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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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를 통한 치안 외교 첫걸음, 중남미 치안 협력 사업
경찰청 국제협력사업계 김혜연 경장
1. 추진 배경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3개국은 중미 지역 내 소위 ‘북부 삼각지대(Northern Triangle)’에 해당하는 국가로, 갱단·마약 관련 범죄와 폭력 범죄로 인한 치안 불안이라는 만성적 사회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11월 과테말라, 2012년 4월 온두라스, 같은 해 12월 엘살바도르 정부가 순차적으로 치안 환경 개선 사업 지원을 요청하여 ▴경찰교육시스템 개선(과테말라), ▴CCTV 시스템 및 역량강화센터 구축(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이 추진되었다. 이에 본 기고문에서는 경찰청이 중미 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각 치안 협력 사업과 후속 사업을 소개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2. 사업 내용
1) 온두라스 치안 역량 강화 사업



온두라스는 치안 불안을 개선하고자 지속적으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재원이 부족하여 치안 분야의 대외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2010년 6월 파나마 시티에서 열린 한-SICA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온두라스 로보(Lobo) 대통령과의 개별 정상회담에서 온두라스의 인프라, 교육 및 치안 문제 해결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당시 온두라스 경찰청은 중앙관제센터를 구축하고 CCTV를 설치·운영하고 있었으나, CCTV 카메라의 수량이 부족하고, 특히 사업요청 대상지인 벨렌(Belén) 지역은 범죄율이 가장 높아 치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수원기관에서는 우리 정부의 풍부한 치안 강화 경험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CCTV 시스템을 강화하여 범죄율이 가장 높은 벨렌 지역 치안을 개선하고자 노력하였으며, 보다 효율적으로 CCTV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한국의 CCTV 운영 기술 및 선진 치안 기법 전수를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 경찰청은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해 2012년 7월 1차 사전조사단을 파견하였고, 추가적으로 관제센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2013년 4월 건축전문가를 포함한 2차 사전조사단을 파견한 후, 같은 해 10월 협의의사록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였다.



2) 엘살바도르 2차 치안 역량 강화 사업



엘살바도르는 현재 정부가 ‘범죄예방 및 범죄억제를 위한 치안 안정화 방안’을 필두로 다각적인 치안 안정 노력을 추진 중이나, 현재까지도 대다수 국민이 범죄 척결 및 치안 안정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생각할 정도로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2012년 당시에는 세계에서 살인율이 네 번째로 높은 국가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으나, 정부 차원의 치안 강화 노력으로 한국 정부의 원조를 받아 2010년 ‘엘살바도르 1차 치안 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경찰청(PNC) 산하 911센터에 CCTV 방범시스템을 구축하였다. 1차 사업을 통해 방범시스템 운영과 범죄예방 효과를 경험한 엘살바도르는, 주로 단순 실시간 CCTV 모니터링에 그쳤던 1차 사업과 달리, 차량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해 범죄·수배차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보다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기술운영을 확대한 2차 사업을 요청하였다.

2차 사업은 차량자동인식시스템(LPR) 및 해당 시스템을 사용한 CCTV 운영 기술 및 선진 치안 기법의 전수가 엘살바도르 측의 주요 요청 내용이었기에, 우리 경찰청은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해 2013년 2월 1차 사전조사단 파견(LPR CCTV 카메라 설치 방법 등 사업 내용 일부 조정), 2014년 8월 2차 사전조사단을 추가 파견(CCTV 역량강화센터 구축 방안 등 포함)하였으며, 같은 해 10월 협의의사록이 체결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되었다.



3) 과테말라 경찰교육시스템 개선 사업



과테말라의 알바로 콜롬(Álvaro Colom) 정부(2008~2012년)는 증가하는 치안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경찰 차량의 위치를 조회·추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경찰 시스템 과학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차량 탑재용 정보조회 시스템을 추가 도입하고자 했으나 기술력 부족으로 도입이 여의치 않자 2010년 9월 KOICA 현지 사무소를 통해 차량 탑재용 정보조회기 설치 협조를 요청하였다. 이후 2012년 1월 취임한 오토 페레즈(Otto Pérez) 대통령 역시 경찰 개혁, 조직범죄 척결, 마약 퇴치 등 국가 치안 강화를 주된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취임 후 경찰의 과학화를 기반으로 한 치안 강화를 목표로 현대화된 경찰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하였다.

이러한 배경 하에 우리 경찰청은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해 2012년 3월 1차 사전조사단을 파견하여 ‘휴대용 조회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2014년 4월 2차 사전조사단이 수원국 내무부를 방문하여 전체 사업 범위를 재검토한바, ①인터넷망을 이용하는 ITP(Integral Technological Platform) 시스템을 통해 수배자, 수배차량, 운전면허 등의 정보를 해당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조회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②현장근무 경찰관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1,200개가 시범적으로 지급되었으며, ③순찰차량에도 SIM칩을 탑재한 태블릿 PC가 설치된 상황임을 확인하였다.

