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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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지역 발전과 관광 산업 - 도미니카공화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국립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서지현 조교수
카리브해 지역의 역사와 경제 발전

카리브해는 중앙아메리카의 동해안과 남아메리카의 북부, 대(大)앤틸리스제도(Greater Antilles)와 소(小)앤틸리스제도(Lesser Antilles)로 둘러싸인 대서양의 내해를 일컫는다. 카리브해 지역은 15개 국가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은 도서 국가이다. 주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차별되는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의 특징으로는 ‘언어적 다양성’과 ‘아프리카 흑인의 디아스포라’에 따른 경제·사회문화적 영향을 들 수 있다. 15세기 말부터 약 300년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은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사용 인구의 비중이 높은 것에 반해,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은 17~18세기 사이 프랑스와 영국을 위시한 유럽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의 각축장이 되면서 식민화되어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영어, 네덜란드어 등 다양한 언어가 사용된다. 또한, 이들 강대국이 식민 지배 시기 플랜테이션 경제를 운영하기 위해 대규모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유입하면서 카리브해 지역 국가의 인구 구성과 경제·사회적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식민 지배 시기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의 운영은 토지 집중화에 따른 토지 분배의 불평등 문제를 양산했고, 단일 작물 재배에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미쳐 대외 경제적 종속성에 따른 저발전의 요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 아래 있던 카리브해 섬들1)은 1958년~1962년 사이 서인도 연방(West Indies Federation)에 참여하여 독립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연방의 구조, 구체적인 정책 등에 대한 이견으로 서인도 연방은 오래 존속되지 못했다. 1962년 자메이카가 연방에서 탈퇴하면서 서인도 연방은 와해되었고, 이후 각 섬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이 전개되면서 차례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1962년에는 자메이카와 트리니다드토바고가 독립했고, 1966년 바베이도스와 가이아나, 1973년 바하마, 1974년 그레나다, 1978년 도미니카연방, 1979년 세인트루시아와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1981년 앤티가바부다, 1983년 세인트키츠네비스가 독립했다. 여전히 앵귈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등은 영국령에 속해있다.

1) 앤티가바부다, 바베이도스, 도미니카연방, 자메이카, 그레나다, 바하마, 세인트루시아, 트리니다드토바고,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세인트키츠네비스, 벨리즈, 버뮤다, 앵귈라, 케이맨 제도 등

독립 이후 카리브해 지역 도서 국가들의 주요 경제 활동에서 사탕수수 생산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지만 20세기 초 이후 그 비중과 중요성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의 주된 경제 활동으로는 농업, 금융 서비스업, 해운업과 관광업 등이 있다. 1920년대부터 카리브해 지역은 미국과의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역외금융(offshore banking) 서비스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 세금을 회피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기업 금융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외금융 서비스를 처음 제공하기 시작한 국가는 바하마이다. 이후 케이맨 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네덜란드령 앤틸리스 제도 등이 금융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지역에는 세계적인 역외금융센터인 카리브금융센터(Caribbean Offshore Financial Centers)가 자리 잡고 있다. 식민 지배 시기부터 설탕을 비롯한 환금작물을 대규모로 수출했던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해운업이 성장했는데, 20세기 들어 중미나 남미 지역의 주요 항구들과 경쟁하면서 여러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20세기 초 점차 정치가 안정화되고, 영국령 카리브해 섬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관광 산업이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관광 산업의 발전이 본격화된 것은 대부분의 국가가 독립을 하게 되는 1980년대부터이다. 이 시기부터 카리브해 지역의 많은 도서 국가에 고급 호텔과 리조트 시설 건설을 위한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고, 크루즈 관광 역시 활성화되면서, 관광 산업이 지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아래에서는 카리브해 지역의 주요 관광국 중 도미니카공화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관광 산업의 발전과 한계에 대해 살펴보고, 21세기 카리브해 지역 관광 산업이 처한 도전과제들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카리브해 국가의 관광 산업 발전: 도미니카공화국의 사례

카리브해 지역은 18세기 유럽과 북미 사람들에게 전염병이 난무한 열대 우림 지역으로 인식되었지만,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점차 눈부신 태양, 반짝이는 해변의 모래사장과 아름다운 바다로 이뤄진 ‘파라다이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가게 되면서 관광 명소 중 한 곳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은 인구나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제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2). 따라서 태양, 모래사장, 바다와 같은 3-S(Sun, Sand, Sea)로 상징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 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발전을 추진하기 어려운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이 연계 효과를 통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에 적합한 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3). 천혜의 자연환경에 기반한 관광 산업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80년대 외국인 투자와 크루즈 관광의 증가에 따라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2) Charles, 2013: 152
3) 서지현, 2020

