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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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민주주의 현황과 도전과제
라틴아메리카 협력센터 이유리 연구원
들어가며

1970년대 말 중남미 각국에서 시행된 선거와 함께 1981~1983년 전 세계를 강타한 세계 경제불황은 그 당시 중남미에 만연해 있던 군부 권위주의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1980년대 초반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중남미는 군부통치에서 점차 벗어났다. 그러나 현재 다수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남미에는 민주주의부터 권위주의까지 여러 형태의 정부가 혼재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중남미는 글로벌 사우스 중 선도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 몇 년간 권위주의 체제가 확산되면서 민주주의가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본고는 다양한 보고서, 지수 및 언론 보도 자료 등을 바탕으로 중남미 민주주의 현황과 도전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전 세계적 민주주의 약화 동향과 중남미 민주주의 현황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EIU는 매년 전 세계 167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하는데, 금년도 보고서는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What’s wrong with representative democracy?)’ 부제 하에 전 세계적 민주주의 퇴보를 조망하고 있다. 2024년 민주주의 지수 세계 평균은 5.17을 기록하였으며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그래프1. 참고) 그 주된 이유로는 ▴경제 침체, ▴정부 신뢰도 하락, ▴불평등 및 양극화 심화 등으로 분석된다.

※ 민주주의 지수: EIU가 매년 167개국을 대상으로 5개 항목(▴선거 절차의 다원성, ▴정부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시민 자유)을 평가해 민주주의의 발전 수준을 평가. 각 항목을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평균을 내는 방식이며 각 나라는 평점에 따라 완전한 민주주의, 결함있는 민주주의, 혼합된 체제, 권위주의 체제 등의 4가지로 분류

중남미 또한 민주주의 지수 평균이 하락(5.68(2023) → 5.61(2024))하였다. 다만, 과거 대비 하락 폭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선거 절차의 다원성, ▴시민 자유, ▴정치 참여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세계 평균 이상을 웃돌아(표1., 표2. 참고) 북미와 서유럽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지역 민주주의 지수를 기록하였다.

* 2019년: 6.13(▼0.11), 2020년: 6.09(▼0.04), 2021년: 5.83(▼0.26), 2022년: 5.79(▼0.04), 2023년:5.68(▼0.11)


*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뉴질랜드 및 그 부근의 남태평양 제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오세아니아의 서남부를 뜻함.

< 표2. 2024년 중남미 민주주의 지수 및 정부 형태 >
자료: EIU

이와 함께 민주주의에 대한 중남미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되었다. 라티노바로메트로(Latinobarómetr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중남미 민주주의 선호도는 2024년 전년 대비 4% 포인트 상승하였다(그래프2. 참고). 조사 대상국 중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에서 다른 정부 형태 대비 민주주의 선호도가 상승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특히, 멕시코(▲14), 아르헨티나(▲13)에서는 10% 포인트 이상이 증가하였고, 파나마(▲8), 도미니카공화국(▲7), 코스타리카(▲7)에서도 높은 상승세가 관찰됐다. 이러한 민주주의 선호도 상승에는 중남미 지역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따른 경제 침체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상황에서 현 정부에 거는 경제적 기대와 미래 성장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 그래프2. 중남미 민주주의 선호도 변화(1995-2024) >

중남미 민주주의 도전과제⓵, 역내 권위주의 체제 강화

중남미 민주주의가 글로벌 사우스 내에서 선도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온 한편, 동시에 역내 권위주의 체제가 확산되면서 민주주의 공고화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남미·카리브 지역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국가들은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4개국이다(표2. 참고).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아이티는 ‘비자유국’으로 분류되었으며 지난 10년간 이들 국가에서의 자유도는 상당 수준 하락했다.


