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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쿠바 관계의 역사와 발전 방향
칠레센트럴대학교 비교한국학연구소 전주람 초빙연구원
들어가는 말

2024년 2월 14일, 한국과 쿠바가 외교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한국과 쿠바는 각각 외교 관계를 적극적으로 수립해 왔으며, 거의 모든 유엔 회원국과 수교를 맺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두 국가 사이에는 공식적인 관계가 부재했다. 두 국가 간 상호 협력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수교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었다. 본고에서는 한-쿠바 관계의 역사, 북한 요인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수교가 이루어진 배경, 앞으로의 협력 가능 방향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쿠바 관계의 역사

한국과 쿠바의 관계는 1921년 300여 명의 한인이 멕시코에서 쿠바로 재이주하면서 시작됐다. 1959년 쿠바혁명이 성공하기 이전까지 한국과 쿠바는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쿠바는 1949년 7월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했고, 6·25 전쟁 당시 한국에 27만 달러의 긴급 구호품을 지원했다. 1958년 자료에 따르면 주중국(대만) 쿠바대사로 부임한 로센도 칸토 에르난데스(Rosendo Canto Hernández)가 주한 공사로 겸임 발령을 받아 1959년 1월 중 대한민국 정부에 신임장을 제출할 예정이었다.1) 그러나 이와 같은 친밀한 관계는 1959년 1월 1일, 쿠바혁명이 혁명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반전됐다. 로센도 대사의 신임장 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국과 쿠바 간의 교류는 끊어졌다. 쿠바는 1960년 8월 29일, 북한과 수교를 맺었고 양국의 관계는 차기 지도자들까지 이어지며 강화됐다.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1986년 3월 평양에서의 연설2)에서 “쿠바는 오직 ‘하나의 조선’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확고히 주장합니다.”라고 말하며 북한과의 관계에 집중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에도 불참했다.

1) 외교부 외교사료관 (1958). 「Canto Hernandez, Rosendo 중국상주 쿠바대사의 주한공사 겸임」. p. 1952, B-0001(23).
2) 외교부 외교사료관 (1986). 「Castro, Fidel 쿠바 대통령 북한 방문, 1986.3.8.-11」. p. 26. 2021-0174(23576).

한국은 1990년 9월 30일 소련과 수교했고, 1991년 9월 17일 대한민국과 북한은 유엔에 동시에 가입했다. 이로써 국제사회가 한반도에 ‘두 개의 주권국가’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후 한국은 중국(1992년), 베트남(1992년), 라오스(1995년)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수교를 이어갔다. 쿠바 또한 호주(1989년)를 비롯한 미국 동맹국가들과 관계를 확대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북한과의 관계를 잘 지켜나갔다. 한국과 쿠바만 예외적으로 수교를 맺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그러나 양국 관계에서 개선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 들어 한-쿠바 관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태권도, 배구, 육상, 야구 등 스포츠 분야에서의 교류가 시작됐고,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 및 문화 분야로 교류가 확대됐다. 1996년부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기업이 ‘아바나 국제무역박람회(Feria Internacional de La Habana)’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2005년에는 KOTRA 아바나무역관을 설치했다. 민간기업들의 쿠바 진출도 이루어졌는데, 특히 무역업체인 암펠로스(Ampelos)는 한국과 쿠바 간의 경제 및 문화 관계 확산에 기여했다. 암펠로스 김동우 회장은 현대중공업이 쿠바에서 이동식 발전설비(PPS) 공사를 수주하는 데 기여했는데, 이 발전 플랜트는 당시 쿠바 전력 소요량의 상당 부분을 감당하여 쿠바가 전력난을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 이에 따라 쿠바 중앙은행은 당시 10CUC 지폐 뒷면에 ‘에너지 혁명(Revolución Energética)’이라는 문구와 함께 현대중공업의 발전기 사진을 넣었고, 피델 카스트로는 김동우 회장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3). 쿠바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 삼성, LG 제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 2016년 10월에는 대한민국 기획재정부와 쿠바 무역투자부가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는 한국과 쿠바가 체결한 최초의 정부 기관 간 약정으로, 최근까지 정부간 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 조갑동 (2021). 한국과 쿠바와의 관계발전을 기대하면서. 외교, 137, pp. 328-342.

