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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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 중남미 PPP(Public-Private Partnerships, 민관협력)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54.5% 감소한 20억 달러 규모에 그쳤다(IJ Global Reports 기준). 그러나 거래 건수는 오히려 57% 증가해 총 11건이 성사되었다. 규모는 축소되었지만, 각국은 도로, 철도, 에너지, 상하수도, 병원 등 필수 인프라 확충을 위해 PPP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에서는 재정만으로 인프라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민간 참여 기반의 PPP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PPP를 활용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므로, 중남미 국가들은 PPP를 통해 재정적 제약을 줄이면서 인프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PPP 필요성이 커지는 중남미 시장은 자본과 경험을 갖춘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꾸준히 PPP 사업 경험과 제도적 기반을 축적해 왔다. 과거 한국의 해외 수주는 EPC1) 중심의 전통적 도급형에 의존했으나, 현재는 투자개발형2) 사업으로 전환하며 진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2024년 투자개발형 사업 수주 비중은 13.9%로 늘어났으며, 지난 60년간 중동과 아시아에 편중되었던 수주 지역도 점차 다양한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남미 시장의 경우, 2024년 기준 누적 수주 비중은 5.2%였으나, 최근 5년간은 7.1%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보다 안정적인 수주 기반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PPP를 활용한 다양한 시장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1) 발주처가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건설사는 설계·조달·시공을 수행하는 전통적 도급형 건설 사업 방식
2)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참여자가 부담하며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에 따라 나눠 수익을 내는 형태의 사업 방식
정부도 ▴공적 금융 지원 확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설립, ▴PPP 전문인력 양성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PPP 경험과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중남미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한다면, 현지 필수 인프라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을 높이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중남미는 방대한 국토와 큰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는 반면, 사회기반시설(SOC) 전반의 품질은 여전히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해 인프라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중남미 인프라 시장은 제한된 재정 여력 탓에 민간투자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며, 지난 30년간 약 7,5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인프라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동아시아·태평양보다 25% 많고, 남아시아의 2배, 유럽·중앙아시아의 3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8배에 달한다. 2020년대 초 중남미 건설시장은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약 4% 수준에 머물렀으나, 2025년에는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무역 구조 변화 속에서 중남미의 물류 인프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식품 및 원자재의 주요 수출지로서 항만과 철도가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물류 인프라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장기 수익 창출이 가능해 민간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분야로 평가된다. 이와 맞물려 2030년까지 매년 GDP의 3% 이상, 약 2.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3)된다. 이에 따라 각국은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PPP 모델을 통해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자개발은행(MDB)도 PPP 프로젝트 발굴과 재원 조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3)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중남미 핵심 과제로 꼽힘
2025년 8월 기준, 중남미에서 PPP 사업이 도입된 이후4) 금융종결(Financial Close)* 단계에 도달한 사업은 총 794건, 약 2.45조 달러 규모로 전 세계의 15%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4년간(2021~2024년) 누적 금융종결 금액이 전 세계의 22%에 달한 것은 중남미 PPP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중남미에서는 1996년 12월 31일 최초로 PPP 사업이 금융종결에 도달함(에콰도르 'Rumichaca - Guayllabamba Toll Road (400KM) PPP' 사업) (IJ Global).
* 금융종결: 모든 금융계약과 프로젝트 계약이 체결되고 선행조건이 충족되어 사업을 위한 자금 집행이 가능해지는 단계
국가별로는 브라질이 294건(1,006억 달러)으로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멕시코 129건(392억 달러), 콜롬비아 108건(330억 달러), 칠레 105건(279억 달러), 페루 69건(183억 달러)이 그 뒤를 잇는다. 분야별로는 교통 인프라가 519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 에너지·전력(93건), 사회 인프라(90건), 수력(71건) 순으로 나타난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ICT 인프라, 공항 현대화 사업 등이 유망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2024~2025년 금융종결 기준 상위 10대 PPP 프로젝트는 대부분 브라질과 콜롬비아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표적으로 브라질의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고속도로 사업(249억 달러)과 콜롬비아의 보고타 메트로 1호선 사업(222억 달러)이 있다. 또한 아래 표에서 나타나듯이 중남미 PPP 시장은 주로 대규모 교통 인프라와 공공서비스 개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 순위 | 사업명 | 국가 | 분야 | 금융종결일 | 규모 (백만불) |
|---|---|---|---|---|---|
| 1 | Via Dutra Sao Paulo - Rio de Janeiro Highway (625.8KM) | 브라질 | 교통 | 24.07.22. | 2,495 |
| 2 | Bogota Metro Line 1 (23.9KM) | 콜롬비아 | 교통 | 24.04.23. | 2,217 |
| 3 | Block CN5 BR-364 Rondonia Highway (687KM) | 브라질 | 교통 | 25.07.18. | 1,808 |
| 4 | BR-116/493/465 Governador Valadares - Rio de Janeiro Highways (727KM) PPP Additional Facility 2025 | 브라질 | 교통 | 25.02.24. | 1,267 |
| 5 | Puerto Salgar – Barrancabermeja and Sabana de Torres – Curumani Corridors (532KM) | 콜롬비아 | 교통 | 24.04.09. | 1,143 |
| 6 | Rio de Janeiro Water and Sanitation Blocs 1 and 4 PPP Bond 2024 (April) | 브라질 | 수력 | 24.04.03. | 676 |
| 7 | Conexion Norte 4G Toll Road (145KM) PPP Refinancing | 콜롬비아 | 교통 | 24.08.27. | 604 |
| 8 | Rodoanel Mario Covas Highway Northern Section (44KM) | 브라질 | 교통 | 24.02.05. | 575 |
| 9 | Rio Grande do Sul Water and Sewage System | 브라질 | 수력 | 25.03.18. | 562 |
| 10 | Rio de Janeiro Water and Sanitation Block 2 PPP Debentures 2024 | 브라질 | 수력 | 24.04.02. | 534 |
중남미 PPP 시장의 사업환경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Infrascope5) 지수가 있다. 이 지수에 따르면, 중남미 전체 평균은 46.4점(100점 기준)이며, 브라질(77.9점), 칠레(76.9점), 콜롬비아(70.3점), 우루과이(65.8점), 페루(65.2점)가 역내 PPP 선진국으로 평가된다. 특히 브라질은 양허법(1995), PPP법(2004), 신조달법(2021)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PPI(투자 파트너십 프로그램)를 통한 조정·지원 기능을 확보함으로써 지역 내 최대 PPP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칠레는 중남미 최초(1990년대 중반)로 PPP 법제화를 도입한 국가로, 최근 몇 년간의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PPP에 대한 확고한 정책적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
5) IDB와 Economist Impact가 ▴규제·제도, ▴사업 준비, ▴금융 환경, ▴리스크관리, ▴사후 성과평가 등 5개 영역을 종합해 각국의 PPP 역량을 0~100점으로 산출한 것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가별 사업환경을 비교·평가할 때 활용함.