세계여행관광협회(World Travel&Tourism Council, 이하 WTTC)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 사이 카리브해 지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3%였던 것에 반해, 관광 부분의 연평균 성장률은 3%였다. 지역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 관광 산업은 GDP의 13.9%, 고용의 15.2%를 차지했다. 카리브관광기구(Caribbean Tourism Organization, 이하 CTO, 2015년)에 따르면, 카리브해 국가별 관광 의존도 적게는 GDP의 20%, 많게는 약 80%를 차지한다. 가령, 자메이카는 GDP의 27.4%, 세인트루시아는 39%, 바베이도스는 39.4%, 바하마는 48.4%, 앤티가바부다는 77.4%를 차지했다4). 그러나 코로나19 기간에는 카리브해 지역의 관광 산업이 타격을 입었는데, 2020년 여행 및 관광 관련 GDP가 53.2%나 하락했고, 관련 부문의 일자리가 25.8%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4) 서지현, 2020

카리브해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국가로는 도미니카공화국을 들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경우, 국내외적 요인에 의해 관광 산업이 1960년대 말부터 성장하기 시작했다. 1959년 쿠바혁명이 성공하면서, 그동안 3-S 기반으로 쿠바에서 발전시켜 온 관광 산업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게 된 미국과 국제기구(유네스코, 세계은행, 미주기구 등)들은 도미니카공화국 관광 산업에 대한 투자를 압박했다5). 이러한 배경에서 당시 도미니카공화국 정부는 1969년 관광법을 제정하면서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했으나,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기대했던 만큼의 성장을 이루진 못했다6). 독립 이후 도미니카공화국의 경제는 여전히 사탕수수와 커피와 같은 농산물의 생산과 수출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설탕과 커피의 국제 가격이 폭락하면서 관광 산업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었다. 특히 1990년대 정부는 관광 산업의 발전을 위해 외국 자본의 투자를 활성화하는데 주력했고, 그 결과 초국적 호텔 기업들이 도미니카공화국의 동부와 북부 해안지역 관광 인프라에 집중 투자했다7). 2018년 관광 산업은 GDP의 11.6%를 차지하며 국가 경제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관광 부문이 창출한 소득은 약 84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8%나 증가한 수치이다. 2022년 관광 부문은 약 80만 3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5) 서지현·오인혜, 2022: 123
6) 서지현·오인혜, 2022: 124
7) 서지현·오인혜, 2022: 126

< 도미니카공화국 지도 >
자료: Nations Online Project
카리브해 지역 관광 산업 발전의 딜레마

도미니카공화국의 사례와 같이 카리브해 지역 국가에서 관광 산업이 경제 성장, 투자, 고용 창출 효과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관광 산업의 성장은 지역 사회와 생태계에 여러 도전 과제를 안기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사례를 보면 관광 산업이 주로 외국 자본의 해안지역 투자에 기반한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관광 모델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일자리를 창출하더라도 주로 주민들은 관광 산업과 관련해서 건설 부분의 임시직이나 호텔 및 리조트의 저임금직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자리의 형태와 조건이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8). 또한, 젊은 여성들은 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섹스 산업에서 일자리를 얻어 건강권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9). 이러한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관광 산업의 무분별한 성장은 주변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호텔 및 리조트와 같은 관광 시설이 들어서면서 습지, 맹그로브, 해초 등과 같은 해안 생태계가 파괴되기도 하고, 관광 요트, 유람선 등의 운행으로 수질 오염이 발생하기도 했다10).

8) 서지현·오인혜, 2022: 127
9) 서지현·오인혜, 2022: 128
10) 서지현·오인혜, 2022: 128

이와 더불어 카리브해 지역 관광 산업의 또 다른 도전과제는 지역 경제가 관광 산업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으며, 주로 북미나 유럽과 같은 해외 지역으로부터의 관광객 유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높은 해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로 인해 코로나19 당시 많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이 관광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한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이 지역의 관광 산업은 주로 해안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빈번한 자연재해와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이 높다. 이와 같은 관광 산업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카리브해 지역 관광 네트워크를 제도화하여 지역 관광 브랜드를 형성하고 역내 국가 간의 시너지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제안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카리브해 지역에 있는 도서 국가 간 관광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다목적지 관광(Multi-Country Destination Tourism)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역내 교통 네트워크 구축 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카리브관광기구(CTO)와 카리브호텔관광협회(Caribbean Hotel and Tourism Association)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05년 카리브관광개발기업(Caribbean Tourism Development Company, 이하 CTDC)이 형성되었다11). CTDC는 카리브해 지역 관광 브랜드를 개발하고, 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며, 관광 산업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12).

11) McLeod et al.(2017)
12) McLeod et al.(2017: 4)


참고문헌

- 서지현(2020), “카리브해 섬나라들의 관광과 지속가능한발전’, retrieved from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orea_she&logNo=222154020704 &categoryNo=19&parentCategoryNo=0&viewDate=¤tPage=1&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View (검색일: 2024.6.6.).
- 서지현·오인혜(2022), “카리브해 연안 지역의 인클레이브 관광 연구,” 이베로아메리카 연구, 33(1): 109-135.
- Charles, D. (2013), ‘Sustainable tourism in the Caribbean: the role of the accommodations sector’, International Journal of Green Economics, 7(2), pp. 148-161.
- WTTC(2022), Travel & Tourism in the Caribbean. Prospects for grow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