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 본 웹진에 게재된 내용은 외교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에콰도르 치안 동향:
전 세계 마약 유통 허브 전락 위기
라틴아메리카 협력센터 김은하 연구원
  • [들어가며] 에콰도르는 남미의 작은 나라로 꼽히지만, 안데스산맥 주변의 산악지역을 비롯해 해안지역, 아마존지역,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갈라파고스까지 남미 전체의 관광 명소들을 작은 공간 안에 집대성해놓은 것처럼 여겨질 만큼 다양한 기후와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1991년 로드리고 보르하 대통령은 에콰도르가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지인 페루와 콜롬비아 사이에 위치해 있지만 마약으로 인한 문제가 없다는 뜻의 ‘평화의 섬(island of peace)’이라고 처음 명명, 이후 2002년 구스타보 노보아 대통령이 인용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가 정보] (※ 출처: 美 의회조사국(CRS))
    - 수도: 키토(Quito)
    - 면적: 283,561km²
    - 인구: 1,814만 명
    - GDP/1인당 GDP(2023, IMF): 1,201억 8천만 달러/6,582 달러(USD)
    - 주요 교역국: 미국(25.2%), 중국(19.5%), 파나마(7.4%)
    - 주요 교역품: (수입) 정제유, 자동차, 가전·전자 제품/(수출) 원유, 새우, 바나나

남미의 ‘평화의 나라’에서 중남미 심각한 치안 불안국으로

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꼽혔던 평화의 나라 에콰도르가 최근 중남미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한 곳의 하나로 떠올랐다. 중남미 조직범죄 전문매체 인사이트 크라임(Insight Crime)에 따르면 2023년 에콰도르 살인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44.5명으로, 지난해보다 65% 증가하며 더 악화되었다. 이는 역내 치안이 불안한 국가로 알려진 아이티(10만 명당 40.9명), 온두라스(31.1명), 베네수엘라(26.8명)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에콰도르의 치안 악화 상황은 최근 4년(2020년~현재)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압박과 불안이 범죄 발생의 증가로 이어졌고, 특히 마약 밀매와 관련된 범죄조직 간 잦은 충돌이 치안 악화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 그래프 1. 에콰도르 살인범죄율 추이(2014~2023년) >

이번 호에서는 작년 말부터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에콰도르의 각종 치안 사건, 예를 들면 교도소 폭동 사태, 대선 후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Fernando Villavicencio) 피살 사건, 갱단원들의 TV 생방송 무장 난입 등으로 최근 중남미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에콰도르의 치안 이슈를 주제로 다룬다. 특히 치안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마약 코카인의 에콰도르 유입과 이것이 에콰도르 사회에 급격히 확산하게 된 배경 및 이로 인한 범죄조직 간 갈등 등 에콰도르의 전반적인 치안 상황을 살펴본다.

새로운 ‘나르코(마약)’ 네트워크의 일부가 된 에콰도르

에콰도르의 치안이 악화된 배경은 20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콜롬비아와 멕시코 정부가 미국 마약단속국과 공조 수사 등으로 마약조직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면서1) 중남미 마약조직들은 새로운 근거지가 필요해졌다. 2009년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Rafael Correa) 대통령이 때마침 반미(反美) 행보를 보이며 태평양 연안 항구의 미국 만타(Manta) 기지를 폐쇄하고 마약단속국과의 협력 등을 단절하자2), 중남미 마약조직들은 에콰도르로 하나둘 옮겨오기 시작했다(조선일보, 2024). 그뿐만이 아니었다. 앞서 2000년부터 시행된 에콰도르의 달러 사용과 코레아 대통령 집권 기간(2007~2017년) 추진된 ▴에콰도르의 무비자 입국 대상국 확대, ▴EU와의 FTA 체결로 인한 관세 혜택 등은 마약조직(narcotraficante, el narco)들을 에콰도르로 유인하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1) 2006년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정부는 ‘마약 갱들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콜롬비아는 2000년에 발표한 ‘콜롬비아 계획(Plan Colombia)’을 필두로 2002년 우리베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생산과 재배 및 테러 조직 근절을 위해 노력했다.
2) 미국 정부는 남미의 마약 생산국을 감시하고, 마약을 싣고 카리브해를 통과하는 항공기와 선박을 정찰하기 위해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쿠라카오섬, ▴아루바섬, 그리고▴에콰도르의 만타 부근 군사기지를 10년간(1999-2009년) 임대해 사용해왔다. 그러나 임대기간 만료 후 코레아 대통령은 사용권 재계약을 불허했고, 결국 만타기지는 폐쇄되고 미 국무부와의 국제 마약국 협력도 종료되었다. 이는 결국 마약조직들이 에콰도르로 유입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레아 대통령의 임기종료(2017년) 후 집권한 레닌 모레노(Lenín Moreno) 대통령도 같은 당 소속으로, 2021년 퇴임 때까지 비슷한 노선을 취했다. 그 사이 에콰도르에 진출한 마약조직들은 10여 년에 걸쳐 몸집을 불렸고, 현지 범죄조직(갱)들과 동맹하며 과야킬(Guayaquil), 만타(Manta) 등 항구도시들을 중심으로 코카인 밀매 거점을 구축했다.

