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전문가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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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우주 시장을 개척하는 인공위성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화두는 ‘어디서, 누구와 함께 우리의 기술을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이다. 인공위성은 기술개발과 제작, 발사, 운용과 데이터 처리까지 다양한 기술과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하는 만큼 여러 주체 간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협업 파트너와 고객을 찾아 전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위성 스타트업에게 최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는 곳은 중남미 경제의 중심인 멕시코이다. 우주 산업의 영토는 미국과 유럽을 넘어 신흥국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특히 멕시코는 광활한 영토와 지정학적 특성으로 위성 기술에 대한 잠재 수요가 큰 데다 최근 우주 분야에 대한 정책적 투자도 확대되면서 세계 우주 산업 내 주요국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세계 우주 시장에서 멕시코의 이름이 눈에 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우주청(ALCE) 출범을 주도하고 중남미 주요국 중 브라질에 이어 2번째로 아르테미스 협정에 가입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우주개발에 나서왔다. 과거 ‘플랜 멕시코(2015)’와 ‘국가 항공우주 산업 전략 계획(El Plan Nacional Estratégico de la Industria Aeroespacial, 2012)’ 등으로 시작된 우주 산업 육성 의지는 ‘국가 우주 산업 연계 계획(El Plan Nacional de Articulación del Sector Espacial, 2020)’으로 이어지며 거대한 시장 형성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 정부 또한 2030년까지 멕시코를 중남미 최초 세계 10대 항공우주 산업 중심국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등 기반을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출처: KOTRA).
멕시코의 강력한 제도적 기반과 국가적 육성 의지는 멕시코를 새로운 우주 산업의 무대로 주목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나의 예로, 2025년 상원 최종 승인 및 비준을 앞둔 ‘외기권법(Ley del Espacio Exterior)’이 있다. 외기권법은 헌법 개정을 통해 우주 활동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명시함으로써, 우주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 안정성’을 보장한다. 특히 국내외 투자 유치 및 해외 기술 이전 촉진, 민간 기업과 멕시코 기업 간의 협력 활성화를 명확한 목적으로 두고 있어,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스타트업이 멕시코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활로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검증된 산업 인프라이다. 멕시코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을 재편하고 제조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검증된 항공우주 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우주’보다는 ‘항공’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멕시코의 제조업 기술이 점차 첨단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우주 분야의 제조 역량 또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카리브 우주청(ALCE) 설립을 주도한 중남미 우주개발 주요 국가인 만큼, 중남미 전역의 우주 네트워크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여기에 미국 등 거대 우주 시장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중남미를 넘어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유리한 전략적 요충지로 볼 수 있다.
텔레픽스의 멕시코 시장 진출은 지난 202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주관한 ‘한-멕시코 항공우주 워크숍’ 참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워크숍은 멕시코와의 우주 분야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 국내 항공우주 기업들이 중남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였다. ‘한-멕시코 공동 워크숍’은 텔레픽스 설립 이래 처음으로 참석한 공식 해외 행사였고, 멕시코 우주청(AEM)과 중남미 주요국 외교부 및 우주청 주요 인사들이 함께한 국제 무대에서 텔레픽스가 보유한 인공위성 탑재체 기술과 위성영상 분석 솔루션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기회가 되었다.
이 첫 만남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졌다. 텔레픽스는 워크숍 현장에서 멕시코 우주청 및 현지 주요 우주 산업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멕시코 우주청은 텔레픽스의 기술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여, 멕시코 정부 부처 및 우주 분야의 유력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주었다. 이를 계기로 텔레픽스는 중남미 전역의 우주 산업 리더들이 집결하는 핵심 행사인 ‘중남미·카리브해 고위급 컨퍼런스(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 High Level Conference)’를 비롯해 ‘2023 Space Congress Chiapas’, ‘한-중남미 비즈니스 포럼’ 등에 연이어 초청받으며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속적인 교류와 신뢰 구축은 구체적인 비즈니스 협력으로 이어졌다. 텔레픽스는 ‘2023 Space Congress Chiapas’에서 만난 현지 공공기관장의 소개로 멕시코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우주 기업인 ‘Thrusters Unlimited’를 정식으로 소개받았다. Thrusters Unlimited는 위성 운영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텔레픽스의 인공위성 탑재체 기술과 위성영상 분석 솔루션을 기반으로 협업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다. 이에 Thrusters Unlimited와 멕시코 내 위성 사업 협력을 위하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우주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함께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또한 같은 행사에서 멕시코의 큐브위성 개발 및 지상국 서비스 스타트업인 ‘Space Zero Gravity’와도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Space Zero Gravity와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구관측 큐브위성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위성 데이터 시장을 겨냥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 위성 산업의 가장 큰 강점은 독자적인 ‘위성 체계 개발 기술력’에 있다. 우리나라는 소형 위성부터 중대형 위성에 이르기까지, 위성 본체와 탑재체를 독자적으로 설계·제작·조립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주 분야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국가 위성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운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적 신뢰도를 입증해 왔다. 이러한 탄탄한 기술적 기반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우주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는 든든한 발판이 되고 있다.
텔레픽스는 이러한 국내 위성 산업 역량을 토대로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텔레픽스의 독보적인 강점은 인공위성 산업 전주기의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텔레픽스는 자체 기술력으로 위성 광학탑재체의 핵심 부품인 반사경 제작부터 위성 탑재체 설계 및 광학계 조립·정렬, 위성 데이터 처리와 분석, 최종 소비자가 활용하는 위성영상 분석 및 활용 서비스 개발까지 위성 산업의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단지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위성 시스템과 활용 서비스 전체를 관통하는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시장의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러한 ‘수직계열화 체계’는 멕시코를 비롯한 신흥 우주 시장에서 텔레픽스의 입지를 넓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개발 및 생산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추는 것은 물론, 전 공정을 엄격하게 통제함으로써 품질을 보증할 수 있다는 점은, 예산은 제한되고 공공 목적의 수요가 높은 신흥국의 특성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장점이다. 제품 제작 기간을 단축하여 신속한 납품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텔레픽스가 수직계열화 체계로 얻은 경쟁력 중 하나이다.
한국과 멕시코의 위성 산업 협력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양국의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멕시코는 태평양, 카리브해, 코르테스해(캘리포니아만)를 동시에 접하고 있는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광대한 영해를 보유한 만큼 해양 기후 변화 대응, 불법 어업 감시, 해양 오염 추적 등 해양 관리의 효율화가 국가적 과제다.
한국은 천리안 위성 등을 운영하며 해양·환경 관측 위성 탑재체 기술과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역량을 축적해 왔다. 한국의 고정밀 위성 데이터 활용 기술을 멕시코의 해양 관리 시스템에 접목한다면, 멕시코는 실시간 해양 모니터링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공공 영역에서의 재난 대응뿐만 아니라, 해상 물류 최적화, 수산 자원 관리 등 민간 비즈니스 모델로의 확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
멕시코는 자동차, 항공우주 등 전통적인 정밀 제조업 분야에서 탄탄한 기반과 숙련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위성 및 고성능 탑재체 설계·제작과 소프트웨어 기술에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위성 산업에서 수십, 수백 개의 소형 위성을 군집 운용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위성 탑재체의 양산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되었다. 한국의 탑재체 기술을 멕시코의 우수한 제조업 인프라 및 부품 생산 능력과 결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위성 탑재체 및 부품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상생 협력이 가능하다.
멕시코는 정부 차원의 투자로 우주 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며 높은 신뢰를 요구하는 만큼, 이와 같은 협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우주·위성 분야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대한민국과 멕시코가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며 우주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