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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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멕시코 정부도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AI 관련 정책과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공공 데이터센터 구축, 슈퍼컴퓨터 개발, AI 인력 양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유치 등을 중심으로 AI 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 국가 차원의 통합 AI 전략이나 전담 컨트롤타워는 부재한 상황으로, 정책·인프라·인력 양성 측면에서 초기 단계라는 평가도 함께 제기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멕시코의 AI 정책과 산업 동향을 살펴보고, 한국과 멕시코 간 협력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멕시코 정부는 디지털통신변혁청(ATDT)을 중심으로 ‘Nube MX’라는 국가 공공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정부 데이터를 통합하고 공공 디지털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국가 데이터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기존 공공 데이터센터 현대화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멕시코 정부는 2025년 중남미 최대 규모 공공 슈퍼컴퓨터인 ‘Coatlicue’ 개발 계획도 발표하였다. 이는 약 60억 페소(약 3억 달러)를 투입해 2026년부터 약 24개월간 구축될 예정이며, 국가 AI 연구 역량 강화와 공공 데이터 분석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멕시코는 이를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BSC)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국제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AI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AI·사이버보안·클라우드·데이터 분석 분야 교육을 제공하는 공립 AI 교육센터를 출범시켰으며, Microsoft, Google, AWS,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도 멕시코는 중남미 주요 데이터센터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는 약 170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이며, 브라질에 이어 중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특히 케레타로 지역에는 AWS, Microsoft Azure, Google Cloud, Alibaba Clou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데이터센터 산업 확대를 통해 디지털 경제 기반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 데이터센터협회(MEXDC)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18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멕시코의 AI 정책은 아직 분산적이고 초기적인 성격이 강하다. 현재 AI 관련 정책은 디지털 정부,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보안 등 기존 제도 위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포괄적인 AI 기본법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상원에서 AI 기본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실제 입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멕시코 정부는 2026년 AI의 윤리적·책임 있는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인 ‘차풀테펙 원칙’을 발표하였다. 해당 원칙은 인권 보호, 인간의 책임성, 문화적 다양성 존중, 공공 데이터의 책임 있는 관리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으나, 법적 구속력을 갖는 규범은 아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데이터센터 산업 확대에 따라 대규모 전력과 냉각 용수가 필요해지면서 전력망과 용수 부족 문제가 주요 과제로 지적된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케레타로 지역에서는 전력 공급과 물 부족 문제가 지역사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AI 전문 인력 부족 역시 멕시코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멕시코 정부가 공공 AI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을 국가 디지털 전환 전략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협력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멕시코는 AI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전력망, 디지털 공공서비스 등 기반 인프라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관련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정부 간 협력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설치,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 수립, ▴AI 기본법 시행 등을 통해 AI 거버넌스 체계를 제도화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는 아직 국가 차원의 통합 AI 전략과 법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한국의 정책 수립 경험과 디지털 전환 사례 공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멕시코 정부와 현지 전문가들은 유럽식 규제 중심 접근보다는 산업 육성과 균형을 이루는 실용적 AI 정책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국의 경험이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 분야에서는 데이터센터 관련 인프라 사업이 가장 유망한 협력 분야로 꼽힌다. 멕시코는 데이터센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전력망 부족과 전력 품질 불안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지원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찰된다. 한국 기업들은 ESS, 전력관리시스템,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멕시코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냉각·공조 시스템 분야 역시 유망하다. 멕시코는 고온 건조 지역이 많고 물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냉각 시스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효율 냉각 기술과 친환경 공조 시스템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AI 교육 및 인재 양성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 정부는 공립 AI 교육센터 설립 등을 통해 디지털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으나, 고급 AI 전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국 대학 간 공동 연구, 학생·연구진 교류, AI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학술 협력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멕시코는 북미 공급망과 연결된 전략적 시장이자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스페인어 사용 국가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따라서 AI와 디지털 전환 분야 협력은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우리 기업과 기술의 중남미 진출 교두보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