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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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은 주로 관세를 통한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과 관련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을 보면 우선 캐나다, 중국과 함께 멕시코에 이민과 펜타닐 유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1)’을 통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멕시코 셰인바움 정부는 적절한 대응을 통해 USMCA 조건에 부합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부과 예외를 얻어냈다. 현재 멕시코의 대미 수출의 약 50%가 USMCA 조건에 부합되고 있고, 앞으로 40% 정도가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IEEPA에 따른 관세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에 부과되는 25% 품목별 관세이다.2) 멕시코의 미국 수출에서 관련 품목의 수출 비중이 16%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의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품목별 관세는 미국의 재산업화 정책에 따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을 통한 인하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하지만 멕시코의 대미 자동차 수출 대부분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 및 부품 관세와 관련해 미국산 함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1)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 외교정책, 또는 경제에 대한 ‘특이하고 비상한 위협’이 외국에서 발생했다고 판단할 경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국과의 무역 및 금융 거래를 포함한 경제 활동을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연방법
2) 트럼프 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25%가 기대만큼 결과를 얻지 못하자 6월 4일부터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게다가 멕시코에는 기준관세와 상호관세도 부과되지 않았다. 전반적인 관세만 놓고 보면 멕시코는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멕시코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를 자국 경제 재산업화의 기회로 활용해 국내기업을 육성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멕시코를 중국보다 더 싸고,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제조업 생산기지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편, 상호관세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도 상대적으로 낮게 부과되었다. 중국 기업들의 우회 수출 기지로 많이 활용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강한 동남아 국가들에는 대체적으로 30%가 넘는 고관세가 부과된 반면, 가이아나 38%, 니카라과 19%, 베네수엘라 15%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에는 기준관세 10%만 부과되었다. 이런 사실들만 보면 트럼프 정부의 관세는 중남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특히 교역액이 GDP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수출의 약 80%가 미국으로 가는 멕시코의 경우,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의 가능성은 멕시코 성장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중남미에서 중국의 존재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 견제도 멕시코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실 최근 멕시코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한 우회 수출 기지로서, 또 니어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 등의 흐름 속에서 급증하는 추세였다. 알려진 투자액도 적지 않지만 드러나지 않는 투자액은 훨씬 큰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 들어서 이러한 중국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셰인바움 정부는 중국 투자 감시기구를 설치하는 등 사실상 중국 투자를 억제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중국의 멕시코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멕시코가 중국을 대신해 북미의 제조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멕시코는 중국을 대신해 제조업에 투자해 줄 나라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나라가 그러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면 양국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상호관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가 부과된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도 일단 안도감과 함께 상대적 ‘승자’로서의 기대감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관세에서의 상대적 유리함보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축과 그로 인한 1차 산품 수요 감소는 오히려 더 큰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 정부 들어서 보다 강화된 중남미 내 중국 존재에 대한 견제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 전략은 현실주의 세력균형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와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후자가 외교적 협의를 중시했다면 전자는 거친 비즈니스 거래 방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실현 방법이 다를 뿐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정책은 크게 보면 유럽과 중동에서는 발을 빼고3),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지역 패권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미주에서는 자신의 영향력을 보다 공고히 하는 것이다.
3) MAGA의 고립주의 요구를 반영해 유럽과 중동에서 발을 빼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트럼프는 그와 친밀한 유대인 변호사이자 부동산 투자자인 윗코프(Witkoff)를 중동 특사로 보내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했으나 결국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트럼프는 MAGA를 의식해 ‘제한적 공격’임을 강조하고 있고, 6월 25일 현재 이스라엘과 이란은 ‘24시간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중남미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냉전 종식 이후 안보 위협이 사라진 중남미에서 미국은 이민과 마약 문제를 제외하고 이 지역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중국의 중남미 진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동 지역 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보지 않았다. 