 1,418,000 | 37.1 |
과테말라 | 1,107,000 | 29.1 |
온두라스 | 768,000 | 20.1 |
니카라과 | 257,000 | 6.7 |
파나마 | 113,000 | 3.0 |
코스타리카 | 95,000 | 2.5 |
벨리즈 | 52,000 | 1.4 |
기타 중미국가 | 11,000 | 0.3 |
합계 | 3,820,000 | 100 |
2021년 미국 시민으로 귀화한 중미 이민자 비중은 34%이지만 이는 전체 이민자의 53%보다 낮은 비중이다. 귀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미국에 거주한 기간이 전체 이민자 인구에 비해 짧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중미 이민자의 34%가 2010년 이후에 입국했다. 중미 이민자들은 일반적으로 미국 태생이나 다른 출신국 이민자보다 교육 수준이 낮고 ⅔는 영어구사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 참여율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10).
최근에는 중미 이민의 인구구성에서 어린이와 가족의 비율이 높아졌다(그림 3 참고). 더 많은 아이들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중미 이민자들은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기 위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고, 정글, 강, 사막을 건너야 하며 일부 구간은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서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하고 험난한 여정에 어린이를 동반한 이민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위험한 여정과 여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하여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매년 목숨을 걸고 자국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중미 국가들의 경제적 기회 부족 및 낮은 생활 수준,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연재해의 증가, 그리고 폭력의 피해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중미 4개국은 서반구에서 1인당 GDP가 최하위 수준인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특히 팬데믹 시기 불평등과 빈곤 악화로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중미지역의 600만 명 이상이 식량 불안을 겪고 있으며, 43% 이상의 가구가 이민을 원한다고 밝혔다.
국가 | 1인당 GDP 증가율(%) | 1인당 GDP(U$D) |
---|---|---|
엘살바도르 | 2.2 | 5,128 |
과테말라 | 2.6 | 5,473 |
온두라스 | 2.5 | 3,040 |
니카라과 | 2.3 | 2,255 |
중미지역의 토지 소유권과 경제력은 역사적으로 소수의 엘리트에 집중되어 있어 극심한 불평등과 빈곤이 만연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으로 거시경제적 안정성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경제적 성과가 이 지역 많은 사람들의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부족, 중등 교육에 대한 제한된 접근성, 높은 수준의 청년 실업률 등이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좌절감을 높이고 미국행을 결정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많은 중미 이민자들은 비록 비공식 노동이라도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미국에서 더 나은 경제적, 교육적 기회를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가족을 위한 해외發 송금은 중미 이민의 중요한 동기로 작용한다. 2022년 중미지역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송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엘살바도르 26.7%, 과테말라 20%, 온두라스 28.8%, 니카라과 22.2%이다. 동 비중은 199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중미지역 국가들은 문화적으로 가족간 유대가 강하고 가족을 위한 충성과 희생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가족 송금은 중미인들이 위험과 고생을 무릅쓰고 미국 국경을 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국가 | 1990 | 2000 | 2010 | 2020 | 2021 |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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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 7.6 | 15 | 18.8 | 24.1 | 26.1 | 26.7 |
과테말라 | 1.6 | 3.1 | 10.4 | 14.7 | 17.9 | 20.0 |
온두라스 | 1.3 | 6.6 | 16.5 | 23.5 | 25.3 | 28.8 |
니카라과 | - | 6.3 | 9.4 | 14.7 | 15.3 | 22.2 |
중미지역이 환경 및 기후변화의 영향에 특히 취약한 것도 이민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기후위험지수에 따르면 온두라스와 니카라과는 세계에서 기후 위험이 가장 높은 상위 10개국에 속하며,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는 상위 20개국에 속한다. 특히 중미는 허리케인과 가뭄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거센 폭풍과 강수량의 변화는 농산물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0년에는 중미지역에 13개의 허리케인이 상륙했다. 특히 ‘에타’와 ‘이오타’로 인해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서 1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680만 명의 가옥이 파괴됐으며, 많은 농경지가 황폐화되었다. 아직도 복구가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있어 이로 인한 고강도 폭풍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있다.
