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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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기후변화 정책과 경제적 함의
주콜롬비아대한민국대사관 서성빈 서기관

콜롬비아는 중남미 지역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콜롬비아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1%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하였다. 이러한 적극적 행보 뒤에는 콜롬비아가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배경이 있다. 세계은행은 콜롬비아를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뽑고 있다. 특히, 최근 엘니뇨 및 라니냐 현상의 장기 및 극단화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2년 8월 출범한 페트로(Gustavo Petro) 정부도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녹색경제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는 화석 에너지 중심의 경제에서 청정 및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 하려는 것이다. 콜롬비아는 세계 5위 석탄 수출국이며, 세계 18위 원유 수출국(2020년 기준)으로 화석 에너지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지만, 페트로 정부는 출범 후 신규 유전 탐사를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적 자원을 투입하여 이 분야 외국인 투자를 확대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도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콜롬비아의 최대 도시인 보고타(Bogotá)와 메데인(Medellín) 등은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는 2부제에서 면제되는 혜택을 받고 있다. 콜롬비아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가 높은 이유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정책 분야는 산림파괴(deforestation) 방지 및 산림복구(restoration)다. 아마존 지역은 콜롬비아 전체 국토의 ¼을 차지하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아마존 지역 내 28개 중점지역(핫스팟)을 지정하고, 지역사회의 협조 하에서 불법 벌목과 같은 불법행위 차단 등 산림파괴 방지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750,000ha(헥타르) 이상의 산림복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2024년 8월 신규 도입된 플라스틱 사용 제한 정책을 비롯하여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콜롬비아는 국제무대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페트로 정부는 2023년 11월 두바이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주요 석유 수출국(콜롬비아의 석유 수출은 전 세계 20위 이내) 중 최초로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추진에 동참하였다. 또한, 콜롬비아는 2024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칼리(Cali)에서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6)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는 콜롬비아의 역대 최대 규모 국제회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국제협력의 모멘텀을 강화하려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석유·석탄 생산 및 수출이 콜롬비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 일자리가 감소한다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2023년 콜롬비아의 경제성장률은 0.6%에 머물러 7.3%였던 2022년에 비해 급감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콜롬비아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및 친환경 정책은 경제적으로도 다방면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정에너지 및 지속가능한 농업 분야에서 다수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청정에너지, 친환경 기술 및 인프라 분야의 성장 및 해외 투자 확대가 콜롬비아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콜롬비아 최대 석유기업인 에코페트롤(Ecopetrol)社도 수소 및 바이오 에너지 생산 등 新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기후 및 녹색경제 정책 부분에서 콜롬비아의 적극적인 행보는 향후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콜롬비아는 수력, 태양광, 풍력 발전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그린수소 생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수소 기술과 결합한 협력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콜롬비아의 전기차 장려 정책은 전기차 생산에 강점이 있는 우리 자동차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산림녹화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콜롬비아의 산림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 제6조* 상 탄소 감축 실적 이전을 모색할 수도 있다.

* 시장/비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국가 간 협력 조항

한국과 콜롬비아 간의 협력은 지리적 거리, 언어장벽, 문화적 차이점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콜롬비아 경제가 침체되어 있다는 점도 우리 기업이 투자 확대를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콜롬비아는 에너지 전환 및 녹색경제 분야에서 중남미를 선도하려는 의지가 있으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보인다. 그 가능성을 지속 모색하다 보면 좋은 협력사업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