또한 PPP 제도의 고도화를 위한 국제협력 노력도 주목된다. 2025년 미주개발은행(IDB)은 페루·브라질·칠레·콜롬비아 등 중남미 PPP 선진 시장을 대상으로 한국의 경험을 접목한 기술협력사업6)을 승인하였다. 이 사업은 ①규제 및 제도 개선, ②프로젝트 준비·구조화·금융조달 역량 강화, ③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 분석을 통해 중남미 PPP 정책·제도의 선진화와 민간 참여 확대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6) 사업명 ‘Strengthening the enabling environment for the development of efficient PPPs in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 Learning from the Korean experience’로, 2025년 5월 IDB에서 승인되었으며, 총 예산은 한국이 출연한 Korea Private Sector Development and Innovation Fund 재원 55만 달러, 집행 기간은 36개월임.
2024년 우리 기업이 중남미에서 수주한 투자개발 사업은 단 2건7)에 불과하다. 중남미 수주 실적의 증가세가 대부분 도급형 사업에 집중된 가운데, 투자개발형 사업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PPP가 지닌 장기적 부가가치를 고려할 때, 향후 우리 기업은 중남미 시장에서 PPP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7) 브라질 Ourinhos 수처리 컨세션 사업(GS건설, 계약액 3억 3,100만 달러), CESAN 하수 재이용 컨세션 사업(GS건설, 계약액 2억 8,200만 달러)
첫째, 다자개발은행(MDB)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정권 교체와 정책 변동으로 인한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중남미개발은행(CAF), 미주개발은행(IDB) 등 다자개발은행이 지원하는 사업은 국제적으로 실행 가능성과 신용도를 보증받아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특히 CABEI는 중남미 전체 PPP 집행액의 약 46%를 차지하는 핵심 금융기관이다. 한국은 2020년 CABEI 정식 회원국 가입 이후 ▴4억 달러 규모의 EDCF 협조융자, ▴3억 달러 수출입은행 전대금융, ▴5천만 달러 단일 신탁기금 등을 통해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기업은 정책금융과 MDB 자금을 전략적으로 연계해 프로젝트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 시장·정책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둘째, PPP 사업은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과 장기적인 자금 조달이 요구되므로, 발굴 및 구조화 단계에서의 제도적 지원 활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설립하였다. KIND는 단순 도급 중심의 해외 건설 구조를 넘어, 투자개발형 사업(PPP)을 통해 고부가가치 해외 건설을 선도하고 있다. 사업 발굴, 개발, 투자, 금융지원 등 전 과정을 지원하며,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능력과 민간기업의 실행 역량을 결합해 우리 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KIND, KOICA, 해외건설협회 등 국내 기관들은 시장 정보를 제공해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중남미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은 이러한 제도적 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PPP 구조와 제도를 학습·적용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선진 진출국의 경험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국가전략과 연계해 중남미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초기 입지를 확보하였다. 이후 현지 제도 환경과 ESG 수요 변화에 대응하여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인프라 등 ‘신(新) 인프라’ 중심의 소규모 프로젝트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였다. 한편, 스페인 기업은 중남미 PPP 시장에서 주요 프로젝트 오너8)로 자리매김했으며, 언어적 이점을 바탕으로 현지 이해관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풍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왔다.
8) Project Owner: 프로젝트의 자본투자와 운영을 책임지는 주체
| 기업명 | 참여규모 | 참여비중 | ||
|---|---|---|---|---|
| 금액(백만 불) | 건수 | |||
| 1 | Sacyr (스페인) | 2,996.71 | 7 | 3.20% |
| 2 | Acciona (스페인) | 677.44 | 6 | 2.74% |
| 3 | CRCC (중국) | 2,565.59 | 4 | 1.83% |
| 4 | BNDES (브라질) | 586.33 | 4 | 1.83% |
| 5 | Grupo Ortiz (스페인) | 10,609.27 | 3 | 1.37% |
선진 진출국의 사례는 중남미 현지의 구체적 수요와 각국 기업의 전략적 니즈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초기 투자를 단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분석은 중남미 시장 진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이해하고, 우리 기업이 현지 수요와 만나는 접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우리 기업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인프라 등 강점을 보유한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설계함으로써 안정적인 초기 진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중남미에서 잠재 수요와 기회를 선점하고,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다자개발은행과 정책금융을 활용해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KIND 등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사업 발굴과 구조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선진 진출국의 사례를 참고함으로써 초기 진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우리 기업은 단기적 성과를 넘어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중남미를 글로벌 PPP 시장의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육성해 지속 가능한 해외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