중미 건조회랑(Dry Corridor)이 위치한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는 2014년 이후 엘니뇨 가뭄으로 농업 생산성이 크게 하락했다. 농작물의 약 70% 이상이 손실되면서 생계형 농부들은 가족을 부양할 식량을 재배할 수 없게 되었고, 임금 노동자들은 생계 수단을 상실했다. 폭풍과 작황 실패로 이미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빈곤해졌고 파괴된 집과 공공시설들이 복구되지 못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났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농장이나 주택 복구에 돈을 쓰기 보다는 남아있는 자산을 정리해서 이주 자금을 마련하여 떠나는 선택을 한다.
지난 20년간 중미의 거리 범죄조직 중 MS-13(Mara Salvatrucha)와 Barrio 18 갱단은 심각한 사회적 불안정과 폭력을 유발했는데 이들 범죄조직은 모순적이게도 이민의 영향으로 탄생했다.
1980년부터 1990년 사이에 100만 명의 엘살바도르인과 과테말라인들이 인권탄압과 경제적 불안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1980년대 미국 정부는 당시 중미 출신의 이민자들을 ‘경제적 이민자’로 분류했고, 그런 이유로 중미 이민자의 망명 승인율은 고작 3% 미만이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미국 경제가 침체되자, 반이민 캠페인이 전개되었고 미국 정부는 이민법을 개정하여 범죄 경력이 있는 수만 명의 중미인들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추방된 이민자들의 다수는 미국에서 갱단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던 범죄자들이었고 이들은 엘살바도르에서 MS-13와 Barrio 18 갱단을 조직하고 청소년들을 조직원으로 모집하여 범죄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20년간 갱단들은 중미 북부 3개국 전체로 확대되었으며, 시민과 기업을 강탈하고, 청년들을 갱단에 강제 모집하고, 소녀들을 조직원의 정부로 만드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위협이 됐다. 실제로 갱단의 권한이 정부의 존재와 보호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MS-13과 Barrio 18 갱단은 경쟁과 영역 다툼을 통해 수천 명의 갱단원과 민간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정확한 사상자 수를 계산하기 어렵지만, 2015년 MS-13과 Barrio 18간 휴전이 해제된 후 엘살바도르의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103건으로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온두라스와 과테말라는 각각 57건, 30건을 기록했다.
중미는 갱단을 포함해 국가 보안군, 준군사 조직, 초국적 마약 카르텔, 암살단 및 다양한 폭력 조직들 간의 전쟁 무대가 됐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사람들은 협박범에게 연평균 수천 달러를 지불하고 정부의 범죄 방지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범죄조직으로부터 살인 협박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공권력에 의한 탄압도 불법 이민자의 증가를 부추겼다. 니카라과의 경우 정부의 폭력적인 정치탄압으로 나라를 탈출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범죄에 대한 강경한 접근방식이 오히려 갱단의 응집력과 강탈행위를 증가시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주 욕구를 자극하였다. 과테말라에서는 국가의 부패와 무능력으로 인해 범죄로부터 시민들이 보호받지 못하자 이주를 선택한다.
이민의 성공은 더 많은 이주를 촉진한다. 미국에 도착한 사람들은 모국의 가족들에게 합류할 것을 요청하고, 위험한 미국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미국에 입국해서 기회를 찾았다는 소문이 고향 공동체에 퍼지면서 미국으로의 이민은 증가한다.
미국으로 가려는 중미 출신의 이민자들 중 다수는 밀입국을 주선하는 범죄조직에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과 숙박 비용, 국경을 넘는 대가, 범죄조직이 통제하는 영토를 통과하기 위한 “통행료” 등을 지불한다. 이민자 밀입국 사업은 수익성이 높은 범죄 활동 중 하나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중남미 출신의 밀입국자가 매년 300만 명이 넘으며, 범죄조직이 창출하는 수익은 6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13). 이민자 밀입국 사업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마약 카르텔과 범죄조직의 국제사업으로 발전했다.