사실 에콰도르는 코카인 생산 거점이라기보다는 남미에서 생산되는 코카인의 주요 유통 경로이다. 이른바 ‘코카인 삼각지대’로 불리는 남미 안데스산맥의 ▴콜롬비아(61%), ▴페루(26%), ▴볼리비아(12.5%)에서는 연간 세계 코카인 생산량의 99.5%가 재배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코카인은 안데스산맥(주로 콜롬비아)에서 시작하여 중미와 카리브해 지역, 브라질, 아프리카 등지를 거쳐 코카인 최대 소비시장인 북미, 서부·중부 유럽으로 밀반입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이다.3)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압수되는 코카인의 98%(전부 콜롬비아産), 유럽지역에서 압수되는 코카인의 99%(콜롬비아産 67%, 페루産 27%, 볼리비아産 5%)가 모두 코카인 삼각지대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3) 안데스(콜롬비아) → 멕시코 → 북미 경로 또는 안데스(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 카리브해, 아프리카, 브라질 → 유럽 경로

그러나 최근 콜롬비아-미국의 합동 작전으로 마약 유통 경로가 대폭 차단되고, 2016년에는 콜롬비아 평화협상으로 마약밀매를 주도하던 무장혁명군(FARC)이 해체되자 마약 유통에 권력 공백이 생겼다. 특히 카리브해 대부분 지역에서는 미국의 로터(ROTHR·Relocatable Over the Horizon Radar) 시스템4)이 작동하고 있어, 마약조직들은 콜롬비아·페루와 인접해 있으며 비교적 국경을 넘기 쉬운 에콰도르를 경유하여 미국·유럽으로 밀매하는 루트를 구축하게 되었다<그림 1 참고>.

4) 미국 해군의 OTH 레이더 시스템으로, 밀수·마약 거래 저지를 위해 카리브해의 거의 전역 및 태평양의 중미 연안역을 탐지하고 있다. 탐지 거리는 500km~1,600km 정도 된다.

< 그림 1. 전 세계 코카인 밀매의 주요 흐름도 >
자료: World Drug Report 2022(UNODC)

이에 따라 새로운 코카인 유통경로인 에콰도르를 통한 마약 거래가 점점 더 활발해지면서 에콰도르에서 적발되는 마약 압수량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5월 초까지 압수된 마약만 무려 103톤으로, 1년 전보다 38% 넘게 증가했다.5) 참고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마약 압수량이 998kg인 점을 고려한다면 과연 이 양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1월에는 해외로 보내기 위해 지하창고에 보관 중이던 단일 밀수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코카인 22톤(약 22억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양6))이 한꺼번에 적발되었고, 해안도시 에스메랄다스(Esmeraldas)에서 60km가량 떨어진 바다에서는 코카인 3.2톤이 실린 반잠수정이 나포되는 등 코카인 밀수의 대형화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만약 연말까지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마약 압수량은 지난해보다 77톤 더 많은 약 298톤 규모에 달할 것으로 에콰도르 당국은 보고 있다.