뿐만 아니라, 과테말라는 이미 자체 예산 또는 여러 국제기구 및 공여기관 등을 통해 정보화시스템 구축 및 CCTV 관제(차량번호 인식 포함) 확대 등 다양한 IT 치안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이를 확대·발전시킬 계획이었던바, 당초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많은 부분에서 중복될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따라, 과테말라는 사업 과업을 IT 치안 시스템 구축 대신 ‘경찰교육시스템 개선사업’으로 변경하였다. 이는 과테말라 경찰의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나 운영이 부실하다는 점에서 한국 경찰이 가지고 있는 강점인 체계적 교육과 과학수사·IT 기술에 대한 운영 경험 등을 전수받아 치안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과테말라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에 우리 경찰청은 세부 사업 내용을 확정하기 위해 2014년 7월 실시협의 조사단을 파견하였다. 조사단은 내무부 및 경찰청과 건축 규모 및 교육 범위 등 협의의사록 체결을 위한 모든 제반사항을 면밀히 협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MoM에 서명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였다.

3. 주요 성과
가. 온두라스

2018년 11월 산타로사데 꼬판(Santa Rosa de Copán)에서 에르난데스(Hernández)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응처(SNE 911) 서부지역 긴급대응관제센터 준공식이 개최되었다. 우리 사업으로 건축한 그라시아스(Gracias) 온두라스 911센터가 전국망 구축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온두라스 정부는 911센터를 기반으로 뗄라(Tela), 촐루떼까(Choluteca), 꼬마야과(Comayagua), 로아딴(Roatán)에 차기 SNE 911 관제센터를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동 사업을 통해 설치된 우리의 관제센터 시스템, GPS 등이 우수성을 입증받아 대한민국 치안 장비 기업의 현지 사업 진출 확대 발판이 되기도 하였다.

이후 온두라스 경찰청(수사국, DPI)은 2019년 2월 수도 테구시갈파(Tegucigalpa) 및 인근 테우파센티(Teupasenti) 지역에서 차량 강‧절도 조직범죄단원 5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하였는데, 이와 관련 온두라스 경찰 관계자는 한국 경찰이 전수해 준 CCTV 영상 분석기술 및 추적 수사 기법을 활용해 용의차량 및 용의자를 특정하고 차량 동선을 파악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며 한국 경찰의 지원에 사의를 표명하였다.


나. 엘살바도르

엘살바도르에서 시행한 2차 치안 역량 강화 사업은 엘살바도르 경찰의 CCTV 수사 역량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2017년 4월,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 후 피의자 차량을 이용해 사체를 유기한 피의자가 잠적한 사건에서, 우리가 설치한 CCTV를 활용하여 사체 유기 시간대 용의자 차량을 특정해 용의자를 검거했으며, 2019년 10월에는 피해자 자택에서 임금인상 요구를 거부하는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피해자 소유 차량을 절취해 도주한 피의자를 CCTV 수사를 통해 차량을 확인하고 추적해 검거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아울러, 사업의 일환으로 리모델링 한 엘살바도르 경찰 CCTV 교육센터는 경찰청 범죄생활국의 첫 교육시설로, 911센터 운영요원 양성을 위해 관련 시스템이 설치된 컴퓨터 및 강의실로 구성되었다. 2차 사업 종료 후에도 동 교육센터는 후속 사업인 3차 사업을 위한 교육 장소로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엘살바도르 경찰 역량 강화를 위해 자체 연간 계획 수립, 센터장 및 관리요원 지정, 활용 통계 관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찰청이 범죄예방을 담당하고 있는 범죄생활국이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본 교육 토대를 마련해준 것으로 평가된다.


다. 과테말라

과테말라 경찰청(교육국)은 현직 경찰관의 직무교육을 위해 신임 경찰 교육기관(APNC) 건물에서 비정기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오고 있었으나, 앞서 소개한 경찰교육시스템 개선 사업을 통해 직무교육만을 위한 경찰직무전문교육원(EEPOL)을 건축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경찰관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경찰직무교육센터를 활용해 인근 국가 간 치안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교육과정을 설계·추진함으로써 중미 경찰교육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과테말라는 사건 현장에서의 증거를 보존, 채취, 분석하는 과학수사 영역의 업무를 주로 검찰(MP) 또는 국과수(INACIF)에서 담당하고, 경찰은 단순히 현장 보존 등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 사업을 통해 경찰 직무교육센터를 건축하고, 과학수사 실습실, 범죄현장 재현공간을 마련, 과학수사 기자재를 구매하여 사건 현장을 가장 먼저 접하는 경찰관들의 과학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라. 한-중미통합체제(SICA) 치안 협력 컨퍼런스