< 그림 1. 현대중공업이 수출한 이동식 발전설비가 도안된 10CUC 지폐 >
자료: HD현대중공업

문화 분야에서의 교류도 확대됐다. 대전오페라단과 쿠바 국립오페라단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총 7회의 합동 공연을 개최한 것을 비롯하여 문학, 미술, 연극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작품 및 인적교류를 확대해왔다. 또한, 2012년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한국어 객원교수를 파견하여 아바나 대학에 한국어 강의를 개설했다4). 2013년에는 쿠바 국영TV 카날아바나(Canal Habana)를 통해 한국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방영됐고, 그 이후 한류에 관한 관심이 확산 되어왔다. 2015년 아르코르(ARTCOR)라는 한국문화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형성되어 현재 회원 수가 1만 명에 달한다. 한편, 한국에서도 쿠바의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음반과 음악가들의 방한 공연, 살사를 필두로 한 라틴 음악의 인기는 쿠바에서 한류가 확산되기 이전부터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살사를 중심으로 한 라틴문화 페스티벌이 국내에서 꾸준히 개최되고 있고,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여행지 소개 프로그램 등에서 쿠바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전에 연간 1만4,000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했다5).

4) 한국국제교류재단 (2024). [흥미로운 수교 이야기]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 쿠바. KF Newletter, 244.
5) 오두앙 (2024.02.15). “한국, 쿠바와 외교관계 수립”. 한국문화홍보서비스.

수교 결정의 배경

오랜 기간 미수교 상태를 유지하던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결정한 이유는 수교를 통한 실리 추구가 절실해졌고, 문화교류를 통해 상호 간 호감과 신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쿠바와의 수교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국제정치 및 안보, 외교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으로, 북한과 형제국이면서 반핵 국가인 쿠바와의 수교를 통해 우리의 외교 관계를 완성하고, 남북관계 및 북핵 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미국의 대쿠바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 대해 기권이었던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여 1999년부터 찬성에 투표해왔다. 또한, 윤병세 외교장관(2016년), 강경화 외교장관(2018년) 등이 쿠바의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라는 요인 등으로 인해 쿠바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현시점에 외교 관계를 수립하게 된 배경에는 쿠바가 직면한 최악의 경제난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핵심 산업인 관광 산업이 무너지면서 쿠바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쿠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9%를 기록했다. 또한 쿠바는 식량과 의약품 부족, 에너지 부족에 따른 잦은 정전, 높은 물가상승률(2022년 76.1%), 해외 이민의 증가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의 축소 등 총체적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외부 지원이 끊기면서 쿠바 경제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데, 최근 그와 같은 고난의 기간을 다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쿠바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될 경우에 대한 우려 또한 작용했을 것이다6). 이러한 절실한 상황에서 쿠바는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6) Michel Suárez (2024.02.20). “Cuba y Corea del Sur: ¡por supuesto que es la economía!”. Diario de Cuba.

< 그래프 1. 쿠바 GDP 성장률 >
(단위: %)
자료: 세계은행

한편, 한-쿠바 문화교류 또한 양국의 외교 관계 수립에 기여했다. 미수교 상태에서도 꾸준히 이어온 문화 작품 및 인적교류를 통해 두 국가의 대중은 서로에 대한 호감과 신뢰감을 형성하고, 협력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두 국가가 수교를 결정하게 하는 또 다른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쿠바 협력 가능 분야

