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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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CA 공동 검토 동향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전윤식 수석연구원
북미 통상 질서의 새로운 분기점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소하지만 한국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의 공동 검토가 다가오고 있다. USMCA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기존 NAFTA(북미자유협정)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한 협정으로 북미 지역의 무역, 투자, 공급망 등을 규율하는 핵심 제도로 기능해 왔다. 한국은 USMCA 당사국은 아니지만 북미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거나 북미 기업에 부품과 소재 등을 공급하는 기업이 USMCA의 영향을 실질적으로 받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 비용과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동 검토는 단순히 3국 간의 통상 현안에 그치지 않는다. 검토 결과에 따라 북미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원산지 관리, 투자, 중장기 사업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진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USMCA 공동 검토의 제도적 배경

USMCA는 2018년 타결되어 2020년 7월 1일 발효됐다. USMCA 제34.7조는 발효 6년이 되는 2026년 7월 1일 당사국이 협정 운영에 대한 첫 공동 검토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국은 협정의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각국이 제안한 조치를 검토한다. 당사국이 모두 동의할 경우 2042년까지 협정이 연장되며, 올해 합의를 못한다면 현행 협정 종료 시점인 2036년까지 매년 공동 검토를 실시한다.

공동 검토는 원칙적으로 협정의 운영과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절차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원산지 규정, 경제안보, 비시장경제국* 견제, 관세 및 투자정책 등 광범위한 변화를 제시하고 있어 실제 논의는 단순한 이행 점검을 넘어 사실상 재협상 성격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 비시장경제국은 물품의 가격 구조가 시장 원리에 따라 운용되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물품 가격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정되는 국가를 말한다. 미국 상무부가 비시장경제국으로 분류한 국가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 북한 등 12개국이다.

미국 주도의 제도 개선 요구

미국은 이번 공동 검토를 USMCA의 문제점을 수정하고 북미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1기 행정부를 대표하는 성과인 USMCA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협정 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의회와 산업계에서도 다양한 쟁점에 대한 개편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USMCA가 NAFTA의 일부 문제를 개선하였으나 미국의 제조업 역량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3월 USTR은 2026년 통상정책의제(Trade Policy Agenda)를 발표하며 USMCA와 관련된 사안들이 해결될 경우에만 협정의 연장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문제는 멕시코 및 캐나다와의 상품무역 적자이다.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미국의 對멕시코 상품무역 적자는 2020년 약 -1,110억 달러에서 2025년 –1,970억 달러로 늘어났으며, 對캐나다 무역적자도 동기간 약 -140억 달러에서 -460억 달러로 확대됐다. 또한 비시장경제국 기업이 멕시코를 미국 시장 진출의 우회 거점으로 활용하거나, 역외산 부품과 소재가 최소한의 가공을 거쳐 USMCA 혜택을 받는 문제도 주요 과제로 제시된다. 멕시코의 일부 에너지 정책과 투자 환경, 자국 기업 우대, 노동법 집행 부족, 통관제도 문제 역시 미국이 개선을 요구하는 사항이다.

3국의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주요 쟁점

미국·멕시코·캐나다는 공동 검토에 앞서 2025년부터 자국 산업계와 노동계, 시민사회 등을 대상으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핵심광물, 농업, 수산업, 의약품, 의료기기, 디지털 무역 및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요구가 제시됐다. 분쟁해결제도와 노동·환경 규범, 투자 보호, 수출통제 및 외국인투자심사와 같은 경제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미국 내 다수 이해관계자는 USMCA가 제공한 시장 접근과 공급망 안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협정 연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동시에 거의 모든 참여자가 일정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멕시코 역시 2025년 9월부터 약 두 달 동안 30개 업종 및 32개 주(州)의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멕시코 정부가 2026년 3월 공개한 결과 보고서에서 USMCA가 북미 통합 가치사슬과 생산 안정성, 투자 및 고용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협정의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조됐다.

특히 멕시코 측은 미국의 對멕시코 무역적자가 양국 경제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긴밀하게 연결된 생산 구조를 보여준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기계류에는 미국에서 공급된 부품과 중간재가 상당 부분 포함되므로 멕시코의 생산 확대가 미국산 투입재의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멕시코 이해관계자들은 공동 검토가 협정의 전면적인 개정보다는 이행 개선과 예측 가능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선 과제로는 현행 원산지 규정의 안정적 유지, 분쟁해결절차의 효과적인 작동, 역내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제3국에 대응한 북미 3국의 공동 경쟁력 강화 등이 제시됐다. 동시에 미국의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일방적 관세조치, 제3국 제품의 우회 수출, 북미에서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 핵심 투입재에 대한 현실적인 조달 문제도 주요 우려로 제기됐다.

