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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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대(對) 중남미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
KOTRA 중남미지역본부 황현정 차장
들어가며

2024년 우리 방산물자는 다시 한번 페루 육해공(陸海空) 방산시장에 큰 획을 그었다. 페루 육군에서는 우리 장갑차 30대를(6천만 달러), 페루 해군에서는 우리 함정 4척에 대한 현지 공동 생산 계약을(4.6억 달러), 마지막으로 페루 국영 항공기업(SEMAN)은 우리 경공격기(FA-50) 부품 공동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7월 3일 체결하였다.

2012년 우리의 KT-1이 페루의 하늘, 2013년 우리의 다목적 군수지원함이 페루의 바다, 그리고 2015년 우리의 순찰차가 페루의 도시 치안을 책임지게 된 지 약 10년 만의 쾌거이다. 이들 계약이 모두 정부 대 정부(G2G) 계약이었다는 점, 그리고 올해 수주한 함정 프로젝트는 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방산 수출을 우리의 신성장동력으로 확보하고자 2006년 방위사업청을 개청, 2009년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KODITS)’를 설립했으나 2010년 방산 수출 규모는 11.9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 18위권에 머물렀다. 당시 우리나라 전체 수출 규모인 4,663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26%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그간 내수시장에 중점을 두었던 우리 방위산업은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자 민·관이 협력하여 공조 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2023년 우리의 방산 수출액은 130억 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방산 수출국 상위 10위권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지금까지의 대 중남미 방산 수출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중남미는 주변국의 안보 위협보다는 마약 밀매, 살인 등의 범죄조직에 대한 치안유지 수요가 지속 발생하는 지역이다. 특히, 중남미 정부는 팬데믹 동안의 경제불황으로 인한 내부 공공안전 및 치안 불안을 해결하는 데에 정부 역량을 집중시켰다.

< 그래프 1. 2014-2023년간 지역별 방산 지출 증감률 >
자료: Statista
중남미 방산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3년 중남미 평균 군사비 지출 비중은 GDP의 1.1%로, 이는 전 세계 평균 2.3%를 하회하는 수치다. 남미의 군사비 지출은 2014년 대비 7.2% 하락한 반면, 중미와 카리브해 지역은 54% 증가하였다. 범죄율이 높아짐에 따라 군사력 투입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되며, 정부가 과격단체들의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사용하는 것이 이 지역에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2023년 전 세계 방산 지출에서 지역별로 차지하는 비중을 봤을 때, 중미, 카리브, 남미 지역의 지출 비중은 약 2.7%로 여전히 작은 규모이다.


< 그래프 2. 2023년 지역별 방산 지출 비중 >
자료: Statista

유럽, 아시아, 중동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음에도 우리가 중남미 방산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방산, 치안·보안 관련 수요 증가와 주요국의 국방예산 규모 증가 때문이다. 중남미 최대 국방비 지출국이자 병력 보유국인 브라질의 경우 노후 장비 현대화 사업을 지속 추진 중이다. 정부 주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신성장 가속화 프로그램(Novo PAC)에는 차기 전차, 장갑차, 국경감시강화, 해병대 현대화, 다목적 공격기 도입 등 다양한 계획들이 포함되어 있다. 멕시코의 경우 소형전술차량, 수송차량, 마약운반 감시 및 폭발물 대응을 위한 드론·안티드론 등의 경무장 방산물자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반정부 무장단체 대응, 외부적으로는 베네수엘라와의 마찰 상황에 있는 콜롬비아는 군사력 소요 증가 및 무기체계 시장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페루는 국내 치안 질서 및 재난 대응을 위한 노후 전투장비 현대화를 추진 중이며, 에콰도르는 군용헬멧, 방탄복 등 개인 전투물자 외 방호차량, 함정, 공격기 도입 등의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방산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 탄약, 미사일, 군용차 등을 기도입한 콜롬비아, 칠레, 페루뿐 아니라 에콰도르, 파라과이 그리고 가이아나까지 전투기, 함정, 미사일 등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중남미 국가들의 전력 증강을 위한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국방예산 규모는 지속 증가 추세에 있다. 브라질은 약 2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8% 증가하였고, 멕시코는 160억 달러 정도로 전년 대비 116% 증가하였다. 콜롬비아, 칠레, 페루 등도 매년 국방예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국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중남미 방산 시장진출을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며, 아래와 같이 네 가지 방안을 활용해 보고자 한다.

< 표 1. 중남미 주요 국가별 국방부 예산 규모 >
국가 예산 규모 전년대비 증가율
브라질 약 252억 달러 2.8%
멕시코 약 160억 달러 116%
콜롬비아 약 55억 달러 17%
칠레 약 25억 달러 1.36%
페루 약 23억 달러 11%
자료: KOTRA 자체 자료
중남미 방산 시장 진출 전략

첫 번째는 G2G를 활용한 전략이다. 다변화된 해외 방산시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9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관련 부처와 무역보험공사, KOTRA가 참여하여 방산수출지원 범정부 기구인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KODITS)’가 KOTRA 산하에 설립되었다. 민간기업 외에 정부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KOTRA, 공관, 국책은행 등 유관기관이 한 팀으로 협업체제를 갖춘 ‘팀 코리아’ 지원 체계의 기반이 이곳에 구축되었다.