한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 수립으로 우리 기업의 쿠바 진출, 니켈과 코발트를 비롯한 광물 공급망 분야 협력, 에너지·정보통신·바이오 등 인프라 분야에 대한 투자 등 다양한 협력 잠재력이 있으며, 쿠바 관광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와 쿠바의 경제난으로 인해 당장 협력을 크게 확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함에 따라 쿠바 입국 이력이 있으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미국 무비자 입국이 제한된다. 따라서 물품 운송, 인적교류, 관광 등의 협력에 제약이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효력을 회복시킨 ‘헬름스-버튼법(Helms–Burton Act) 3장’ 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의 쿠바 진출은 아직 불안정한 상황이다7). 따라서 지속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점진적으로 관계를 심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7) 안성우 (2024.03.28). “[취재파일] 트럼프가 시작한 경제 제재, '쿠바 수교' 한국에 직격탄?”. SBS NEWS.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협력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개발 협력일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쿠바에 인도적 지원 및 개발 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다. 또한 KSP 사업을 통해 쿠바에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해 오고 있다. 이러한 개발 협력을 지속 및 확대하면서 여건이 개선됐을 때 추진할 수 있는 경제협력 유망 분야 및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사례 연구를 통해 한-쿠바 협력 확대에 대비하고, 효과적인 전략 수립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중국, 한-베트남 등 한국과 사회주의 국가 간 외교수립 및 협력 경험, 쿠바-일본, 쿠바-호주 등 쿠바와 미국 동맹국 간 외교수립 및 협력 경험에 대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 이들의 협력 전략과 시행착오, 성과 등을 분석하여 앞으로 확대될 한-쿠바 협력에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EU, 캐나다 등의 사례를 분석하여 미국의 제재가 지속될 경우 쿠바와의 경제적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교류를 체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문화교류는 상호 이해 증진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문화에 관한 관심이 상품 및 서비스의 소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제협력의 잠재력도 갖고 있다. 따라서 민간 분야에서 추진되어 온 문화교류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진행된 문화교류에서 발견되는 애로사항과 개선 방향에 대해 분석 및 검토한 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두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문화 수요와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쿠바에서 한류가 확산되고 있는데, 쿠바 대중이 한류의 어떤 분야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분석함으로써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맺는말

한-쿠바 수교를 통해 한국은 오랫동안 공들였던 외교 및 정치적 과제를 완성했다. 여러 분야에서 앞으로 협력 관계가 확대될 것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쿠바는 미국의 제재와 경제위기 등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당장 양국간 협력을 크게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과 쿠바는 미국 및 국제 정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개발 협력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점차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성과가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장기적인 협력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안성우 (2024.03.28). “[취재파일] 트럼프가 시작한 경제 제재, '쿠바 수교' 한국에 직격탄?”. SBS NEWS.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589444.
- 오두앙 (2024.02.15). “한국, 쿠바와 외교관계 수립”. 한국문화홍보서비스. https://www.kocis.go.kr/koreanet/view.do?seq=1047572 (접속일: 2024.06.06).
- 외교부 외교사료관 (1958). 「Canto Hernandez, Rosendo 중국상주 쿠바대사의 주한공사 겸임」. p. 1952, B-0001(23).
- 외교부 외교사료관 (1986). 「Castro, Fidel 쿠바 대통령 북한 방문, 1986.3.8.-11」. p. 26. 2021-0174(23576).
- 조갑동 (2021). 한국과 쿠바와의 관계발전을 기대하면서. 외교, 137, pp. 328-342.
- 한국국제교류재단 (2024). [흥미로운 수교 이야기]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 쿠바. KF Newletter, 244.https://www.kf.or.kr/kfNewsletter/mgzinSubViewPage.do?mgzinSn=14481&mgzinSubSn=27367&langTy=KOR (접속일: 2024.06.06).
- HD현대중공업 (2007.01.30). “쿠바 지폐에 한국 수출품 도안”. https://www.hhi.co.kr/Public/pub01_2?page=147&ndate=2007-01-30&bidx=1345&seek=&
SearchName= (접속일: 2024.06.06).
- Michel Suárez (2024.02.20). “Cuba y Corea del Sur: ¡por supuesto que es la economía!”. Diario de Cuba. https://diariodecuba.com/internacional/17084
30128_52960.html (접속일: 2024.06.03).
- Ruvislei Gonzá, lez Saez, 전주람. (2022). 100년의 역사(1921~2021)로 보는 한-쿠바 관계 회복의 이유. 중남미연구, 41(3), 1-26, 10.17855/jlas.2022.8.4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