캐나다의 의견 수렴에서도 예측 가능하고 관세가 없는 북미 시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나타났다. 다만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완화하기 위한 무역 다변화와 디지털·서비스 분야의 정책 자율성도 함께 강조됐다.

3국의 의견 수렴 결과와 USTR의 의회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공동 검토의 주요 쟁점은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및 기타 공산품의 원산지 규정 강화, ▴중국 등 비시장경제국의 투자와 역외산 투입재, 과잉생산 및 우회 수출에 대한 규제 강화, ▴핵심광물 조달과 수출통제, 외국인투자심사를 포함한 경제안보 협력, ▴통관, 원산지 검증, 인증 절차 강화, ▴멕시코의 노동법과 환경법 집행 강화, ▴데이터 이동과 디지털 서비스 규제, 인공지능 협력 등을 포함한 디지털 무역규범의 조정 등 크게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멕시코 진출 현황과 USMCA의 중요성

북미 시장은 한국 기업의 수출과 해외 생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은 한국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멕시코는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생산 및 수출 거점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對멕시코 수출액은 2016년 약 97억 달러에서 2025년 약 121억 달러로 24%가량 증가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북미 3국 투자 중 80% 이상이 對미 투자이기는 하나 멕시코도 한국 기업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투자액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FDI) 통계에 따르면 對멕시코 투자는 2016년 5억 1,000만 달러에서 2024년 14억 5,000만 달러로 182% 증가하였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한국 기업의 對멕시코 누적 투자액은 71억 4,000만 달러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엔진, 차체, 전자제품 제조업 분야에서 투자가 활발하다. 멕시코 투자 기업의 다수는 멕시코 내수시장만을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라 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과 캐나다로 공급하거나 북미 완성품 기업의 공급망에 참여하기 위해 진출했다. 따라서 원산지 규정이나 미국의 對멕시코 통상조치가 변경되면 멕시코에 투자한 한국 기업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한국의 주요 업종별 對멕시코 해외직접투자(FDI) 동향 >

(단위 : 백만 달러(USD))
업종 주요 세부 업종 ’16~’25년 투자 누계액
총계 7,132
제조업 자동차용 부품·엔진·차체, 절연선 및 케이블, 전자부품 제조업 등 3,739
광업 비철금속 광업 2,128
도매 및 소매업 자동차 판매업, 기타 통신 판매업 640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 조절 공급업 화력 발전업, 기타 발전업 352
자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통계
예상 영향과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

USMCA는 북미 경제와 산업 공급망의 제도적 기반인 만큼 공동 검토로 협정 자체가 즉시 와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미국의 주도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정책을 미국의 제조업·경제안보 전략에 더욱 밀접하게 정렬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3국이 2026년 협정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연례 공동 검토가 이어지면서 투자와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 또한 협정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원산지 규정이나 경제안보 조항, 통관 및 노동·환경 집행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기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쟁점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알루미늄 및 기타 공산품의 원산지 규정이다. 원산지 기준이 강화되면 멕시코 현지에서 단순 조립하거나 역외산 부품·소재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은 USMCA 특혜관세를 충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우선 자사의 북미 사업 구조가 USMCA의 어떤 조항에 노출돼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멕시코 생산 제품의 대미 수출 비중, 제품별 원산지 충족 여부, 비시장경제국산 원자재·부품의 사용 비중, 공급 업체의 소재지, 통관 및 인증 절차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북미 역내에서 조달 가능한 대체 부품과 소재 여부를 검토하고 원산지 증빙 및 공급망 추적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 또는 멕시코에 대한 신규 투자와 생산시설 조정은 관세 비용, 물류비, 인건비, 세제 혜택, 원산지 충족 가능성, 고객사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뒤 판단해야 한다.

비시장경제국에 대한 규제 강화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비시장경제국 투입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는 조달 비용과 행정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북미 기업이 중국산 부품의 대체 공급자를 찾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시장 진입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기술력과 품질, 공급망 투명성을 바탕으로 북미의 적법한 대체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USMCA 공동 검토는 단순한 협정의 정기 점검을 넘어 북미 산업정책과 경제안보 질서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북미 공급망 내 역할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공급망과 원산지 구조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