멕시코-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도록 돈을 받고 도와주는 밀입국업자를 “코요테(Coyote)” 또는 “포예로스(Polleros)”라고 한다. 이들은 멕시코 남부 국경에서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처럼 밀입국 프로그램을 판매하며, 틱톡(Tik Tok)을 비롯한 SNS를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밀입국자를 모집한다. 이민자 1인당 평균 비용은 8천 달러에서 1만 달러로 원하는 목적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14). 중미에서 출발하는 이민자들은 코요테에게 우선 착수금을 지불하고, 멕시코의 북부 국경에 도착해서 중도금을 지불한 뒤 미국에 도착해서 자신들의 친척들을 만나면 나머지 잔액을 지불한다. 이민자의 증가, 경유국의 국경보안 강화 그리고 미국의 국경단속 강화로 코요테 비용은 점점 더 상승하고 있지만, 코요테를 고용한 이민자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코요테는 갱단이나 마약카르텔이 통제하는 지역을 통과하는 대가로 통행료를 지불하거나, 또는 조직에 협력함으로써 범죄조직과 연결되어 있다. 조직범죄의 주요 행위자는 거리 갱단과 초국적 범죄조직이다. MS-13이나 Barrio 18 등의 갱단은 코요테와 같은 밀입국업자의 도움 없이 도보나 버스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주된 표적으로 삼아, 약탈, 갈취, 성폭행, 폭행, 납치 등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 이들은 자신들이 통제하는 영역을 지나는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는 이민자에게 돈을 갈취하고, 통행료를 내지 않을 경우 폭행을 일삼는다. 멕시코 남부에서 점차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초국적 범죄조직은 시날로아(Sinaloa), 걸프(Gulf), 티후아나(Tijuana) 카르텔과 같이 주로 마약거래를 하는 범죄 기업으로, 통행료를 부과하고 이민자 납치 조직을 운영하고, 멕시코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사용한다. 이들의 범죄행위는 코요테와 같은 소형 범죄집단이나 갱단보다 더욱 대범하다. 가장 악명높은 범죄는 납치로, 여성을 납치해서 성매매를 위한 노동자로 이용하거나 미국이나 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에게 몸값 지불을 요구한다.
중미의 이민자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밀입국업자의 보호를 받으려는 이유는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장소는 기차선로나 트럭, 버스 정류장, 시골길이기 때문이다. 밀입국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면 지역 범죄조직 또는 초국적 범죄조직과 연결돼 있는 밀입국업자가 그들에게 통행료를 지불하고 안전한 통행로를 확보할 수 있다.
중미의 이민자들은 조직범죄의 범죄 활동과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탈출한다. 그런데 이민자들의 탈출이 조직범죄의 힘을 더욱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민은 새로운 범죄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네트워크의 가장 상위의 포식자인 초국가적 범죄조직은 마약 거래뿐 아니라 이민자의 이동 과정에서 밀입국, 인신매매, 납치 등의 새로운 범죄 사업을 확대하여 중미국가의 통치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이민의 증가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불법경제로 부상하면서 최근 중미에서는 새로운 범죄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으며 조직범죄의 영향력은 국가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엘살바도르를 비롯해서 중남미 많은 국가들이 군부를 동원해서 강압적인 치안정책을 펼치고 있고 살인율 감소라는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열악한 법치와 만연한 부패 그리고 국민들의 탈출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국가가 퇴보에 직면하여 회복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남아서 항의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중미인들의 선택은 “항의”가 아닌 “이탈”이다. 이탈은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국가의 회복력을 더욱 약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중미국가들의 회복은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이 이탈하지 않고 남아서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국제사회의 노력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중미 이민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나은 거버넌스의 구축과 경제개발은 절실히 필요하나 장기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과제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방안으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중미인들이 이주 문제에 대해 성찰하고 토론함으로써 스스로 변화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간과 환경을 마련해 주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직접적인 상호작용의 공간을 통해 폭넓은 성찰을 유도하는 것은 이주 문제를 포함한 국가 의제 형성에 유익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모국보다 부유하고 발전된 미국에서 돌아온 귀국이민자들은 미국에서의 교육과 경험으로 내국인보다 자유롭고 포용적인 정치제도, 정부의 투명성, 공평한 법치 제도 등에 대한 요구가 내국인보다 더 클 수 있다. 국제이민이 국내의 정치제도 개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험적 연구 결과도 있다15). 따라서 귀국이민자들을 위한 재정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이들이 자신들의 이민 경험담, 이민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 모국의 발전 의제들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교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면 귀국이민자들을 변화를 위한 내부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1) “Southwest Land Border Encounters”, U.S.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https://www.cbp.gov/newsroom/stats/southwest-land-border-encounters, (접속일: 2024.3.5.)