십여 년 전 우리의 KT-1을 페루에 수출하기 위해서도 ‘팀 코리아’의 G2G 계약 방식이 활용되었다. 다섯 번의 정상회담, 세 번의 국회 외교를 통해 페루 대통령과 상호 신뢰 기반을 형성하였고, 한-페루 FTA, 방산 협력 업무협약(MOU) 체결로 양국 간 활발한 교류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한국과의 첫 대규모, 장기 방산 계약을 하는 페루 정부 입장에서는 부패 관행을 사전에 차단하고, 계약이행 신뢰도를 제고하며 기술 교육과 공동 생산의 산업협력 지원이 용이한 G2G 방식을 선택하였다. 그 이후 ▴2013년 다목적 군수지원함 계약, ▴2015년 순찰차 계약, 그리고 ▴2019년의 친체로 신공항 PMO 프로젝트까지 모두 G2G 방식으로 체결되었다.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팀 코리아’는 수년간의 프로젝트 이행 시에도 페루 정부의 크고 작은 요청사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선을 다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려 노력하였다. 따라서 올해 페루에서의 ‘잭팟’은 G2G로 시작하여 구축한 지난 10년간의 신뢰의 산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두 번째는 FTA 활용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칠레, 페루, 콜롬비아, 중미 5개국 등 총 8개 중남미 국가와 FTA를 체결했다. 추가적으로 작년 10월 에콰도르와의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협상 타결, 금년 1월 한-중미 FTA에 과테말라의 가입 의정서 서명이 진행되었고, Mercosur(남미공동시장), PA(태평양동맹) 그리고 멕시코와도 협상 및 여건을 조성 중에 있다. FTA는 관세 혜택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입찰 참여의 문턱을 낮춰줄 수 있다. FTA 협상 재개 선언을 한 멕시코의 경우, 무기류(HS CODE 93류)에 대해 5~15%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0% 특혜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정부 공공조달 시 FTA 체결국에 대한 우대정책이 존재하기에 협상 타결은 멕시코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줄 것이다.

< 표 2. 한국-중남미 국가 간 무역협정 체결 현황 >
구분 상대국 개시 서명 발효 비고
발효 칠레 ’99.12 ’03.02 ’04.04 * 최초의 FTA,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
콜롬비아 ’09.12 ’13.03 ’16.07 * 자원부국, 중남미 신흥시장
페루 ’09.03 ’11.03 ’11.08 * 중남미 진출 교두보
중미 5개국 ’15.06 ’18.02 ’21.03 * 중미 5개국: 파나마,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서명
타결
과테말라, 한·중미 FTA 가입 ’21.10 ’24.01 * 중미 최대 교역파트너
* 북·남미 진출 교두보
에콰도르 ’15.08 ’23.10 - * 전략적 경제협력협정 타결선언 및 가서명
협상
진행
Mercosur ’18.05 - - * Mercosur 4개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 ’18.09-’21.8 7차례 공식 협상 개최
여건
조성
PA ’22.01 - - * PA 4개국: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페루
* 가입 협상 개시 선언
멕시코 ’06.02 - - * ’22.3월 협상 재개 선언
자료: fta.go.kr

세 번째는 국내 중소·중견 방산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의 수출 확대 전략이다. 최근 한국 공군의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 수송기 도입에 따른 절충교역 이행으로 우리 항공 부품기업과의 협력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멕시코는 미국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정책과 USMCA 발효로 북미 위주 공급망 구축이 강조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멕시코 투자가 증가하였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항공우주 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GE Aviation, ▴Safran, ▴Bombardier, ▴Airbus社 등이 멕시코 내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항공기 기체, 제트기용 날개, 엔진 등의 부품을 제조하고 있으며, 유지보수 센터 설립 등의 사업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이들의 생산 확대 계획에 따른 소싱 수요도 존재하기에 이에 대한 적극 대응으로 중남미 진출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는 주요 방산 전시회, 사절단 등을 활용한 전략이다. 중남미 시장은 전통적으로 미국 및 유럽 장비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납품한 이력이 있는 장비를 선호하고, 차관을 통한 구매보다는 예산 내 구매를 하는 등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이런 보수적인 성향의 바이어들과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스킨십으로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매년 중남미 지역에서는 민·관·군이 함께 참여하는 ‘중남미방산수출협의회’가 개최되며, 중남미 주요 방산 전시회와 연계하여 방산시장개척단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전시회에는 인근국 군 관계자, 방산 에이전트, 바이어들이 참여하기에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이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시장정보 및 주요 제도를 업데이트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중남미는 인구 6.4억 명, GDP 7조 달러, 수입시장 규모는 약 1.4조 달러에 달하고,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지역이다. 중남미 지역 전체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국가 치안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금의 상황에서 K-방산이 계속해서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 참고: 2024-2025 중남미 주요 방산 전시회 일정
국가 및 전시회명 기간 전시분야 홈페이지
멕시코
FAMEX
멕시코
항공우주 박람회
’25.4월 민간·군용 항공
국방보안
www.f-airmexico.com.mx/
칠레
Exponaval
칠레
조선해양 전시회
’24.12월 해양 방위
보안기술
www.exponaval.cl/en/
칠레
FIDAE
칠레
항공우주박람회
’26.4월 항공우주
방위, 보안
www.fidae.cl/en/
콜롬비아
Colombiamar
해양 산업 및 방위
전시회
’25.3월 해양 방위,
기술, 환경
www.colombiamar.co/
콜롬비아
Expodefensa
국제 방위 및
보안산업 전시회
’25.10월 사이버보안
공공안전, 방위
www.expodefensa.com.co/es/
페루
SITDEF
방산·재해 예방
국제전시회
’25.4월 방산/보안 www.sitdef.com
브라질
LAAD
중남미 항공우주 및
방위전시회
’25.4월 방산/보안 www.laadexpo.com.br/
자료: KOTRA

참고 자료

- SIPRI Fact Sheet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23”(April 2024)
- 중남미방산수출협의회 무관단 발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