5) 2023년 전체 압수량은 221톤이다(출처: 에콰도르 경찰청).
6) 코카인 1회 투약분 0.01g 기준

< 그래프 2. 분기별 에콰도르 마약 압수량(2021.1분기~2024년(잠정)) >
자료: 에콰도르 경찰청 데이터

※ 올해 상반기(1.1~5.6) 동안 103톤의 마약이 적발되었으며, 일평균으로 계산하면 하루 평균 817kg에 달한다.

에콰도르 국내 코카인 루트

코카인의 대규모 유입과 함께 전국적인 코카인 밀수망(‘코카인 루트’)도 구축되었다. 아래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코카인 루트의 시작점은 코카인의 주산지인 콜롬비아 남부지역(주로 나리뇨(Nariño) 및 푸투마요(Putumayo) 州)에서 에콰도르 북부 국경으로 코카인이 밀반입되는 단계다.7) 콜롬비아 범죄조직이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코카인을 에콰도르에 밀반입하면, 에콰도르 조직은 자국 내 밀반입 루트(▴태평양, ▴산악(Sierra), ▴아마존)를 확보해 주고 국내 주요 수출 항구까지 보관·운반하는 구조다. 내륙 전체가 촘촘한 밀매망으로 구축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빨간색으로 표시된 과야스(Guayas)는 에콰도르 최대 도시 과야킬(Guayaquil)의 주도(州都)이자 핵심 항만 인프라를 갖춘 지역으로, 12개 범죄조직의 활동 요충지임과 동시에 마약 운반의 주요 거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렇게 에콰도르 내륙을 통과해 항구에 도착한 코카인은 중미와 카리브를 지나 최종 도착지 미국과 유럽으로 보내진다.

7) 콜롬비아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코카인의 70~80%가 에콰도르 북부 국경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출처: 에콰도르 경찰청 산하 정보분석센터(CAI)).

< 그림 2. 에콰도르의 국내 코카인 밀매 경로 >
자료: 에콰도르 경찰청

미국행 코카인의 경우 어선, 잠수정, 소형선박 등을 통해 중미(주로 코스타리카, 과테말라)를 거쳐 미국으로 보내지며 도착지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5일, 운송비로 3만 달러 정도를 제안받는다. 최근에는 해상 경로 단속 강화로 항공기를 이용한 운반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2022년에만 에콰도르 내 나르코 활주로가 139곳 발견되었다. 주로 사용하는 비행기 모델은 미국의 세스나(Cessna) 경비행기로8), 내부를 개조하면 한 번에 400~700kg의 마약을 운반할 수 있다. 그리고 운송시간도 해로(海路)보다 빨라 코스타리카, 과테말라까지 약 6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

8) 이 비행기는 270~365m의 활주로만 있으면 이착륙이 가능하다.

유럽행 코카인은 대부분 화물 선박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에콰도르의 항구는 단속이 느슨하고 부패문제가 심각하여 마약조직들은 그곳을 통과하는 화물선을 탈취해 마약운반에 이용한다. 최근 우리나라 부산항에서도 중남미 마약조직들의 ‘배달사고9)’로 여러 차례 적발된 ‘기생충’수법*이 주로 활용되는 추세다. 범죄조직들은 화물컨테이너나 씨체스트(Sea Chest)10)에 코카인을 은닉한 후 GPS(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위치를 추적하고, 도착지에서 이를 회수한다. 이외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나 범죄 기록이 없는 사람의 명의로 수출 회사를 설립하거나 혹은 기존 회사를 매입하여 화물수출용 대형 컨테이너에 코카인을 은닉하여 운반하고 있다.

* 신종 은닉 방법인 씨체스트 공간 활용 방식의 마약 유통은 발견이 쉽지 않아 ‘기생충 수법’으로 불린다.