2) “How Many Illegal Aliens Are in the United States? 2023 Update”, Federation American Immigration Reform,
https://www.fairus.org/issue/illegal-immigration/how-many-illegal-aliens-are-united-states-2023-update#_edn1 (접속일 : 2024.3.10.)
3) Steven A. Camarota 및 Karen Zeigler(2023.11.30.), “In October 2023, the Foreign-Born Share Was the Highest in History”, Center for Immigration Studies,
https://cis.org/Report/October-2023-ForeignBorn-Share-Was-Highest-History (접속일: 2024.3.10.)
4) “In October 2023, the Foreign-Born Share Was the Highest in History”, Center for Immigration
https://cis.org/Report/October-2023-ForeignBorn-Share-Was-Highest-History (접속일: 2024.3.5.)
5) “Immigration Surges to Top of Most Important Problem List”, Gallup,2024.2.24.,
https://news.gallup.com/poll/611135/immigration-surges-top-important-problem-list.aspx (접속일: 2024.3.5.)
6) “How Americans View the Situation at the U.S.-Mexico Border, Its Causes and Consequences”, Pew Research Center, 2024.2.15.
https://www.pewresearch.org/politics/2024/02/15/how-americans-view-the-situation-at-the-u-s-mexico-border-its-causes-and-consequences/ (접속일: 2024.3.5.)
7) “Immigration is at the center of the 2024 election for many. Why?”, ABCNews,
https://abcnews.go.com/Politics/americans-feel-biden-trump-immigration-issues/story?id=107687552 (접속일: 2024.3.5.)
8) “U.S. Border Patrol and Office of Field Operations Encounters by Area of Responsibility and Component”,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https://www.cbp.gov/newsroom/stats/nationwide-encounters (접속일: 2024.3.5.)
9) “Central American Immigrants in the United States”, Migration Policy Institute,
https://www.migrationpolicy.org/article/central-american-immigrants-united-states (접속일 2024.3.10.)
10) “Central American Immigrants in the United States”, Migration Policy Institute,
https://www.migrationpolicy.org/article/central-american-immigrants-united-states (접속일 2024.3.10.)
11) “An Unprecedented Migration Crisis: Characterizing and Analyzing its Depth”, The Dialogue,
https://www.thedialogue.org/wp-content/uploads/2023/11/An-Unprecedented-Migration-Crisis.pdf (접속일: 2024.3.10.)
12) https://www.worldometers.info/gdp/gdp-by-country/
13) “Smuggling of migrants — The harsh search for a better life”, UNODC,
https://www.unodc.org/documents/toc/factsheets/TOC12_fs_migrantsmuggling_EN_Plain.pdf (접속일 2024.3.10.)
14) “Pagan a coyotes más de $120,000 para llegar a EU”, El Economista ,
https://www.eleconomista.com.mx/politica/Pagan-a-coyotes-mas-de-120000-para-llegar-a-EU-20230626-0012.html (접속일 2024. 3.10)
15) “The effect of emigration on home-country political institutions”, Elisabetta Lodigiani, University of Padua, Italy,
https://wol.iza.org/uploads/articles/307/pdfs/effect-of-emigration-on-home-country-political-institutions.pdf (검색일: 2024.3.23.)
참고문헌
- “An Unprecedented Migration Crisis: Characterizing and Analyzing its Depth”, The Dia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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