쿠바는 1959년 혁명 이후 일당 체제가 이어지고 있으며 아이티는 조브넬 모이즈(Jovenel Moïse) 대통령 암살(2021.7월) 이후 지속된 정치 공백과 반정부 시위, 무장갱단 폭동 등으로 국가 운영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이다. 아이티는 국제사회 지원을 바탕으로 치안을 개선하고 과도위원회를 설립하여 국정 회복 및 선거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상황 개선은 요원한 상태이다.

산디니스타 운동(Sandinista Movimiento)을 바탕으로 소모사(Somoza) 독재 정권(1937-1979)을 타도했던 니카라과는 다니엘 오르테가(Daniel Ortega) 대통령이 2007년 재집권한 이후 정권 교체 없이* 사실상 권위주의 체제로 이행한 상황이다. 특히, 2021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니카라과인 26%만이 공정했다고 응답(반데빌트대학, Vanderbilt University)1)했고, 중남미 국가 및 미국과 EU 등 세계 각국이 니카라과 대선 과정 및 오르테가 대통령의 연임에 대해 비판하였다. 니카라과에서는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인권탄압 및 유린, 종교계 탄압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국제사회 제재에 따른 경제 성장 위축 등의 문제와 함께 반정부 시위도 지속 발생하며 사회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 2022년 4연임이자 통산 5선 대통령,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는 헌법 부분 개정 최종 비준 및 1.30자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제출한 대통령 임기 연장 발의안이 통과됨으로써 2027.11월 대통령 선거가 진행될 예정(El país, 25.01.30.)
1) (Los Angeles Times, 2021.11.08.) “Nicaragua’s Daniel Ortega decries those who question his reelection”

작년 7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 베네수엘라는 대선을 앞두고 2023년 10월, 여야가 바베이도스 합의문(Barbados Agreement)*에 서명하였지만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María Corina Machado) 후보의 선거 출마 금지, ▴국제 선거참관단 불허 등 선거 과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었고 2024.7월 대선 이후 결과 조작, 야권 에드문도 곤잘레스(Edmundo González) 후보 승리 주장 등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었다. 2024년 8월 親 정부 성향의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선거 상세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채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대통령의 대선 승리 확정 판결을 내렸으며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마두로 3기 정부가 출범하였다.

* 베네수엘라 여야는 2024년 공정하고 자유로운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으며, 동 합의에서 마두로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법 절차에 따르고 대통령 선거 참여를 위해 요구되는 사항을 준수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모두 대선 출마를 허용한다고 약속함(한겨레, 23.10.18.).
※ 베네수엘라 법원은 야당 대선 후보인 마차도에게 반정부 활동과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 지지를 이유로 공직 수행 자격을 15년간 박탈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음(El país, 24.01.26.).

중남미 민주주의 도전과제②, 권력 집중을 통한 통제형 리더십 등장

한편, 중남미 일부 국가의 민주주의 체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은 엘살바도르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치안 불안을 해결함으로써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2024년 2월 압도적인 득표율(84.65%)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통령 연임 불가를 규정한 헌법의 개정 없이 유권해석을 통해 출마 자격을 얻었기에 일각에서 위헌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부켈레 대통령의 입법·사법·행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된 가운데 강력한 치안 정책 하에서의 인권 탄압 논란도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2)이며, 2019년 부켈레 대통령 취임 이후 2024년까지 엘살바도르의 민주주의 지수는 24계단이나 하락하였다.

2) (EMERiCs, 2022.12.30.) “[이슈트렌드] 엘살바도르, 강력한 치안 대책에 인권 침해 우려 확산”
* 입법부: 2021년 2월 총선에서 엘살바도르 여당(Nuevas Ideas)이 84석 중 56석을 확보하면서 다수당의 입지 확보3), 사법부: 2021년 5월 부켈레 대통령, 대법원 헌법 재판부 재판관 경질 및 친정부 인사로 교체4)
3) (El país, 2021.03.01.) “Nayib Bukele consolida su poder con una victoria sin precedentes en El Salvador”
4) (BBC, 2021.05.02.) “El Salvador: la nueva Asamblea Legislativa, afín a Bukele, destituye a los jueces del Constitucional y al fiscal general”
※ 엘살바도르 살인율 추이: 인구 10만 명당 106.3명(2019) → 2.4명(2023)(엘살바도르 경찰청)