9) (연합뉴스 2024.08.16.) “또 국제 카르텔 배달 사고?…부산신항 화물선에서 대량의 코카인”
10) 씨체스트: 배 균형을 잡거나 냉각수 용도 해수가 유입되는 통로, 바닷물에 잠겨있는 부분


마약거래 범죄조직 간 이권 다툼 속 악화일로를 걷는 치안 상황

이렇게 전 세계로 코카인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에콰도르 현지 범죄조직들은 국제 마약조직들11)과 결탁하고, 국내 마약 밀반입·유통에 적극 개입했다. 이를 발판 삼아 소규모 범죄조직이었던 로스 초네로스(Los Choneros), 로스 로보스(Los Lobos) 등은 중남미 전역으로 세력을 키웠고, 이젠 전 세계 코카인을 좌우하는 대형 유통업자로 성장했다.12) 에콰도르 범죄조직들에게 코카인 밀거래는 주력사업일 뿐 아니라 가장 수익성이 높은 수입원이다. 이들이 그동안 해외로 유통한 마약은 수십억 달러어치가 넘는다. 특히 이미 포화 상태인 미국 코카인 시장과 달리 유럽에서는 미국보다 1.4~10배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어 코카인을 유통해 부를 쌓는 범죄조직도 계속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일례로 같은 코카인 1kg이라도 미국에서는 약 2만 8천 달러에 팔리지만, 프랑스·스페인에서는 약 4만 달러, 에스토니아에서는 무려 22만 달러에 판매된다(CSIS, 2023). 한 건 성공하면 큰 범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11) 전 세계 코카인 시장에서 미국은 멕시코 마약조직(카르텔)이, 유럽은 주로 알바니아 갱단들이 관여하고 있다.
12) 로스 초네로스와 로스 로보스는 올해 초 인사이트 크라임이 발표한 중남미에서 활동하는 가장 위험한 5대 갱단 리스트에 공동 4위로 선정된 조직범죄단체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에는 경제적 박탈감과 사회적 고립감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마약 수요가 증가하면서 마약 밀매를 두고 범죄조직 간 이권·세력 다툼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에콰도르 양대 범죄조직 중 하나이자 멕시코 시날로아 조직과 동맹관계인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삼브라노(Jorge Luis Zambrano) (일명 “라스키냐”)가 피살된 이후 하위 조직13) 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는데, 많은 분석가들은 이 사건이 내분의 단초가 됐다고 분석한다. 이를 발단으로 여전히 에콰도르 범죄조직들은 자신들의 세력권과 코카인 유통망 확대를 위해 피비린내 나는 유혈 충돌을 지속 벌여오고 있으며, 일부 해안지역에서는 공권력이 힘을 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22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해에 더욱 가속화되어 ▴살인(65%↑), ▴강도 및 절도(24%↑), ▴무기 압수(72%↑), ▴마약 압수(10%↑) 등에서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

13) ▴로스 초네킬러스(Los ChoneKillers), ▴로스 로보스(Los Lobos), ▴로스 피포스(Los Pipos), ▴로스 티게로네스(Los Tiguerones)