중남미 국가들은 지리적으로 밀접해 있어 범죄유형이 비슷하고 도주가 용이하다. 그리고 최근 국제성 범죄가 증가하고 유형이 다양화됨에 따라 국가간 치안 협력은 필수적이고, 이들에게 치안 안정은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고려하여, 한-SICA 치안 협력 컨퍼런스 및 고위급 면담을 함께 진행하여 협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SICA 회원국들과 대한민국 간 협력 방안 및 치안 현황·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치안 협력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중미 3국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우리 치안 협력 사업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지원에 감사를 표하는 등 국격 제고와 외교 협력 성과를 이끌어냈다. 2018년 11월 온두라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한국형 CCTV 센터 완공식에 참석하여 치안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협력과 지원에 깊은 사의를 표했으며, 2021년 9월 과테말라 잠마테이(Giammattei) 대통령 대신 경찰직무교육센터 완공식에 참석한 헨드리(Gendry) 내무부장관은 경찰부 지휘부를 모두 참석하게 하여 한국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감사패 및 은십자 훈장을 전달하였다. 또한 2019년 6월, 엘살바도르 부켈레(Bukele)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한국 특사단에게 한국 치안 사업이 본국 치안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며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명하였다.

4. 후속 사업

우리 경찰청은 앞서 소개한 중미 3국 치안 역량 강화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후속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3차 치안 역량 강화 사업 / 2019~2024년, 550만 달러>
중미 3국 치안 역량 강화 사업의 일환이었던 엘살바도르 2차 치안 역량 강화 사업의 후속으로, 2017년 엘살바도르 정부의 요청에 따라 엘살바도르 3차 치안 역량 강화 사업을 발굴하여 2018년 예비조사 이후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수행하였다. 산살바도르(San Salvador) 22개소에 56대의 차량번호인식·이동식 카메라를 설치하여 CCTV 시스템을 구축하고, 엘살바도르 경찰청 911센터 내부를 리모델링하여 기자재를 제공하였다. 또한 여성대상범죄수사, 범죄예방·현장조치, 긴급신고, 교수기법 등 4개 분야에 대한 전문가 파견과 초청 연수를 통해 엘살바도르 경찰관의 역량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과테말라 고등교육원 구축 사업 / 2024~2029년, 800만 달러>
중미 3국 치안 역량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과테말라 직무교육원 구축 사업 이후, 과테말라 정부는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해 전문교육을 받은 우수 교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2022년 후속 사업을 요청, KOICA 현지 사무소를 통해 후속 사업이 발굴되었다. 동 사업은 경찰고등교육원 건물 신축 및 관련 교육 기자재 제공, 과학수사·사이버수사 등 교수요원 양성 및 경찰고등교육 전략·커리큘럼 수립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해 2022년 11월 1차 사전조사단을 파견하였고, 세부 과업 논의를 위하여 2024년 3월 2차 사전조사단 파견 후 현재 협의의사록 체결을 앞두고 있다.

<페루 ICT 활용 사이버수사 역량 강화 사업 / 2024~2028년, 610만 달러 >
치안 협력 사업의 대상을 남미로 넓혀, ODA 중점협력국인 페루 대상 ICT 활용 사이버수사 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찰청은 KOICA 정부 부처 제안사업을 제출하여 2022년 10월 1차 사전조사단 파견 및 2023년 9월 2차 사전조사단 파견 후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사업 착수를 앞두고 있다. 동 사업은 페루 경찰청 소속 사이버수사관 및 증거 감정·분석관을 주 대상으로 하며, ▴디지털포렌식 랩 구축 및 ▴디지털포렌식·사이버수사 기자재 지원, ▴사이버수사 분야에 대한 전문가 파견과 초청 연수를 통한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 향후 계획

끝으로 ▴마약, 전화금융사기 등 초국경 범죄 ▴도피 사범과 재외국민 사건‧사고 등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우리 경찰청은 치안 협력 ODA 사업을 통해 재외국민 보호 등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특히, 재외국민 보호‧도피 사범 송환 등 치안 협력 필요성이 높은 국가를 중점대상국으로 선정하여 선진 치안 시스템 전수 및 신규 ODA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정부 정책 부합 및 사업심사에 경쟁력 있는 분야 신규사업(사이버수사‧통합시스템 등)을 발굴‧추진하여 재외국민 보호 및 초국경 범죄 대응 등 성과 도출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치안 협력 사업을 통해 우리 경찰의 우수한 치안 장비를 적극 홍보하고, 해외 각국 경찰기관에서 치안 장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민관협업을 통해 국민과 국익을 위한 연계 성과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제협력 네트워크 활용, 협력 사업 다각화 등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