최근 치안이 급격히 악화된 에콰도르의 경우도 ‘안전한 국가’를 천명한 다니엘 노보아(Daniel Noboa) 現 대통령이 군을 통한 치안 확보, 국가 비상사태 선포 등 엘살바도르의 강력한 치안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바, 치안 확보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유 제한 등 민주주의 약화 사례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에콰도르는 북미와 유럽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마약 환승 국가로 전락하며 치안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 2023년 에콰도르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44.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함(Insight Crime).

중남미 민주주의 도전과제③, 비민주적 정부 체제에 대한 시민의 의견 변화

라티노바로메트로가 1995년부터 2024년간 시행한 중남미 시민들의 민주주의 선호도 조사 결과 추이를 보면, 처음 조사를 하던 당시에는 60% 안팎의 시민들이 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였지만, 2011년부터 지지도가 하락하기 시작하여 2018년에는 40%대로 떨어졌다. 반면, 어떤 정치 체제든지 상관없다는 응답이 2020년 들어 20% 후반까지 상승하였다. 아울러, 동 보고서의 ‘권위주의에 대한 입장(Actitudes hacia el Autoritarismo)’ 파트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 이상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비민주적 리더십의 집권도 상관없다’라고 답했다(그래프6. 참고). 이는 시민들이 정치적 이념 추구보다는 ▴치안 개선, ▴부정부패 척결, ▴경제 회복을 위해 즉각적이고 개인의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는 체제에 반응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 그래프6. 중남미 내 비민주적 정부 집권 관련 의견 변화(2002-2024) >
자료: Latinobarómetro
마무리

중남미는 군부독재, 포퓰리즘,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경제 저성장, 불평등, 치안 악화 등 삶의 질 악화, ▴정부와 시민 간 소통 부재, ▴기득권의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면서 중남미 민주주의가 도전을 받고 있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 확대, 진영에 따른 역내 대립 심화와 맞물려 역내외 도전과제 대응을 위한 협력 또한 약화시키고 있다. 중남미 각 국 정부는 민생 문제 해결을 통한 국민들의 신뢰 회복, 시민사회와의 소통 강화, 권위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역내 협력 강화에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문헌]

[전문가오피니언] 니카라과 반정부 시위, 오르테가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8.10.17.)
[이슈트렌드] 니카라과 대선, 독재 만연한 중남미의 단면(EMERiCs, 2021.11.12.)
라틴아메리카의 어제와 오늘(임상래, 이종득 외 3명, 2011)
라틴아메리카의 전환-변화와 갈등(상)(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엮음, 2012)
베네수엘라 여야 “내년 공정한 대선” 합의…미국 제재 완화될 듯(한겨레, 2023.10.18.)
중남미 내 좌파정부 확산에 따른 정치·경제 환경 변화와 시사점(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3.03.02.)
Bukele logra un aplastante triunfo en las elecciones presidenciales de El Salvador y consolida su poder total(BBC Mundo, 2024.02.05.)
Cinco tendencias de desarrollo en América Latina y el Caribe para 2025(UNDP, 2025.01.16)
EIU world democracy index(EIU, 2025.02)
El retorno a la democracia en América Latina: ¿mito o realidad?(Nueva Sociedad 46, 1980.01-02)
FREEDOM IN THE WORLD 2025(Freedom House, 2025.02)
Informe Latinobarómetro 2024: La Democracia Resiliente(Latinobarómetro, 2024)
Nicaragua's Ortega set to win election that U.S. blasts as 'pantomime'(Reuters, 2021.11.08.)
Riesgo Político América Latina 2025(Centro de Estudios Internacionales UC, 2025.02)
Violencia, corrupción y polarización: los desafíos críticos que marcarán América Latina en 2025(EFE Noticias, 202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