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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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멕시코 경제 일간지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이자 화두는 니어쇼어링이다. 모든 경제지마다 멕시코로의 니어쇼어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매일 같이 분석하며, 니어쇼어링이 가져다주는 천금과 같은 기회를 활용하여 멕시코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니어쇼어링의 효과인지 몰라도 2023년 멕시코 경제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성장(3.2%)을 보여주었으며, 올해에도 작년보다는 다소 둔화되나 2% 중·후반대의 견고한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2023년 대멕시코 해외직접투자(FDI)는 360억 불(약 48조 원)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였으며, 니어쇼어링이 가속화됨에 따라 올해 동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멕시코 경제에 대한 미래는 희망과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으나, 문제점 역시 도처에 상존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계는 정부가 니어쇼어링 현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고, 전력·용수·도로 등 만성적인 인프라 부족 역시 니어쇼어링의 가속화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이처럼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금번 기고를 통해 멕시코의 니어쇼어링의 현황을 진단하고, 미래에 대해서 전망해 보고자 한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들은 오프쇼어링(Offshoring) 전략을 통해 생산 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및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오프쇼어링의 단점이 극명하게 부각되었고, 정부와 기업들은 공히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리쇼어링에 있어 미국은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를 유인하기 위한 제도적 혜택을 마련하였다.
다만,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제조업의 경우 미국의 높은 인건비로 인해 리쇼어링 정책이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어려웠기에 기업들은 미국과 인접하면서도 저렴한 인건비(2024년 기준 일일 최저임금 약 20,000원 수준) 및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멕시코에 주목하였고, 이에 따라 니어쇼어링 현상이 시작되었다.
물론 멕시코는 이전에도 미국 시장과 최인접한 생산기지로서 각광을 받았고, 우리 기업들을 포함하여 전세계 주요 제조 업체들의 주요 투자처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니어쇼어링 현상은 미-중 갈등 및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멕시코가 중국을 대체하는 핵심 생산기지로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작년 3월 멕시코 북부 누에보 레온(Nuevo León)주에 50억 불에서 최대 100억 불을 투자하여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테슬라를 필두로 지난 1~2년간 멕시코 투자를 발표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며, 멕시코에 기진출한 기업들의 멕시코 내 생산시설 확대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23년 대멕시코 FDI 총액은 360.6억 불로 2022년 284억 불에 비해 27% 이상 확대되었으며, 360억 불 중 약 74%에 해당하는 266억 불이 기존 투자 기업들이 이익금을 본국이나 해외에 송금하지 않고 재투자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멕시코로의 니어쇼어링은 특정 분야 및 지역에 집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바, 2023년 기준 대멕시코 FDI 절반 이상이 제조업(자동차·화학·가전제품)에 투자되고 있으며, 멕시코 32개주 중 멕시코시티와 북부지역 4개의 주들이 투자액의 60% 이상을 점유 중이다.
올해에도 니어쇼어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가브리엘 요리오(Gabriel Yorio) 멕시코 재무부(SHCP) 차관이 작년 10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니어쇼어링과 연관된 대내외 주요 기업들의 투자 발표 건수는 174건으로 전체 투자 규모는 740억 불(약 98조 원)에 달하며, 24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투자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니어쇼어링 현상을 활용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대멕시코 투자 역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인센티브를 활용하기 위한 전기차 부품 관련 우리 업체들의 신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LG 마그나,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이미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여 공장 가동에 나서고 있으며, LS 일렉트릭 역시 최근(24.2월) 멕시코 북부 지역인 두랑고(Durango)주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준공한바 있다. 아울러, 이미 진출한 지 30년 가까이 되어 확고한 현지 기반을 갖춘 삼성전자, LG 전자 등 전자제품 생산 기업들 역시 기존 생산시설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멕시코가 생산기지로서 중국을 점차 대체해 나가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가장 상징적인 것은 역시 작년에 멕시코가 중국을 추월하여 대미 수출국 1위에 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멕시코는 4,756억 불(약 631조 원)을 미국에 수출하여, 4,272억 불(약 567조 원)에 그친 중국을 앞섰는바, 멕시코의 대미 수출액이 중국을 넘어선 것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중간 패권 경쟁이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 미-중 교역은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미국 시장 내 멕시코를 비롯한 한국·일본 등 우방국들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대멕시코 니어쇼어링 현상에서 한 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미국의 대중국 경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중국 업체들의 대멕시코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전자·물류 업체들은 중국 기업 전용 산업 단지 등을 조성하는 등 대규모로 멕시코에 진출하고 있으며,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 역시 관련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치·경제계는 중국 업체들의 대멕시코 진출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를 무력화시키는 주요 우회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이를 주시하고 있어 향후 미국의 대응 역시 귀추가 주목된다.