실제로 남미 일부 국가들의 제1 교역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투자나 대출 등에서 중국의 비중은 미국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중남미 100대 기업 중 외국계 다국적 기업이 총 30개 있는데, 이중 미국계가 14개인 것에 비해 중국계 기업은 아직 하나도 없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2기 들어서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첫째로 미 자유주의 패권 전략을 옹호하는 개입주의 성향의 쿠바계 후손 마르코 루비오가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는 미국이 유럽이나 중동에서는 개입을 억제하지만 중남미에서는 오히려 개입을 강화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미주 지역에 미국 외교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는 ‘아메리카로 회귀(Pivot toward the Americas)’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19세기와 20세기 초까지 고립주의 전략을 취할 때 미국은 먼로주의를 통해 아메리카에 대한 외부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 하고자 했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결국 아메리카 대륙의 고립주의인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고립주의 심화는 역설적으로 아메리카에서 개입주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실제로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 마르코 루비오가 1월 31일 임명 후 첫 행보로 중미와 카리브 5개국(엘살바도르, 파나마,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취임식 당일 트럼프는 쿠바를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멕시코와 중미의 마약 카르텔과 폭력 조직들을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파나마 운하를 다시 되찾아 오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주 지역에서 과거 미국의 개입주의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에 더해 국무장관을 넘어 국방장관의 중남미 관여가 증가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5월 12일 중국에서 개최된 중국-CELAC(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 제4차 장관급 회담에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칠레의 보리치 대통령, 콜롬비아의 페트로 대통령이 참석한 것에 대해 “서반구에서 중국의 활동은 군사적 이점과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한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 군대가 서반구에 너무 많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고도 하면서 페루에 중국이 36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한 창카이 심해항구가 군사적 용도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4월 8일에는 웨스트 파나마 로드먼 항구(과거 미 해군 기지)에서 파나마 운하의 홍콩계 허치슨 포트社 운영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중남미에서 중국의 존재를 이제 ‘안보 위협’으로까지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전통적으로 자율 외교를 강조해 왔던 중남미 국가들의 주요 외교 전략가들은 최근 ‘능동적 비동맹(Active Non-Alignment, 스페인어로 No Alineamiento Activo, 이하 NAA)’ 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NAA의 최종 목표는 국제질서가 ‘신냉전’으로 나아감으로써 중남미가 다시 먼로주의의 굴레에 빠지거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과의 새로운 종속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NAA는 미국·중국과의 소극적 ‘등거리 외교’를 넘어 능동적으로 중남미 지역통합, 즉,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 ‘남남 협력’ 강화 등을 통한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추구한다. 중남미 국가들이 이러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역통합을 통해 행동의 자율성 공간을 우선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협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한 선제 조건으로 중남미 국가들의 ‘집합적 의지(voluntad colectiva)’는 필수이다.
하지만 중남미 국가들은 지금 가장 파편화되어 있다. 21세기 초반의 ‘핑크 타이드’가 마감되고, 2014년부터 우파 정부의 부상, 2018년부터 다시 ‘제2의 핑크 타이드’를 거친 이후, 2023년 11월 아르헨티나 밀레이 정부를 기점으로 다시 우파 정부가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중남미 국가들은 극우 친미 정권부터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반미 정부까지 이데올로기적으로 파편화되어 있다. 트럼프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 국가들 간의 연합, 구체적으로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포럼과 리더십이 필요한데, 현재 중남미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례로, 미국 이민자 추방에 대응하기 위한 온두라스 카스트로 대통령의 중남미 긴급 정상회담 요구에 멕시코 셰인바움 대통령은 불참을 명확히 했고, 콜롬비아의 페트로 대통령만이 참석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결국 그 시도는 무산되었다. 국가 주권과 관련된 파나마 운하 문제에 대해서도 중남미 국가들은 일치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개최된 CELAC-중국 장관급 회담에도 중남미 일부 국가 대통령만 참석했다. 현 상황에서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의 개입주의 강화와 중국 견제 시도에 대해 통합적이 아니라 양자 간 거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개별국가의 상황을 보면 수출의 거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의 투자 비중도 크지 않은 멕시코의 경우, 좌파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밖에 없다.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중국 투자도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총 수출의 약 30%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고 중국의 투자도 많은 브라질의 경우 BRICS를 통해 중국과 지정학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미국과 브라질의 관계는 앞으로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룰라 대통령은 CELAC을 강화하고 다자주의를 추구함으로써 미-중 양국과의 협력을 지속하고자 할 것이다. 실제로 룰라는 최근 중국에서 개최된 CELAC-중국 장관급 회담 계기로 중국으로부터 50억 달러 투자 약속을 얻어냈다. 물론 2차 세계대전 때에도 그랬듯이 브라질은 결국 미국 편에 설 수밖에 없겠지만 브라질은 미-중 갈등을 활용해 최대의 이익을 얻고자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념적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은 유세 때 집권 후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취임 후, 중국은 ‘매우 흥미로운 사업 파트너’로서 아르헨티나 경제 재건을 위해 필요한 존재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리고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단 중 하나로 2009년 중국과 맺은 5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갱신함으로써 미국을 당혹케 했다. 밀레이는 극우 친미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중남미 국가 중에서 중국계가 가장 많고, 총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34%를 차지하며, GDP 대비 중국 투자의 비중이 가장 큰 나라인 페루는 중남미 국가 중 중국과의 관계가 심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따라서 미국은 최근 창카이 항구 등의 안보 위협 문제를 거론하면서 페루에서 중국의 존재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 수출이 총 수출의 39%를 차지하고, 최근 전력 분야 등에서 중국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칠레도 중국과의 관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2023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현재 중국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에콰도르와, 최근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리튬 추출 공장 두 곳과 건설계약을 체결한 볼리비아도 중국과의 관계 심화가 예상되는 국가들이다.
결론적으로, 중남미에서 미국이 중국의 존재를 완전히 몰아내고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안보적 차원에서 위협이 되는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중국의 존재를 견제하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완화)은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당근 없이 채찍만으로 중남미 국가들을 억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트럼프의 강압적 외교는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기보다 오히려 중남미와 중국의 관계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결국 중남미에서 중국의 존재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미국은 중남미와 무역, 투자, 대출, 원조 등에서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작성일: 2025.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