범죄조직 간 이권 다툼 외에도 ▴범죄조직의 본거지로 전락한 교도소 시스템, ▴무기밀매 증가 및 ▴열악한 국내 경제 상황은 최근 에콰도르의 치안이 악화일로를 걷게 된 주요 원인들로 지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도소가 교도관 대신 범죄조직에 통제되면서 교도소는 더이상 갱생시설이 아닌 폭력과 마약밀매의 진원지가 되어버렸다. 범죄조직 간부들은 교도소 수감 생활 중에도 살인과 납치 명령을 내리고, 미국·유럽으로의 마약밀매를 총괄하는 등 조직과 사업을 원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조직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또한 교도소 안에 실내수영장, 디스코텍, 정원 등을 마련하여 초호화 수감 생활을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에콰도르 교도소 36곳 중 4분의 1 이상이 범죄조직에 장악되었으며, 범죄조직의 본부, 신입 조직원 모집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코카인 밀매로 부를 쌓은 범죄조직들이 미국 등으로부터 각종 무기를 불법으로 사들이면서 최근 심각한 테러·폭력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는 연초 22일 동안에만 84,164개의 탄약과 996개의 탄창, 1,500개의 총기가 압수되었는데 이 중 대부분이 과야킬 등의 교도소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에콰도르 조직범죄관측소(OECO)에 따르면 압수된 총기의 약 55%가 미국에서 제조되었다. 또한, 지금까지 12개의 교도소를 수색한 결과 수류탄과 장총 등 전쟁용 무기가 다수 발견되었으며 (교도소 내) 부정부패 척결을 병행하지 않으면 범죄조직과의 전쟁은 패전으로 막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한편, 에콰도르의 계속되는 경제난은 마약 밀매를 조장하는 경제적 유인이자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경제 저성장 기조에 팬데믹까지 더해져 경제성장률이 –7.8%(2020년)까지 하락하면서 빈곤 수준이 더욱 심화되었다. 지난해에는 에콰도르에서 하루 3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이 490만 명, 하루 1.6달러 미만인 절대빈곤층은 190만 명이나 되었다. 더욱이 댐·학교·병원 등의 인프라 건설을 위해 중국 등에서 도입한 차관까지 불어나 국가 재정도 어려워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에콰도르 국가 부채는 이미 2016년 법적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선 상태다. 재정 악화로 2020년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범죄조직들은 조직원과 자금을 늘리며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주로 에스메랄다스, 과야스, 마나비의 해안지역에서 저소득층, 소외된 청소년, 어선원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보수 조건을 제안하며 신규 조직원을 모집한다. 특히 조직의 거점이 있는 지역에서는 자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며 일종의 “자애로운 카르텔(benevolent cartel)”로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다.

18개월 짧은 임기는 한계⋯치안 개선에 주력

이러한 상황 아래 지난해 11월 출범한 노보아 정부는 1호 공약이었던 치안 강화를 위해 취임 직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취임식 날에는 10년 전 라파엘 정부가 제정한 소량의 마약 소지에 대한 면죄부 조항 ‘불법 약물 단속 가이드라인’*을 전격 폐지했으며, 8,000명 이상의 조직원을 보유한 로스 로보스의 간부(Jaime Enrique SC)를 체포하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되는 치안 악화 상황 속에서 노보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9차례 연장) 22개의 테러 조직 해체와 치안 안정화를 위해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펼쳤다. 그 일환으로 치안 통합계획인 ‘불사조 계획(Plan Fénix)’** 이 시행(12.15)되고 ‘4.21 국민투표 결과 적용 기본법’14)이 발효됐다(7.12).

* 이 가이드라인은 2013년 코레아 대통령 당시에 불법 마약 사용이 국가 보건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일정 중량 이하의 마약 소지자는 처벌이 아닌 교화의 대상으로 보고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마련된 법안이다. 마약 사용량에 따라서 마약 소비자와 마약 거래자를 구분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동 지침에 따르면 개인사용을 위해 마리화나 10g, 코카인 페이스트 2g, 코카인 1g, 헤로인 0.10g과 암페타민 0.04g까지는 단속에서 처벌이 면죄되도록 되어 있었다.
** 동 계획에는 보안군을 위한 전술 무기 강화, 교도소 신축, 마약 선적의 주요 지점인 공항·항만 시설 보안 강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14) 4.21에 실시한 치안 강화 조치 관련 국민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법을 제정했다. 동 기본법 발효로 ▴12개 범죄* 최대형량 인상, ▴12개 범죄** 만기 복역 의무화, ▴군·경용 무기의 미허가 소장·휴대 범죄화, ▴특정 범죄로 취득한 불법·부당 자산 몰수 등이 법제화되었다.
* ①테러, ②테러 자금 지원, ③불법 마약 제조, ④불법 마약 거래, ⑤조직범죄, ⑥살인, ⑦청부살인, ⑧인신매매, ⑨납치, ⑩불법 무기 거래, ⑪자금세탁, ⑫불법광업
** ①테러 자금 지원, ②미성년자 범죄 이용, ③납치, ④불법 마약 제조, ⑤불법광업, ⑥금지 또는 미허가 총포화약류, ⑦불법 무기 소장·휴대, ⑧갈취, ⑨언더커버·정보원·증인·보호인물·보호사법공무원 정보 유출, ⑩청탁, ⑪부당한 영향력 행사, ⑫명의도용