제조업은 전통적으로 대규모의 전력·용수·도로 인프라가 필요하나, 현재 동 인프라의 부족은 멕시코 내 니어쇼어링 가속화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중심지인 멕시코 북부지역은 사막 지대로 기존에도 물이 부족한 지역이었으나 최근 심화되는 가뭄으로 인해 동 지역의 저수율은 50%를 하회하고 있으며, 연간 빈번한 단수 및 급수 제한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 역시 주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니어쇼어링의 가속화 및 교통수단의 전기화로 인해 멕시코 내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대 전력 수요량 역시 2023년 기준 전년보다 10% 상승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행정부 임기 중 전력망에 대한 현대화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투자가 미비하였다고 평가하면서 전력 부족이 니어쇼어링, 더 나아가 멕시코의 경제 성장을 제한하는 주된 원인이 될 것으로 우려 중이다.
멕시코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 역시 전력 이슈를 주된 문제 중 하나로 거론한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생산 공장에 전력을 공급받기까지 최대 18개월까지도 걸리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멕시코로의 니어쇼어링은 특정 분야 및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향후 지역 간 격차를 확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다수 투자 기업들은 미국과 인접하며 인프라·부품 공급망이 갖춰진 북부지역 또는 멕시코 시티를 중심으로 한 중부 지역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멕시코 내 주요 빈곤 지역인 동남부(치아파스(Chiapas), 게레로(Guerrero), 오아하카(Oaxaca), 타바스코(Tabasco) 주 등)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하여 동남부의 테우안테펙(Tehuantepec) 해협 지역(대서양과 태평양 사이가 가장 좁아지는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투자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화된 주요 기업들의 투자는 없는 상황이다.
멕시코 정부는 그간 멕시코가 보유한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 및 미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등이 투자기업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고의 인센티브라고 강조하면서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경우에도 이를 투자가 미비한 동남부 지역으로 한정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멕시코 정부의 전략적이며 포괄적인 산업 정책 부재를 비판하면서, 재정적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니어쇼어링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 개진해왔다. 이를 의식하여 작년 10월 멕시코 재무부는 반도체·배터리·제약 등 10대 핵심 수출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현지 경제계에서는 이러한 정책을 일단 환영하였으나, AMLO 대통령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점에 아쉬움을 표하였으며, 인센티브 부여 대상 투자 기간 역시 2023년 및 2024년으로 제한된 점에 대해 추후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현지 진출한 기업들은 멕시코 정부의 자의적인 법집행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투자의 법적 안정성(Judicial security)이 미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AMLO 행정부가 임기 중 수차례 단행한 주요 기간 산업의 국유화 조치(철도, 발전소 등)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로의 니어쇼어링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명확한 현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지속되는 미-중간 패권 경쟁과 멕시코가 보유한 경쟁력(지리적 인접성,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 기구축된 부품 공급망, USMCA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니어쇼어링을 활용하여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으며, 종합적이고 보다 체계적인 산업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인프라상의 여러 장애 요인들을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서 해소할 필요가 있다.
한편, 올해 6월에는 멕시코 대선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멕시코 경제계는 신임 행정부가 보다 개방된 자세로서 니어쇼어링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행히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 니어쇼어링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고, 당선 시 니어쇼어링을 적극 활용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대내외 주요 기업들은 신임 행정부에서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니어쇼어링에 있어 멕시코 대선보다 중요한 것은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으로 보인다. 현재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으로의 복귀는 미국-멕시코 양자 관계에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미국은 멕시코로의 니어쇼어링보다는 미국으로의 리쇼어링을 우선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6년 7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가 예정되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는 협상 진행을 보다 어렵게 만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멕시코 내 중국 기업들의 진출 확대 관련 미국 정·경제계의 경계심과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USMCA 재검토 협상은 순항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