그뿐만이 아니다.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치안의 군사화를 추진함으로써 범죄율을 줄인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의 강경노선을 모방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1기 정부(2019-2024) 동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찰력을 증가할 뿐 아니라 형량을 강화하고 수사 및 체포, 수감과정에서 지켜야 할 법적 절차들을 완화했다.15) 현재 노보아 대통령도 ▴경찰과 군대의 무기와 장비 증강, ▴선상 교도소 건설 등의 정책으로 부켈레 대통령과 비슷한 강경 진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미국·유럽발 마약 수요가 범죄조직의 세력을 뒷받침해주고 있어 이것이 과연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폭력과 범죄에 휩싸여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공포감이 점점 더 많은 에콰도르인들을 국경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사상 최연소, 그리고 임기 18개월의 첫 보궐 선거 대통령이라는 이색적인 타이틀을 지닌 노보아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는 대부분 단기간에 해결이 힘든 문제이다. 노보아 대통령이 과연 짧은 임기 동안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게 될지, 그리고 이를 통해 연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15) ▴1만 명의 군과 경찰 배치, ▴최대 4만 명 수용이 가능한 초대형 테러범수용센터 건립, ▴28차례 비상사태 연장, ▴비상사태 기간 체포·수색영장 없이 구금 및 임의 수색 가능 등을 실시했다.

참고문헌

1987년생 세계 최연소 정상…취임 직후 마약과 전쟁 선포(조선일보, 2023.12.04.)
2023 마약류범죄백서(대검찰청, 2024.7.19.)
갈라파고스 품은 평화로운 나라는 왜 ‘마약지옥’이 됐나(한겨레, 2024.07.14.)
드론·무인 잠수정·코인…신기술로 커진 악마, 돈을 빨아들인다(조선일보, 2023.02.24.)
또 국제 카르텔 배달 사고?…부산신항 화물선에서 대량의 코카인(연합뉴스, 2024.8.16.)
살인·마약밀매 도구…갱단 인프라 돼버린 중남미 교도소(연합뉴스, 2024.02.22.)
생방송 중 갱단 쳐들어왔다…“이 나라 떠나야” 지옥이 된 낙원(중앙일보, 2024.01.11.)
[이슈트렌드] 에콰도르, 갱단 두목 행방불명 이후 비상사태 선포(EMERiCs, 2024.01.19.)
평화롭던 갈라파고스의 나라... 에콰도르, 갱단 소굴 됐다(조선일보, 2024.01.11.)
평화의 나라였던 에콰도르, 어쩌다 ‘무법천지’ 됐나(헤럴드경제, 2024.01.11.)
호텔 뺨치네...에콰도르 교도소서 호화판 VIP 라운지 발견 [여기는 남미](서울신문, 2024.01.30.)
67 muertes violentas ocurrieron en las cárceles de Ecuador en 2023, según el SNAI(2024.3.14.)
Ecuador’s April 2024 Plebiscite on Security Measures: Implications for Congress(CRS, 2024.4.18.)
Ecuador Faces a Tangled Web in Its War on Gangs(CSIS, 2024.1.19.)
Game Changers 2023: Ecuador Loses Its Grip on Crime(Insight Crime, 2024.1.4.)
How Ecuador went from an ‘island of peace’ to one of the world’s most violent countries(The Conversation, 2024.1.17.)
InSight Crime's 2023 Homicide Round-Up(Insight Crime, 2024.2.21.)
In the Eye of the Storm: Ecuador’s Compounding Crises(CSIS, 2024.4.24.)
Quienes son los lobos, una de las poderosas bandas criminales que controla el negocio del narcotrafico en Ecuador(Infobae, 2024.1.9.)
Las incautaciones de drogas subieron 38% en medio de la guerra interna en Ecuador(Primicias, 2024.5.20.)
Tracking Transatlantic Drug Flows(CSIS, 2023.9.19.)
World Drug Report 2022(UNODC,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